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우리집에 딱 맞네" 가구도 증강현실로 산다

뉴스 김리영 인턴기자
입력 2017.12.05 07:00

오전 7시에 출근해 밤늦게 퇴근하는 직장인 A씨(33). 최근 새로 마련한 전셋집으로 이사를 앞두고 갑자기 고민에 빠졌다. 인테리어 문외한인 그는 텅 빈 새 집에 어떤 가구를 들여놓는 것이 좋을지 막막했다. 평일엔 쇼핑할 시간도 없고 딱히 조언을 받을 친구도 없었다. 급한대로 가구 온라인몰을 뒤져봤지만 사진만으로는 이사갈 집에 잘 어울릴지 알기 어려웠다.

온라인몰에서 웹서핑을 하던 A씨는 한줄기 희망을 발견했다. 최근 가구업체들이 방에 가구를 미리 배치해 보는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기술이 담긴 모바일 앱을 속속 내놓았던 것. A씨는 재빨리 앱을 다운로드했다.

이케아 플레이스를 통해 가구를 배치하는 모습. /이케아코리아 제공


■직접 배치해보고 사는 증강현실 쇼핑

지난 3년 간 온라인 가구몰이 우후죽순 늘어났지만 아직도 마음에 드는 가구 한 점을 집에 들여놓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 지금껏 소비자는 가구점에 배치된 가구나 온라인에 올라온 사진을 본 후 내 집에 어울릴 것인가를 ‘상상하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최근 이런 불편함을 덜어줄 새로운 기술이 등장했다. 실제 공간에 가상의 정보를 덧입히는 증강현실 기술이다. 가구가 방에 배치되는 모습을 머릿속에 ‘상상’하는 과정을 현실에 구현한 것이다. 소비자는 이제 직접 사고 싶은 가구의 이미지를 자신의 공간에 들여놔 볼 수 있다. 증강현실은 품이 많이 드는 가구 쇼핑의 여정을 단 번에 변화시키고 있다.

국내 가구 업계에서는 한샘이 처음으로 증강현실을 이용한 모바일 앱을 구축했다. 한샘은 지난 4월 모바일 앱인 ‘한샘몰 앱’을 통해 200여개의 가구를 실제 방에 배치하거나 3D로 살펴볼 수 있게 만들었다. 쇼핑을 하다 마음에 드는 가구가 보이면 ‘3D로 보기’로3차원으로 구현된 가구를 360도 돌려 꼼꼼하게 볼 수 있다. ‘AR로 보기’를 선택하면 현재 공간에 가상의 가구를 배치해볼 수 있다. 한샘 관계자는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 비중이 높은 한국 모바일 환경에 맞춰 구글에서 발표한 ‘에이알코어(AR Core)’ 기술을 활용했다”며 “아이폰을 비롯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모두 활용 가능하다”고 했다.

한샘몰 앱에서 증강현실로 키즈 수납장을 배치해본 모습. /한샘 제공


지난 10월에는 이케아도 애플의 증강현실 플랫폼 에이알키트(ARKit) 기술을 적용한 앱 ‘이케아 플레이스(IKEA PLACE)’를 출시했다. 이 앱에서는 집과 사무실, 학교, 스튜디오 등 가구를 배치하려는 실내 공간 크기에 따라 자동으로 이케아 제품의 비율을 조절해 준다. 직물의 질감이나 명암 대비 등을 살필 수 있고 가구를 배치한 모습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저장하거나 지인에게 공유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케아 플레이스 증강현실 앱. /이케아 코리아 제공


인터이케아의 마이클 발츠가드 디지털전환책임자는 “빠르게 변하는 현대인의 삶에서 증강현실 앱은 홈퍼니싱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가상현실로 다양한 가구 쇼핑

가구업계는 온라인몰을 대폭 늘리고,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디지털 쇼핑 서비스도 속속 제공하고 있다.

