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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인테리어는 돈 잘벌게 해주는 게 최고"

뉴스 이지은 인턴기자
입력 2017.11.30 06:31
김종완 종킴디자인스튜디오 소장. /종킴디자인스튜디오 제공


“디자이너로서의 개인적 철학보다는 클라이언트(고객)가 돈을 잘 버는데 초점을 맞추는 인테리어를 추구합니다.”

럭셔리 인테리어 디자이너 김종완(32) 종킴디자인스튜디오 소장. 그는 만다린오리엔탈호텔, 부시가(家)의 영국 저택 등을 디자인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서른 갓 넘은 나이지만 프랑스 디자인 명문학교인 파리 에콜 카몽도에 최연소 학사로 입학한 후 석사를 수석 졸업할 만큼 재능이 뛰어났다.

현재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함께 명품 패션 매장 인테리어를 진행하고 있는 김 소장이 최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17 라이프쇼’에서 ‘브랜드 가치를 높여주는 공간 인테리어의 힘’을 주제로 강연했다.

■사람들의 인식을 파고드는 ‘스페이스 아이덴티티’

에뛰드 하우스 매장. /아모레퍼시픽 제공


“이 사진을 보고 어떤 매장이 떠오르시나요?”

김 소장이 한 장의 사진을 보여주자, 방청객들은 일제히 “에뛰드 하우스요!”라고 답했다.

그는 이른바 매장의 스페이스 아이덴티티(SI·Space Identity)가 뚜렷할수록 사람들이 해당 브랜드를 인지하는 정도가 커진다고 강조했다. 에뛰드 하우스는 국내에서 스페이스 아이덴티티를 가장 성공적으로 활용한 대표적 브랜드다. 핑크빛 에이프런 유니폼을 입은 전국 에뛰드 하우스의 직원들은 고객들에게 “공주님, 어서오세요”라고 인사한다. 이러한 에뛰드 하우스만의 공간 구축 방식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것이다.

분홍색을 주 컬러로 쓴 에뛰드하우스의 브랜드 이미지. /아모레퍼시픽 제공


최근 스페이스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는 것은 사업성 높은 공간 디자인 방법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입생 로랑, 네스프레소, 프라다, 세포라 등 외국 유명 브랜드들도 매장 디자인을 전부 통일하고 있다.

■구호(KUHO)의 플래그십 스토어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구호 플래그십 스토어. /조선DB


김 소장은 “우리나라에선 아직 생소하지만, 외국의 경우 웬만한 프로젝트는 인테리어팀과 빅데이터팀이 반드시 협업을 통해 진행한다”고 말한다. 그가 클라이언트에게 공간 인테리어 뿐만 아니라 브랜드 마케팅 방안도 함께 제시하는 이유다.

구호(KUHO)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구호는 음악·무용·전시 예술의 미학적 감성을 담은 삼성물산의 패션 브랜드. 김 소장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300평 부지에 구호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세우는 프로젝트를 맡았다. 삼성물산 임원들은 매장 디자인만 부탁했다. 하지만 김 소장은 구호의 브랜드 마케팅 방안까지 세세하게 제시해 임원들을 놀라게 했다.

그는 구호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전반적으로 다루는 공간’으로 설정했다. 한남동은 소셜커뮤니티가 왕성해 옷만 팔아서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 매장에서 의류뿐 아니라 다양한 생활 용품을 팔자고 제안했다.

다이닝 룸 콘셉트의 공간에는 부엌 용품이, 파우더 룸에는 유기농 재료로 만든 에스테틱 제품들이 옷과 함께 전시돼 있는 식이다. 구호의 다양한 생활 용품들이 인기를 끌어 의류 브랜드임에도 옷보다는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에서 흑자를 내고 있다.

김 소장은 “요즘 주부들이 개인 정원을 가꾸는 트렌드에 맞춰 매장 내 가든 스페이스에서 차를 팔았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구호가 자체적으로 생산한 차를 집에서도 마시며 브랜드를 향(香)으로 기억하는 홍보 효과를 노린 것이다.

그가 클라이언트에게 마케팅 방안을 제시하는 이유는 뭘까. ‘고객이 돈을 잘 벌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자신이 참여한 프로젝트로 클라이언트의 사업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그의 목표다. 김 소장은 “힘들게 매장을 오픈했는데 사업이 망해 매장이 한 달 뒤에 김밥집이나 나이트클럽으로 바뀌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다”고 했다.

■독특한 마감재로 브랜드 가치 높이기

김 소장은 “한국에서는 모든 건물이 똑같은 마감재를 사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런 환경에서 ‘나만의 마감재’를 개발하면 고객들에게 매장 분위기와 브랜드 이미지를 동시에 각인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박준우 셰프의 알테르 에고 레스토랑. 사진 오른쪽 청자 마감재가 눈에 띈다. /알테르 에고 제공


박준우 셰프가 운영하는 서울 서대문구 ‘알테르 에고’ 레스토랑은 영롱한 초록 빛깔의 독특한 마감재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마감재는 경기도 이천시에서 도자기를 굽는 장인과 함께 개발한 것. 우리나라 청자(靑瓷)에 프랑스식 몰딩 방식을 더해 세상에서 하나뿐인 마감재를 만들어 냈다. 청자 타일의 시그니처라인이 유명세를 타면서 분점에도 똑 같은 마감재를 사용할 예정이다.

파리의 5성급 호텔 벽면을 장식한 타원형 스낵 모티프 마감재. /저널 디자인 제공


프랑스 파리의 한 5성급 호텔에 쓰인 마감재는 스낵을 모티브로 했다. 콘셉트 디자인을 하던 김 소장이 타원형 모양의 스낵에서 영감을 얻어 마감재 개발을 시도한 것이다. 벽면에 타원형 장식이 붙은 재밌는 디자인은 이 호텔만의 시그니처가 됐다.

김 소장은 브랜드를 처음 런칭하는 클라이언트와 작업할 때 독특한 마감재를 개발하는데 많은 시간을 쏟는다. 마감재 개발 비용은 생각보다 비싸지 않다. 박준우 셰프의 레스토랑에 쓰인 마감재도 장인이 도자기 값만 받아 저렴하게 얻을 수 있었다.

김 소장은 “단순히 보여주는 게 아니라 공간 인테리어를 어떤 방식으로 진행해야 흑자를 낼 수 있는 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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