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교통=돈' 환승센터 주변 집값, 진짜 올랐나

뉴스 이윤정 기자
입력 2017.11.04 06:30

지하철·버스·택시를 한 곳에서 탈 수 있는 대중교통 환승센터. “교통 좋은 곳에 돈이 몰린다”는 격언처럼 부동산 시장에서는 대형 호재로 꼽힌다. 실제 대부분 환승센터는 교통 편의성이 뛰어나 유동 인구가 몰리고 백화점·쇼핑몰 등을 갖춘 매머드 상권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이 때문에 지역 개발을 위해 최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복합환승센터 확충에 사활을 걸고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변 집값이나 상가 가격도 들썩거리게 마련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조선일보 땅집고가 전국 환승센터 주변 부동산 가격을 조사해 봤더니 집값은 일부 지역에서 90%까지 치솟는 등 대체로 긍정적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오히려 집값이 떨어진 곳도 나왔다.

서울시 동대문구에 있는 청량리역환승센터. /네이버 거리뷰 캡처


■환승센터 효과에 주변 집값 ‘들썩’

서울시 동대문구 전농동의 '래미안 전농 크레시티'는 지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 중 하나다. 이 아파트 84.98㎡(이하 전용면적)는 지난 9월 7억3000만원(14층)에 팔렸다. 인근 ‘전농래미안아름숲’ 84㎡가 5억8000만원(13층)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억5000만원 비싼 것이다.

래미안 전농 크레시티도 처음부터 '귀한 대접'을 받은 건 아니었다. 2013년 4월 준공 당시 미분양이 쌓여 계약자에게 입주지원금까지 줄 만큼 골치를 썩였다. 그러나 입주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2013년 4월 84㎡의 3.3㎡당 매매가가 1545만원에서 현재 2090만원으로 35%나 오른 것. 같은 기간 동대문구 평균 상승률(16%)보다 19%포인트 높다.

래미안 전농 크레시티 아파트 전용 84㎡ 매매가 추이. /이윤정 기자


현지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아파트가 환승센터 후광(後光)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분석한다. 단지에서 도보 8분 걸리는 청량리역 환승센터의 경우 지하철 1호선·경의중앙선·경춘선 ITX·KTX 등 각종 철도망이 거미줄처럼 지나고, 60여개 버스 노선이 다닌다. 전농동의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청량리역 환승센터를 이용하면 서울 도심은 물론 교외 지역도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며 "출퇴근족 수요가 몰리면서 집값도 덩달아 상승했다"고 했다.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의 센트라우스 아파트도 올 6월 개통한 수원역 환승센터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 아파트 84㎡의 3.3㎡당 평균 매매가는 환승센터 착공 당시인 2014년 7월 909만원. 올해 6월 개통 직후 959만원, 현재는 984만원까지 상승했다. 서둔동의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환승센터가 들어섰다고 당장 집값이 급등한 건 아니지만 꾸준한 상승세"라며 "매수 문의도 배 이상 늘었다”고 했다. 수인선(수원~인천 복선전철)을 내년 6월부터 수원역 환승센터 지하에서 탈 수 있게 되면 유동인구는 더 증가할 전망이다.

대구시 동구에 위치한 동대구역./ 위키피디아 제공


■인근 상가 권리금·월세도 올라

지방에서도 환승센터 효과는 뚜렷하다. 동대구역 환승센터에서 도보 8분 걸리는 태왕메트로시티 아파트가 대표적. 이 아파트 84㎡의 3.3㎡당 매매가격은 동대구역 환승센터 건설 이전인 2010년 10월 467만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공사가 시작된 2014년 2월 668만원으로 상승했다. 완공된 지난해 12월엔 890만원까지 치솟았다. 6년간 약 90% 올랐다. 같은 기간 대구 동구 전체 아파트값 상승률은 67%에 그쳤다.

대구 동구에 위치한 동대구역 광역복합환승센터 위치. /네이버 지도 캡처


유동 인구가 몰리면서 상권 몸값도 뛰었다. 대구시 동구청에 따르면 지난 9월 한 달간 동대구역 복합환승센터에서 승차한 인원은 27만여명. 동구청 관계자는 "하차인원까지 포함하면 지난달에만 67만명이 동대구역 환승센터를 이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동대구역 인근 B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환승센터 설치로 유동인구가 늘어나면서 상가 권리금을 비롯한 보증금, 월세가 모두 배 이상 뛰었다"며 "이제는 환승센터 앞에 점포를 얻으려면 권리금은 1억원 이상 줘야 한다"고 했다. C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건물주들은 시세가 더 오를 것으로 확신하고 아예 물건을 내놓지 않는 분위기”라고 했다.

■“환승센터, 무조건 호재는 아냐”

서울 도봉산역 광역환승센터 전경. /도봉1동주민센터 홈페이지 캡처


환승센터가 들어선다고 무조건 집값이 뛰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 도봉구 도봉동의 H아파트가 대표적. 2010년 1월 환승센터 착공 당시 이 아파트 3.3㎡당 평균 매매가는 1161만원. 그런데 환승센터가 운영에 들어간 2013년 7월엔 903만원대로 22%나 하락했다. 지금은 1064만원으로 약간 회복됐지만 여전히 2010년 수준에는 못 미친다.

이 아파트에서 도보 5분 거리의 도봉산역 광역환승센터는 서울·경기를 오가는 버스와 택시의 환승정류장, 지하철 1·7호선 도봉산역이 연결돼 있다. 문제는 다른 환승센터보다 외진 곳에 있어 주변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도봉산역 환승센터는 외곽이어서 도심권 환승센터보다 이용객이 많지 않다"며 "지역 자체도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곳이 아니어서 상권 형성이나 집값 상승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환승센터 주변이 대체로 투자 유망한 것은 사실이지만 ‘묻지마 투자’는 금물이라고 조언한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환승센터가 주변 부동산 가격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려면 지역 특성, 소비 패턴 등 여러 요인이 맞아떨어져야 한다"며 "상권이 형성되기 힘든 환경이거나 사람들이 환승만 하고 돈을 쓰지 않으면 호재로 작용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이미 형성된 상권의 경우 환승센터가 되레 악재가 될 수도 있다”며 “환승센터와 연계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가 생기면 주변 상권 수요를 모두 빨아들일 우려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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