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짓는다는 건 가족에게 맞춤옷처럼 딱 맞는 주거공간을 만든다는 의미입니다. 그런 공간으로부터 온전한 가족의 삶이 시작되는건 아닐까요. 가족과 집은 뗄수 없는 키워드입니다. 땅집고는 예능프로그램 ‘러브하우스’로 국내 인테리어, 건축 대중화에 앞장섰던 양진석 와이그룹 대표가 지난해 지은 집 여섯 채와 그 안에 담긴 건축철학,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양진석의 여섯 채의 집] ④ 작지만 반전이 있는 파주 협소주택
집 밖에 있는 화장실을 가다가 쓰러져 뇌출혈로 입원한 80대 할머니, 매일 늦게까지 일하는 비정규직 아빠, 항상 혼자 집에 있는 중학생 사춘기 소녀가 사는 집이다.
오랜 세월 동안 조금씩 무단 증축을 한 ‘ㅁ자’ 주택으로, 실제 등기상 면적이 43 ㎡(약 13평) 정도 되는 협소주택이다. 진입도로 폭이 4m 이하여서 신축은 불가능했고 개축 방식으로 진행했다. 면적도 지금 그대로, 높이도 지금 그대로 적용해야 했다. 43 ㎡ 규모지만 세 식구가 살아갈 공간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설계를 시작했다.
■공간 내부에 또 다른 공간
이 집은 ‘눈금’이라는 의미의 ‘그리드(grid)’ 개념을 적용해1cm도 놓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정교하게 설계했다. 규모는 정말 작지만, 어쩌면 가장 풍요로운 공간 구성을 시도한 집이라고 할 만하다.
‘부피 안의 부피’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하나의 공간 안에 작은 공간(다락)이 있고, 거실 공간 밖으로 또 다른 공간(pergola)이 나오도록 설계했다. 퍼걸러는 옥외에 그늘을 만들기 위해 설치하는 기둥과 선반으로 이루어진 구조물이다.
2D 공간이 아닌 입방체 공간을 고려했고, 다락은 부피를 이용한 전형적인 설계 기법을 적용했다. 딸을 위해 비밀 요새 같은 공간을 계획했는데, 화장실 바닥 레벨을 조금 낮춰 최소한의 높이로 만들고 난 뒤 그 위로 다락을 들였다.
마당에는 루프 시스템이 설치된 퍼걸러 공간, 딸 방 앞으로 전용 테라스 공간, 주방 앞으로는 다용도 공간 등 다양한 외부 공간을 조성했다.
■다락과 포켓 테라스의 반전
같은 43㎡도 아파트와 주택은 다르다. 주택은 외부 공간을 이용해 내부 공간의 확장성을 꾀할 수 있어 실제로 주택 43㎡에서는 훨씬 더 넓은 면적으로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거실 앞 퍼걸러 공간은 또 다른 거실의 연장선이자 다양한 목적을 지닌 공간이 된다. 루프 시스템을 이용해 차양막을 만들어 외부 공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했다.
현관문 옆에 조성한 작은 포켓 테라스는 면적에 들어가지는 않지만 주방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딸 방 옆 외부 공간도 동일한 개념이다. 이렇게 다양한 외부 접지 공간은 주택에 풍요로움을 선사하고 좁은 면적의 집이지만 두 배 이상 공간감을 느끼도록 해준다.
다락방은 이 집의 또 다른 반전 공간이다. 한창 비밀이 많은 나이인 딸을 위한 제3의 공간이기도 하다. 다락방 불을 끄면 알전구에 불이 들어오는데, 벽에 빔프로젝터를 쏘아 영화도 볼 수 있게 했다. 이 다락방은 화장실 바닥과 층고를 낮추면서 생긴 공중 공간을 활용한 것인데 앞으로 이 방에서 소녀가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파주 협소주택 건축 개요]
대지 위치 : 파주시 법원읍
지역 용도 : 일반상업지역, 자연녹지지역, 제2종 일반거주지역
대지 면적 : 225㎡
건축 면적 : 45.08㎡
연면적 : 45.08m㎡
조경면적 : 11.89m㎡
건폐율 : 20.036% (법정 : 상업 70%)
용적률 : 20.036% (법정 : 상업 700%)
공사기간 : 79일 (2016년 10월~2017년 1월)
구조 : 철근콘크리트 기초 위 중목구조
외부마감 : 외단열 공법 위 특수 모르타르
내부마감 : 석고보드 위 도배 마감, 규조토 보드
지붕 마감재 : 컬러강판
외벽 단열재 : 비드법 2종
내벽 단열재 : 수성연질 우레탄폼, 그라스울 단열재
천장 단열재 : 수성연질 폴리우레탄폼
창호재 : PVC 이중 창호마감, 슬라이딩 포켓 도어
현관 디딤판 : 인조대리석
싱크대 상판 : 인조대리석
바닥재 : 강마루, 쉬움
양진석 대표는 성균관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교토대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안양대에서 공학박사를 받았다. 와이그룹 대표이며 건축교육프로그램 NA21과 파이포럼 주임교수로 있다. 그의 저서 ‘집 짓다 담다 살다’(컬쳐그라피)는 방송을 통해 지은 6채의 집을 그 계획부터 설계, 완성에 얽힌 이야기와 방송에서 만날 수 없었던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