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기에는 우리 집이 두 채로 나누기에 딱 좋은 것 같은데….”
조선일보 땅집고와 세대분할 종합인테리어 회사인 얼론투게더가 대형 아파트 효자 만들기 프로젝트로 시작한 ‘투·하우스’ 사업. 경기도 김포에 사는 정용희씨는 사업 신청 접수가 시작된 지 며칠 만에 확신에 찬 목소리로 전화를 걸었다. 그로부터 한 달여만에 그는 기존 아파트를 나눈 첫 사례의 주인공이 됐다.
투·하우스란 이미 지어진 대형 아파트 1채를 2채로 분할해 큰 집에 소유주가 살고 작은 집을 임대하거나, 2채 모두 세를 놓아 매달 임대료를 받는 사업이다. 일명 세대분할 사업이라고도 한다.
집을 나눌 때는 2채 모두 독립생활이 가능하도록 침실과 주방, 욕실, 별도 출입문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 관할 시·군·구청을 통한 행위허가 신청과 사용검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별도 기준이 없어 음성적으로 무허가 분할 사업이 진행되는 경우가 있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난 7월 공동주택 세대분할 가이드라인을 정식으로 발표했고, 정씨는 이 기준에 맞춰 적법하게 집을 분할한 국내 1호 케이스다.
그가 소유한 집은 김포시 운양동 ‘한강신도시e편한세상’ 176㎡형. 정씨는 “예전부터 집이 너무 커서 둘로 나눠 세를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왔는데, 마침 기회가 찾아왔다”고 말했다. 얼론투게더 최한희 대표는 “정씨의 집은 마치 세대분할을 위해 지은 것처럼 딱 떨어졌다”고 했다.
정씨는 얼론투게더를 통해 지난 10월 초 주민동의서를 받아 김포시청에 행위허가를 신청한 후 착공했다. 공사는 휴일을 포함해 열흘, 사용검사필증을 받는데 나흘 걸렸다. 결국 2주일만에 세대분할 과정이 모두 끝난 셈이다.
정씨는 세대분할을 통해 자신이 거주할 전용 90㎡ 투룸과 임대놓을 전용 50㎡ 투룸을 만들었다. 임대용 투룸은 침실과 주방 겸 거실, 욕실을 갖췄다. 두 세대의 각 출입구에는 철제 방화문을 달아 소음을 차단하고 보안성도 높였다.
땅집고는 지난 1일 ‘투·하우스 김포 1호’ 주택 소유주인 정씨를 만났다.
-왜 집을 나눴나.
“우리 집은 공급 면적이 176㎡(53평)나 되는 대형 아파트다. 방 4개에 화장실도 2개다. 이 집에 나와 아내, 딸까지 세 식구 밖에 안 사는데 딸 아이마저 곧 독립한다. 멀쩡한 방 2개는 쓸모가 없어질 상황이었다. 내가 부동산중개업을 하기 때문에 집을 나누면 현금이 나올 게 확실하다고 봤다. 그런데 빈방으로 놀릴 이유가 없지 않나.”
-지은 지 5년 밖에 안됐다. 좀 아깝지 않았나.
“물론 새 아파트여서 좀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요즘엔 새 아파트도 대형은 인기가 없다. 한강신도시에서도 소형은 시세가 제법 올랐지만 대형은 꿈쩍도 안한다. ‘왜 우리 집값만 안 오르냐’고 불평해봐야 소용없다. 집이 너무 커서 저평가됐다면 분할해서 작은 집으로 만들면 된다. 큰 집엔 내가 살고, 작은 집은 월세놓으면 된다. 복잡하게 생각할 이유가 있나. 나는 과감하게 질렀다.”
-집을 나눈다고 가치가 오를까.
“큰 집이 저평가된 이유는 간단하다. 쓰지 않는 공간이 많기 때문이다. 집을 나눠 쓰지 않는 공간에서 월세가 나온다면 집의 가치는 저절로 올라간다. 별 수입이 없는 은퇴자 입장에선 전원 주택보다 월세가 나오는 이런 집을 사는 게 낫다. 이미 분양할 때부터 분리해서 나온 ‘세대분할 아파트’는 같은 평형이라도 집값이 더 비싸다. 세대분할 아파트는 같은 단지, 같은 크기에서도 가치가 더 나간다는 것은 이미 시장에서 증명됐다.”
-이제 막 조성되는 신도시인데 세입자가 들어올까요.
“내가 이 지역에서 중개업소 운영하는데 그걸 모르겠나. 운양동에도 오피스텔 들어서고 원룸이나 투룸 수요도 꽤 많다. 오피스텔은 빈방도 거의 없다. 우리 집은 세대분할한 작은 집이 방 2개여서 보증금 1000만~1500만원 정도에 월세 60만원은 충분히 받는다. 도시철도 운양역이 내년말 개통하면 원룸이나 투룸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다. 그 때쯤이면 월세가 좀 더 오를 것이다. 40평, 50평짜리는 찾는 사람이 없어도 원룸이나 투룸은 언제, 어디서나 수요자가 붙는다. 임대 조건만 시장 가격에 맞추면 임자가 있다.”
-공사비가 부담스럽지는 않았나.
“월세 놓으면 보증금을 받잖아요. 그걸로 공사비 충당하면 내 돈이야 별로 들어갈 것도 없다. 서울이라면 집주인들이 보증금 받아서 공사비 내고도 남을 겁니다.”
-월세 60만원이면 좀 적지 않나.
“은행에 5억~6억 넣어놔도 월 60만원 나올려나. 자식한테 월 60만원씩 용돈받는 부모가 몇 명이나 되겠나. 큰 돈은 아니어도 쓸모없는 방을 나눠서 생기는 월세 수입치고는 적지 않은 돈이다.”
-전기요금, 난방비, 관리비, 수도요금은 어쩌죠.
“전기는 각각 별도 계량기를 달았다. 그것보고 나눠내면 된다. 난방비와 관리비, 수도요금은 주택 사용면적과 가족 수에 따라 나눠서 월세랑 같이 받을 계획이다. 한번만 룰을 정하면 문제없다고 본다. 오피스텔도 비슷하다.”
-현관을 같이 쓰면 불편하지 않을까.
“전혀 불편하지 않다면 거짓말일테고, 익숙해질 때까지는 약간 불편함도 있을 것으로 본다. 그래도 우리 집은 전실(前室)이 있어서 좋다. 물론 현관부터 둘로 분리되면 딱 좋았겠다는 생각은 든다. 하지만 이 정도 불편을 감수하고 월세받으면 괜찮은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