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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리더] "도시 재생, 民間 아이디어 모으면 서울이 뉴욕 뺨칠 것"

뉴스 진중언 기자
입력 2017.11.08 22:05

['부동산 산업의 날' 행사 총괄 '1세대 디벨로퍼' 문주현 회장]

"보존할 곳은 확실히 보존하고 낙후된 곳은 과감히 바꿔서 '콤팩트 시티'로 만들어야
國富총액 86%가 부동산 자산… 부동산 산업에 국가 미래 달려"

"글로벌 시장에서 국가 경쟁력은 곧 '도시 개발' 결과물에 따라 달라질 겁니다. 정부가 강조하는 도시 재생 사업도 새로운 흐름을 고민해야 합니다."

지난 6일 만난 문주현(59) 엠디엠(MDM)그룹 회장은 최근 부동산 시장 화두인 '도시 재생'에 대해 분명한 철학을 드러냈다. "역사·문화적 가치 때문에 보존이 필요한 곳은 확실하게 보존해야죠. 그러나 낙후된 지역은 도시 인프라를 전면적으로 재구성해 '콤팩트 시티'를 만들어야 합니다." 콤팩트 시티(compact city)란 직장을 포함, 주거·상업·의료·복지 등 도시 필수 기능을 한곳에 모아 공동화(空洞化) 현상을 해결하는 것이다.

문주현 회장이 6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부동산 산업을 어떻게 활성화하느냐에 따라 국가와 국민의 미래가 달라진다”며“과감한 규제 완화와 인센티브 제공으로 도시 재생에 민간 아이디어를 끌어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문 회장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를 걱정하지만, 개발 사업으로 도심에 랜드마크 빌딩이 생기면 기업이 입주하고, 일자리가 생기고, 도시가 활기를 찾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 주도로만 도시 재생을 궁리하지 말고, 과감한 규제 완화와 인센티브 제공으로 민간 아이디어를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도쿄 '롯폰기힐스', 뉴욕 '타임워너센터',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처럼 정부와 민간이 손잡고 도시 경쟁력을 끌어올린 대형 개발 사업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민간 디벨로퍼 상상력만 현실화해도 서울 역시 뉴욕 못지않은 세계의 상징(icon)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1세대 디벨로퍼(developer)로 꼽히는 문 회장이 역할 모델(role model)로 삼는 대상은 100년 넘은 역사를 가진 일본 최대 부동산 기업 미쓰이나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는 "전에는 부동산 개발이라고 하면 뭔가 손가락질하려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이젠 다르다"면서 "비어 있는 땅에 무한한 창의력을 쏟아부어 새로운 도시 공간을 창조하는 마법사가 바로 디벨로퍼"라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산업을 어떻게 활성화하느냐에 따라 국가와 국민의 미래가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국부(國富) 총액의 86%가 부동산 자산인 걸 아세요? GDP의 8%를 책임지고, 관련 종사자는 41만명에 달합니다. 삶의 터전인 집과 일터, 국가의 모든 산업과 금융의 근간(根幹)이 부동산입니다."

문 회장은 한국부동산개발협회(KODA) 회장 자격으로 오는 1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와 인터컨티넨탈서울코엑스 일대에서 열리는 '제2회 부동산 산업의 날' 행사를 총괄한다. '도시와 미래를 바꾸는 힘, 부동산 산업'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잡(job)페어, 학술 콘퍼런스 등을 마련한다. 그는 "개발, 시공, 임대, 중개, 감정평가, 관리 등 다양한 부동산 산업 종사자가 모여 더 좋은 서비스와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고민을 나누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문 회장은 '8·2 부동산 대책' 등 정부가 최근 내놓은 규제 일변도 정책에 따른 시장 변화를 우려했다. "정부가 하겠다면 막을 수 없으니 당분간 부동산 시장은 위축되긴 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다주택자가 집을 내놓아도 서울 강남처럼 입지가 좋고 수요가 몰리는 상품 하나는 챙길 테고, 그럼 (인기 지역과 비인기 지역 간) 집값 '양극화'는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단기적으로는 정부 (부동산 규제) 정책이 효과를 볼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론 부동산 가격은 결국 우상향(右上向) 곡선을 그릴 겁니다. 주식 투자로 돈을 버는 건 문제 삼지 않으면서 부동산은 왜 유독 색안경을 끼고 보는지 모르겠습니다."

문 회장은 업계에서 '미다스의 손' '샐러리맨의 신화' 같은 수식어로 통한다. 그는 IMF 외환 위기 때 다니던 회사(나산그룹)가 부도나면서 5000만원을 들고 엠디엠을 창업했다.

분양 대행으로 자리를 잡은 문 회장은 2007년 디벨로퍼로서 첫 프로젝트인 부산 '해운대 푸르지오 월드마크 센텀'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이후 경기도 판교와 광교신도시, 서울 송파구 문정동, 고양 삼송지구 등에서 손대는 사업마다 '대박'을 터뜨렸다. 지금은 상장 기업인 한국자산신탁을 비롯, 한국자산캐피탈, 한국자산에셋운용 등을 자회사로 둔 종합 부동산 그룹을 이끌고 있다. 최근 홍콩에 본사를 둔 글로벌 자산운용사 거(Gaw)캐피탈과 손잡고 미국 등 해외시장 진출도 선언했다.

문 회장은 검정고시를 거쳐 27세에 대학에 들어갔다. 요즘 말로 '흙수저'였다. 문 회장은 "멀리서 산을 보면 저걸 어떻게 오르나 싶지만, 막상 산 밑에 가면 올라가는 길이 수십 갈래 나온다"면서 "기업인에게도 '일단 해보자'는 도전 정신이 성공의 지름길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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