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청약 1순위 자격 요건을 강화하면서 최근 분양한 단지들에서 부적격 당첨자의 미계약 물량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복잡한 청약 자격 요건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청약에 나섰다가, 당첨은 됐지만 계약 과정에서 ‘부적격 당첨자’라는 사실이 드러나는 것이다.
건설사들은 미계약 물량을 추첨 또는 선착순 방식으로 미계약 물량을 해소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밤샘 줄서기 현상이 나타나는 등 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건설사마다 미계약 물량을 처리하는 방식이 제각각이어서 수요자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15일 업계와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최근 건설사들이 서울 지역 분양 단지의 미계약 물량을 해소하는 방식으로 추첨 또는 선착순 판매가 확산하고 있다. 추첨 또는 선착순 방식으로 진행되는 미계약 물량 판매는 청약통장이 없거나 다주택자일 경우에도 참여할 수 있고, 절차도 간편하다. 이 때문에 청약 조건 강화로 불리해진 20~30대 실수요자들이나 청약 1순위 자격이 없는 다주택자들이 큰 관심을 보이면서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실제로 삼성물산이 지난달 14일 서울 송파구 래미안갤러리에서 진행한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 미계약분 36가구 추첨에는 1200명이 몰려 3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추첨에 참여한 1200명은 '현장에서 5000만원의 1차 계약금을 내야 한다'는 조건에 맞춰 불과 며칠 만에 5000만원을 현금으로 마련해왔다. 미계약 물량은 30분만에 완판됐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달 28일 서초구 서초동 '서초 센트럴 아이파크' 미계약분 40여가구를 선착순으로 분양했다. 선착순 분양 전날부터 몇몇은 밤샘 줄서기를 했고, 분양 당일 모델하우스에는 300여명이 몰려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계약 물량을 둘러싼 청약 과열 양상이 지속되고 청약자들의 불편도 잇따르자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선착순 분양으로 인한 밤샘 줄서기나 줄값 지불, 자리 거래 같은 문제가 속속 불거지고 있고, 미계약분 계약 현장마다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도 모여들고 있다.
또한 각 건설사 분양 단지마다 미계약분 계약 방식이 제각각이고, 이를 공지하는 방식도 모두 달라 수요자들이 참여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라온건설은 '면목 라온프라이빗' 미계약 물량을 정확히 공개하지 않은 채 '선착순' 계약을 진행한다고만 밝혀 일부 수요자들은 밤샘 줄서기를 했다. 그러나 실제 잔여분은 10가구 뿐이었고, 나머지는 허탕을 쳤다.
소비자들이 불만이 잇따르자 일부 건설사는 미계약분 분양에도 온라인 추첨 방식을 도입하기도 했다. 현대건설은 서울 상일동 '고덕 아르테온' 아파트 미계약 물량을 홈페이지에 공고하고 해당 물량에 대해 온라인 청약을 받았다. 하지만, 주택시장에선 “미계약 물량을 처분하는 방식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고, 정부에서도 명확한 해법을 내놓지 않고 있어 당분간 혼란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앞으로 분양하는 대부분의 단지에서는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크지 않아 청약 잔여분에 대비한 예비 당첨자 비중을 더 늘리는 등 정부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