이미 가구 시장에서 온라인몰 매출이 오프라인 매출을 넘어선지 오래다. 동서가구 관계자는 “온라인 시장이 오프라인 가구 시장의 매출 규모를 2배 이상 넘어섰다”며 “동서가구의 경우 온라인 시장은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고 매출 신장률도 전년대비 50% 가 넘는다”고 했다. 소비자들이 더 빠르고 간편한 유통 채널을 찾아 다양한 형태로 가구를 구입한다는 것이다.

온라인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가상현실 기술을 도입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 KCC는 작년 8월 홈씨씨인테리어 홈페이지와 모바일 사이트 내에 ‘VR 쇼룸’ 서비스를 제공했다. VR쇼룸은 고객이 직접 인테리어한 현장 모습을 체험하는 가상현실 서비스다. 24개 공간을 마치 현장에서 둘러보는 것처럼 경험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 VR 전용 고글을 부착하면 더 생생하게 볼 수 있다. KCC 관계자는 “홈씨씨인테리어 전시 판매장을 전국으로 확대해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고 있지만 온라인이나 모바일 접속을 통해 인테리어를 간접 체험하려는 고객이 많다”고 했다.

KCC VR쇼룸을 체험하고 있는 고객. /KCC 제공


한샘 역시 가상현실 서비스로 인테리어를 미리보기 할 수 있는 ‘홈플래너’를 제공한다. 한샘의 마케팅 담당자는 “처음 도입했을 때만 해도 10명 중 6명 정도가 가상현실 서비스를 통한 상담을 받았는데 이제는 10명 모두 홈플래너를 통해 상담받는다”고 말했다.

한샘의 가상현실 인테리어 서비스 '홈플래너'로 꾸민 신혼집. /한샘 제공


■“인테리어 산업 전반으로 확산”

아마존이 유튜브에 공개한 AR뷰 기능. /유튜브 영상 캡쳐.


가상 및 증강현실 기술은 가구뿐만이 아니라 인테리어 산업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미국 아마존은 지난 1일 유튜브에 증강현실 기술을 적용한 ‘아마존 앱’의 제품 미리보기 서비스를 공개했다. 검색 바(bar)의 카메라 아이콘을 통해 AR뷰를 누르고 구매할 제품을 선택하면 사용자의 공간에 제품이 놓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기능은 iOS 11이 설치된 아이폰 6s 이상 기기에서 쓸 수 있다.

네덜란드 다국적 페인트 기업 악조노벨(AkzoNobwl)의 듀럭스(Dulux) 페인트는 ‘듀럭스 비주얼라이저’ 앱을 통해 사용자의 실제 공간에 페인트 컬러를 입히는 증강현실 서비스를 제공한다. 페인트 인테리어를 하기 전 집안 구조나 가구와 컬러가 어울리는지 확인할 수 있다. 한 번 바르면 되돌릴 수 없는 페인트 인테리어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공간을 구상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이 앱은 ios 7.0 버전 이상에서 사용할 수 있다.

땅집고 사무실의 한쪽 벽면에 듀럭스 비주얼라이저 앱을 실행해 민트 컬러를 입혀봤다. /김리영 인턴기자


스페인의 조명 회사 에스틸루스(Estiluz)도 증강현실 서비스를 앱에서 제공한다. 스페인어와 영어, 카탈로니아어로 이용할 수 있는 이 앱은 ios6.0 버전 이상의 아이폰과 아이패드, 아이팟 터치에서 사용할 수 있다.

에스틸루스 앱.


유경옥 홍익대 겸임교수는 “가구 업계의 기술 혁신은 소비자가 가구 구매를 할 때 겪는 복잡함과 어려움을 줄여주면서 훨씬 더 많은 가구를 둘러보고 모니터링 할 수 있게 됐다”며 “현재는 AR기술로 가구 디자인이나 인테리어와의 어울림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데, 소비자들은 촉감이나 몸에 좋은 친환경 소재를 찾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앞으로 오프라인 쇼핑의 고유한 측면도 함께 발전시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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