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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재건축 '끝판왕'… 50층? 35층?

뉴스 진중언 기자
입력 2017.11.08 16:11

압구정, 최고 49층 고집하던 은마아파트 35층으로 낮추자 행보에 관심

잠실주공, 은마… 이제는 압구정 현대. 서울 대표적 재건축 아파트 단지로 꼽히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 5단지' 사업 윤곽이 드러나면서 부동산 시장 관심은 '현대아파트'란 이름으로 대표되는 강남구 압구정동으로 쏠리고 있다.

잠실주공 5단지는 지난 9월 일부 동(棟)을 최고 50층까지 높이는 재건축안이 서울시를 통과했다. 반면 최고 49층을 고집하던 은마아파트는 서울시 반대에 부딪혀 결국 '35층 룰'에 굴복했다. 마천루의 꿈을 접은 것이다.

남은 건 오랫동안 재건축을 놓고 티격태격했던 압구정동 일대 아파트 단지들이다. 한강변을 낀 최고 입지를 자랑, 서울 대표적 부촌(富村)으로 자리매김했던 압구정 아파트들은 그동안 최고 50층으로 초고층 재건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서울시가 2011년 발표한 압구정동 일대 재건축 예상도. 당시엔 40~50층 규모의 초고층 아파트를 허용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압구정 아파트 재건축을 지구단위계획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고, 재건축 아파트 높이는 최고 35층으로 제한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원 안 작은 사진은 압구정동의 대표적 재건축 단지의 모습.

◇압구정동도 '35층 룰' 수용하나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압구정 아파트 재건축을 지구단위계획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아파트 단지를 몇 개씩 묶어 추진하던 기존 계획에서 도로와 학교, 상업시설 등 기반시설까지 재배치하는 대규모 개발계획으로 바꾼 것이다. 압구정동 지구단위계획은 총 24개 아파트 단지를 6개 재건축 사업단위로 구분하고, 이를 특별계획구역으로 묶어 다양한 형태의 개발을 유도한다는 게 골자다. 서울시 한강변 관리 기본계획을 적용, 재건축하는 아파트 최고 높이를 35층으로 제한하는 내용도 담겼다.

서울시는 2014년 발표한 '도시계획 2030플랜'에 따라 한강변을 비롯한 주거지역 공동주택건물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하고 있다. 한강 조망권이라는 공공성을 확보하고 균형 잡힌 스카이라인을 유도한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주요 재건축 단지들은 서울시 35층 제한을 받아들여 재건축을 추진했다. 최근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반포주공 1단지' 1·2·4주구(住區)도 애초 45층 재건축안을 추진하다가 서울시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자 35층으로 낮췄다. 은마아파트 역시 서울시로부터 번번이 퇴짜를 맞다가 주민 투표를 거쳐 35층 재건축을 받아들였다.

서울시가 압구정 지구단위계획안을 심의하면서 35층 규정에 예외가 없음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주민들은 '장기전'을 준비하는 분위기다.

압구정동 한 공인중개사는 "몇 년 후 서울시 방침이나 시장 분위기가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시간을 두고 압구정동만의 특색을 담아낼 수 있게 재건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주민이 많다"고 말했다.

◇압구정3구역 등 추진위 구성 가속

정부의 강남 개발과 함께 조성된 압구정동은 1976년 현대 1~3차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강남 1번지'로 불렸다. 현재 115만㎡에 24개 단지 1만여 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20년 가까이 강남 부촌을 상징하던 압구정동은 아파트가 노후화하고 대치동과 도곡동이 개발되면서 1990년대에 '강남 맹주(盟主)' 자리를 넘겨줬다. 이후 재건축 추진 이야기가 나왔지만, 고층 아파트라 사업성이 떨어지고 상대적으로 재건축에 관심이 적은 고령의 거주민이 많아 사업 추진 속도가 늦었다.

최근 들어 압구정동 일부 단지들이 재건축 추진위원회 구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강남구청은 이달 초 압구정 3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 공공지원 정비사업전문관리 용역을 발주했다. 6일까지 신청을 받아 용역회사를 선정하고 나서 추진위 구성을 위한 선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올 연말이나 내년 초 추진위가 설립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압구정 3구역은 압구정동 369-1 일대 36만㎡ 규모다. 현대1~7차, 10·13·14차 등 총 3840가구로 이뤄져 압구정 지구 중 가장 규모가 크다. 한강변 돌출부에 자리 잡고 있어 압구정동에서도 최고 '노른자위'로 꼽힌다.

1340가구 규모의 압구정 4구역(현대8차, 한양3·4·6차)은 주민 절반 이상의 동의를 확보해 조만간 추진위 설립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5구역(한양1·2차)은 추진위 설립을 마무리했다.

◇신(新)고가 신고하고 호가도 강세

정부의 잇따른 규제로 서울 주택 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선 상황이지만, 강남권 대표 재건축 단지는 호가(呼價)가 오르고 실거래 가격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35층 재건축을 선택한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는 최근 호가가 14억원까지 올랐다. 잠실주공 5단지 전용 76㎡는 16억원 안팎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압구정동 일대 아파트값도 강세다. 압구정동 인근 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최근 '현대 1·2차' 전용 163㎡가 31억원에 거래됐다. '8·2 대책' 발표 이전 최고가인 30억원을 뛰어넘는 가격이다. 같은 단지 전용 196㎡는 최근 40억원짜리 매물도 등장했다. 인근 중개업소 담당자는 "반포 등 다른 강남권 집을 처분하고, 재건축 프리미엄이 기대되는 압구정동으로 이사를 오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광석 리얼투데이 이사는 "압구정동 재건축 단지는 입지 면으로는 서울에서 첫손에 꼽을 수 있다"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재건축 사업이 마무리되면 일대가 강남 최고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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