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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벽돌과 아치형 베란다가 운치를 더한 청운동 주택

뉴스 이지은 인턴기자
입력 2017.11.17 15:22 수정 2017.11.17 15:32

[아름다운 집] 은퇴한 학자를 위한 청운동 3층 주택

은퇴한 학자를 위해 지은 청운동 주택의 정면. /Tectonics Lab 제공


[건축 개요]

건축가: 이화여자대학교 김현대, Tectonics Lab
설계담당: 김수경(Tectonics Lab), 김다솜, 임윤택, 양효실, 최수진, 강소리
위치: 서울시 종로구 청운동
규모: 지상 3층(11.3m)
연면적: 313.11㎡
설계: 2016년 4월~2016년 8월
시공: 2016년 9월~2017년 8월

[대지]

청운동 주택의 측면. /Tectonics Lab 제공


평생 학자의 길을 걸어온 건축주가 50년간 2대에 걸쳐 살던 옛집을 허물고 은퇴 후의 삶을 영위할 편안한 집을 의뢰했다. 대지는 서울 인왕산 아랫자락에서 북악산을 바라보는 아늑한 주택가였다. 역사적 고도(古都)의 옛스러움과 한국 근현대사 미완의 정취를 동시에 머금고 있는 고즈넉한 터다.

[철거]

청운동 주택 1층 중심형 공간. /Tectonics Lab 제공


선친이 직접 지으신 주택을 허무는 일은 건축주에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유년기부터 학창시절, 그리고 학자로서 살아온 건축주의 기억을 간직한 이 집은 기쁨과 평화를 가져다 준 놀이터이자 안식처, 그리고 현재의 인격을 완성시킨 보살핌의 장소였을 것이다.

쇠락한 집의 구조적 문제 때문에, 건축주는 고심 끝에 주택을 다시 짓기로 마음먹었다. 철거에는 사흘이 걸렸다. 목재 마루널과 격자살 창호 일부, 그리고 선친의 이름이 새겨진 문패는 건축주에게 돌려줘 옛집의 기억을 보존하는 매개체로 남았다.

[시작]

건축주가 스케치한 1층 평면 개념도. /Tectonics Lab 제공


설계 의뢰와 함께 건축주로부터 평면스케치 몇 장을 건네받았다. 스케일이 왜곡되고 공간의 연결이 부자연스러워 마치 어린 아이가 그린 그림같았다. 하지만 그 안에는 옛집에 대한 향수와 미래의 ‘집’에 대한 건축주의 생각이 오롯이 담겨 있었다.

건축주가 스케치한 1층 출입구. /Tectonics Lab 제공


건축주가 그린 아치형 창문. /Tectonics Lab 제공


집은 건축가의 이상향이나 자아를 표현하기보다 건축주의 과거를 기념하고 현재의 삶을 담아내며, 미래의 희망을 꿈꾸는 공간이어야 한다. 건축주가 그린 그림에 질서를 부여하는 일이 건축가의 역할이라 생각하고 설계를 시작했다.

[질서]

청운동 주택은 3칸*3칸의 한국 전통 전각구조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Tectonics Lab 제공


청운동 주택의 기본적 공간 구조는 대칭적 질서와 중심형 공간의 원형인 3칸×3칸이다. 이 구조는 한국에서 전통 전각 건축의 대표적인 유형이다. 서구에서는 르네상스 전후 나인스퀘어그리드(nine-square grid)라는 개념으로 정착된 보편적 공간 구조다. 3칸×3칸의 간소한 다이어그램 형태로 시작된 설계는 집의 기본적인 기능과 함께 실질적인 삶을 담아낼 수 있는 구체적인 공간 구조로 발전했다.

퇴임 후에도 학자로서 제 2의 인생을 꿈꾸는 건축주에게 집은 사적인 동시에 공적인 공간이다. 중심에 있는 1층 응접실은 가장 공적인 공간이다. 내부의 공간들과 수평·수직을 이뤄 평온한 질서를 부여한다. 응접실은 2층 보이드 공간과 3층 빛우물 공간으로 이어져 중심 공간을 따뜻한 빛과 차분한 공기로 가득 채운다.

