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19세기 美 전역을 흥분시킨 기막힌 의자

뉴스 정은미 상명대 겸임교수
입력 2017.11.03 06:50

인류 역사와 함께한 나무는 가구 재료로 나날이 주목받고 있다. 특유의 친근함과 자연스러움 때문이다. 목가구는 한 번 인연을 맺으면 다음 세대에 대물림할 만큼 정이 든다. 땅집고(realty.chosun.com)는 정은미 상명대 겸임교수와 함께 목가구가 우리 삶의 안식처로 자리잡기까지 거쳐온 기나긴 여정을 따라가 본다.

[정은미의 木가구 에피소드] ④현대 가구의 원형을 찾아가다

19세기 미국으로 건너온 셰이커교도가 만들어 미 전역에 크게 유행시켰던 흔들의자. /www.wikimedia.org


19세기 전반에 간결한 비례와 기능성으로 현대 가구의 원형이 된 셰이커(Shaker)가구는 공동 생활과 금욕주의적인 삶을 살았던 셰이커 교도들이 처음 만들었다. 이들은 꾸밈없는 재료로 기능성이 담긴 외형의 가구를 생산했다. 사물을 만드는 것 자체가 기도하는 행위라 믿었던 그들은 솔직함과 단순함이 어떻게 기능적 아름다움을 갖춘 가구로 구현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줬다. 이 가구들은 실내 공간을 비롯해 가구에 대한 새로운 모델로서 현대 가구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1800년대 후반 미국에서는 셰이커 교도의 가구가 대중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당시 미국에서는 유럽에서 전파된 신고전주의 양식이 유행했다. 조각이나 금속장식, 상감 등의 시각적인 면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었다. 반면 셰이커 교도들이 종교적 신념에 바탕을 두고 제작한 가구는 공간 활용과 생활 방식에 도움을 주는 절제된 형태의 독창적인 모습이었다.

■검소함과 자급자족이 낳은 미니멀한 가구

셰이커 교도는 18세기 후반 영국의 앤 리(Ann Lee)를 주축으로 만들어졌다.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이주한 그들은 19세기 초 여러 개의 커뮤니티를 설립했다. 메인(Maine)주에서부터 인디애나(Indiana)주에 걸쳐 19개 마을에 사는 약 6000명의 회원을 두며 점차 확대됐다.

그들은 유토피아를 꿈꾸면서 평등, 금욕주의라는 규율을 정하고 자급 자족하며 공동생활을 했다. 이들의 신념은 생활 전반에 영향을 줬고 그 중 하나가 자신들이 사용할 가구를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해 이웃 마을에 판매하는 것이었다. ‘아름다움이 실용성에서 발생한다’는 목표에 따라 가구에 장식을 엄격히 배제하고 재료 자체와 구조를 솔직하게 드러냄으로써 단순하고 기능적으로 유용한 것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셰이커 교도들의 트레이드 마크인 사다리 의자에 앉아 공동작업을 하는 모습. /ⓒGetty Images, Hulton Archive, www.magnoliabox.com


공동체 생활을 고려한 공간 활용과 자급자족 시스템을 위한 작업용 가구가 주된 아이템이었다. 예를 들면 작업 테이블, 의자, 벤치 그리고 효율적인 수납을 위한 붙박이장과 서랍장 등은 간결한 셰이커가구의 특징이 잘 나타난다. 바닥을 깨끗이 유지하기 위해 벽을 따라 페그 레일(Peg Rail)을 설치하고 의자를 비롯한 대부분 생활용품을 벽에 걸어 보관했다.

마음의 여유, 평화로움의 상징이자 귀한 손님에게 존경의 의미로 내줄만큼 미국인들이 아끼는 ‘흔들의자’를 유행시킨 것도 셰이커 교도였다. 셰이커 가구는 지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나무를 사용했다. 한 가구에도 다양한 종류의 나무가 쓰였는데, 부위별·목적별로 적합한 수종을 선택해 사용했다. 단풍나무는 힘을 많이 받지 않는 가냘픈 구조에, 물푸레나무와 히코리는 구부리는 부분에 사용했다. 소나무는 부드럽고 작업하기 수월해 다양한 가구에 이용했다. 더욱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기계를 사용해 단순하고 쉽게 만들었다.

드롭 리프(Drop Leaf) 테이블 . 경첩을 달아 안 쓸 때는 접어놓고 필요한 경우에는 올려 상판의 면적을 넓혀서 쓸 수 있다. 끝으로 갈수록 호리호리하게 가늘어지면서 상쾌함을 자아내는 선반가공 다리는 무게를 줄이기 위한 아이디어다. /www.shakerworkshops.com


■셰이커의 트레이드 마크 ‘사다리 의자’

등받이를 가로지르는 여러 개의 막대로 인해 사다리 의자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 의자는 셰이커 가구를 대표한다. /www.shakerworkshops.com


등받이를 가로지르는 여러 개의 막대가 사다리를 연상케 해 이름이 붙여진 ‘사다리 의자’는 셰이커의 트레이드마크다. 목선반 가공으로 깎아낸 버섯 형태의 손잡이가 달린 팔걸이 의자로, 이후에 다양한 모델로 변형돼 생산했다. 셰이커는 공동 소유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의자는 이동이 편하도록 가볍게 만들어져 기도나 청소할 때는 벽에 걸어놓을 수도 있었다.

벽에도 걸 수 있도록 가볍고 편하게 만들어진 사다리의자. /출처: ⓒwww. coloradonest.com


공동생활을 위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벽을 따라 페그 레일(Peg Rail)을 설치하고 의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생활용품을 벽에 걸어 보관했다. / 출처: ⓒPhoto Credit _ Eliza Brown / Flickr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전시된 셰이커룸. /www.wikimedia.org


그들의 제품은 19세기 미국 전역에 영향을 미쳤고, 1876년 필라델피아 센테니얼(Centennial) 박람회에서 셰이커의 가구 전시회를 개최하면서 세계에 알려지게 됐다. 장식이 배제된 단순함과 자연스런 마감, 기능성 등의 디자인 특징은 현대 가구 디자인 중에서도 특히 스칸디나비아에 영향을 줬다. 조지 나카시마 (George Nakashima), 한스 웨그너 (Hans Wegner)와 같은 거장들의 가구에서도 그들의 영향을 엿볼 수 있다.

셰이커는 19세기 후반 서서히 자취를 감췄지만 셰이커 가구는 미국과 영국의 예술·역사박물관과 수많은 개인 컬렉터들이 소장하고 있을 만큼 지금도 전 세계에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정은미 상명대학교 겸임교수

정은미 상명대 겸임교수는 상명대에서 목공예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이탈리아 밀라노 도무스아카데미 대학원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 목조형 작품인 얼레빗 벤치 ‘여인의 향기’가 중학교 미술교과서에 수록됐다. ‘정은미의 목조형 가구여행기’와 ‘나무로 쓰는 가구이야기’를 출간했다. 현재 리빙오브제(LIVING OBJET) 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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