“안산에서 서울 여의도까지 30분이면 주파한다”
경기 서남부권 교통난을 해결할 구세주로 떠올랐던 신안산선 복선 전철 사업이 또 다시 파열음을 내고 있다. 막판에 사업자 선정이 틀어지면서 사업 착수 시기가 안갯 속으로 빠져든 것이다.
지역 부동산 시장도 혼란에 빠졌다. 신안산선이 지나는 안산과 시흥은 올 상반기만 해도 실수요자에 투자자들까지 가세하면서 주택 시장이 과열 조짐마저 보였다. 하지만 최근 사업이 난항을 겪자, 투자 세력이 썰물처럼 빠졌다. 거래량은 급감하고 집값이 떨어진 곳도 일부 등장했다.
과연 신안산선이 언제쯤 시동을 걸 수 있을 것인지, 지역 부동산 시장의 회복 가능성과 투자 유망지역 등을 땅집고 취재팀이 살펴봤다.
■우선협상대상자 곧 선정…착공 여부는 불투명
신안산선은 경기 안산~광명~여의도까지 43.6km를 잇는 전철이다. 안산과 시흥은 수도권에서도 서울 접근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신안산선이 뚫리면 기존 1시간 30분 걸리던 여의도까지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게 된다. 신안산선은 현재 개발 중인 서해선 복선 전철(90km)과 소사~원시 복선 전철(23.3km)과도 연결돼 서울에서 서해안까지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된다.
총 사업비만 약 3조4000억원에 달하는 신안산선은 2015년 민자사업으로 결정된 후 내년 착공, 2023년 개통이 목표였다. 그러나 당초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트루벤인베스트먼트(이하 트루벤)가 막판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반납했다. 이후 국토부는 사업신청자격을 강화했다.
국토부는 오는 6일까지 사업계획서 접수를 마감하고 1·2단계 평가를 거쳐 이달 말이나 내년 초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신안산선 사업을 따내기 위한 2차전은 포스코건설을 비롯해 토목 엔지니어링 전문기업인 서현기술단, 트루벤 등 최대 3파전으로 치러질 전망이다.
문제는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돼도 신안산선이 언제 첫 삽을 뜰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미 공사비 부족, 운영비 과다 등으로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수차례 나왔다. 정부와의 협의가 잘 안풀릴 경우 사업자가 사업을 포기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결국 민자사업자를 찾지 못해 재정사업으로 바뀌는 최악의 상황이 온다면 착공까지 최소 수 년은 더 미뤄질 수도 있다.
■8월 이후 거래량 급감, 가격도 ‘뚝’
신안산선 착공 지연은 지역 부동산 시장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고 착공까지 머지 않아 보였던 올해에는 실수요자 뿐만 아니라 투자자들까지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그러나 최근 시장은 관망세로 돌아섰다.
안산시 단원구의 주거타운 중 한 곳인 고잔동과 초지동이 대표적. 이곳엔 신안산선 종점인 한양대역과 호수역이 신설될 예정이다. 지하철 4호선이 다니는 중앙역은 신안산선 환승구간으로 바뀐다. 이 때문에 신안산선 우선협상대상자 소식이 알려졌던 지난 5월부터 아파트 거래량이 큰 폭으로 늘었다.
온나라부동산포털에 따르면 고잔동과 초지동이 포함된 단원구의 아파트 거래량은 올해 1~4월 300건 이하에 불과했다. 5월 들어 불이 붙기 시작했다. 거래량이 953건으로 3배 이상 뛰었다. 6월(1660건)과 7월(3157건) 두 달 연속으로 폭발적으로 늘었다.
그러나 ‘8·2부동산 대책’이 발표되고 트루벤의 신안산선 우선협상대상자 취소 소식까지 겹치면서 시장이 급격히 식었다. 지난 10월엔 거래량이 634건으로 쪼그라들었다. 집값에도 불똥이 튀었다. 시세조사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고잔동의 경우 올 4월 아파트 매매가는 평균 0.1% 상승했지만 7월엔 0.4%까지 확대됐다. 그러나 다시 8월 들어 0.26%로 감소했고, 급기야 9월엔 -0.03%를 기록하며 하락세로 돌아섰다.
신안산선 시흥시청역이 들어설 장현지구 역시 마찬가지다. 장현동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은 지난 6월만 해도 2.31%에 달했지만 8월 1.44%, 9월 0.87%, 10월 0% 등 뚝뚝 떨어지고 있다. 신규 분양 시장도 타격을 받고 있다. 지난해 말 분양을 시작한 한양대 인근 그랑시티자이 1·2차(6600가구)는 분양가보다 분양권이 더 저렴하게 판매되는 '마이너스 피(P·프리미엄)' 물건까지 등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에서는 8·2 대책에 따른 대출 규제로 투자자들의 손발이 묶인데다 신안산선까지 난항을 겪자 시장이 얼어붙었다고 분석한다. 고잔동 A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신안산선 사업 이야기가 한창 나올 때는 갭(gap)투자 문의도 많았는데 요즘엔 싹 사라졌다” 고 말했다.
■꺼지지 않은 불씨…역세권 아파트는 강세
신안산선 기대감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민간사업자가 달려드는 사업인 만큼 사업자만 선정된다면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신안산선이 들어서면 역세권 아파트가 될 단지들은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내년 9월 입주할 안산파크푸르지오(1129가구)가 대표적. 신안산선 중앙역 인근인데다 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가 바로 앞에 있다. 2015년 말 분양 당시 84.67㎡(이하 전용면적 기준) 25~26층 분양가는 4억8670만~4억9060만원이었다. 현재 84.67㎡ 25층 분양권은 5억3710만원에 거래됐다. 5000만원 가까이 오른 것이다.
성포동 B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신안산선) 착공 시기가 불확실하긴 해도 시장에서는 완전히 무산될 리는 없다고 본다"며 "안산파크푸르지오의 경우 일반분양 물건에 피가 높게 붙어있고, 전부 조합원 물건인 59㎡, 73㎡는 매물이 한 건도 없다"고 했다. 이어 "일부 아파트가 하락세이긴 해도 중앙역 인근 단지들은 꿈쩍도 안한다”고 했다.
신안산선 목감역이 들어설 시흥시 목감지구 역시 오름세다. 2015년 말 분양한 시흥목감 호반베르디움3차(415가구)의 경우 102㎡ 분양권이 지난달 4억5195만원(10층)에 팔렸다. 이는 분양가보다 약 4000만원 오른 가격이다. 시흥목감 신안인스빌(576가구) 역시 분양가에 비해 3000만~4000만원 가량 높은 가격에 분양권이 거래되고 있다. 목감역 예정 부지와 가장 가까운 목감LH퍼스트리움(625가구) 59㎡도 6개월간 3000만원이 올랐다.
조남동 C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퍼스트리움은 신안산선 목감역과 맞닿아 있어 초역세권 단지가 될 것"이라며 "아직도 전세를 끼고 투자하려는 갭투자자들도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