[중심형 공간]

3칸*3칸은 대칭구조가 특징이다. /Tectonics Lab 제공


3칸×3칸 구조를 근간으로 내부 공간을 형성했다. 정중앙의 보이드(내부의 오픈스페이스) 공간을 축으로 하는 중심형 공간은 공적 영역을 구심형으로 집중시키는 동시에 사적인 영역을 원심형으로 흩뜨려 내부 공간의 밀도를 조화롭게 유지한다.

1층 응접실 공간. /Tectonics Lab 제공


1층 중앙부 공간. /Tectonics Lab 제공


1층 응접실은 주방 등의 서비스 공간과 게스트룸의 중심을 잡아준다. 거실, 온실, 그리고 옥외 정원으로 이어지며 공간의 긴장을 완화하는 동선의 리듬도 만들어낸다.

2층 보이드 공간은 집의 중심에 위치해 빛우물을 통해 유입되는 천공의 에너지를 실내 깊숙한 곳까지 차분한 호흡으로 전달한다. 좌측 침실 영역과 우측 서재 영역 사이의 대칭적 질서를 통해 개인의 삶과 학자로서의 사명 사이에 균형과 조화를 부여한다.

3층 빛우물은 다실(茶室) 정중앙에 있다. 다실은 3층 옥외공간의 한가운데 위치해 중심형 구성에 방점을 찍는다. 다실은 빛우물 벽으로 형성되는 공간의 압축과 조망창에 의해 원경으로 확산되는 공간의 이완이 조화롭게 공존해 시적 감응을 이끌어낸다.

[재료와 형태]

고벽돌로 마감한 아치형 베란다. /Tectonics Lab 제공


학자인 건축주에게 중심형 공간 구조의 집은 디자인적 옵션이 아닌 그의 삶을 담아내는 본질적인 형태에 가깝다. 견고하고 한결같지만 내면에는 부드러움을 지닌 중심형 공간을 위한 재료가 콘크리트로 정해진 것은 필연이었다.

아치형 베란다는 주변 조경을 담아내는 프레임으로도 안성맞춤이다. /Tectonics Lab 제공


콘크리트와 조화로운 대비를 이루며 부드러운 인상을 표현하는 재료는 고벽돌이다. 외부 환경으로부터 집을 보호하는 벽과 온실, 2층 베란다의 표면은 모두 고벽돌로 만들어 세월의 흐름과 함께 고색창연한 기품을 더해갈 것이다.

고벽돌과 아치로 운치있는 외벽. /Tectonics Lab 제공


건축주를 위한 집에 대한 개념적인 생각들은 콘크리트와 벽돌의 재료적 물성에 대한 존중과 함께 ‘아치(arch)’라는 구체적인 건축 형태로 발현했다. 아치는 현관에서 ‘볼트(vault·반원형 천장이나 지붕을 이루는 곡면구조체)’의 형태로 동선 흐름의 궤적과 함께 한다. 응접실에서는 거실로 연결되는 공간의 확장을 걸러 아늑한 중심형 공간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거실과 온실, 그리고 베란다의 아치는 남측 정원의 조경을 담아내는 프레임이다. 이는 강렬한 태양과 몰아치는 비바람으로부터 집의 중심을 보호하는 기능을 오롯이 해낼 것이다.

청운동 주택은 경복궁·광화문·중명전 등 주요 사적과 근현대 건축 문화가 공존하는 지역에 자리잡은 건물이다. 아치는 과거의 역사적 이미지와 현재 도시의 체험적 이미지를 이어주며 재료의 물성에 대한 집단적 기억을 보존하는 은유적 상징물이다.


김현대 이화여대 교수

김현대는 연세대 건축공학과에서 학사를,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건축석사를 받았고, 미국건축사(AIA) 및 LEED AP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이화여대 교수이며 2015년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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