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일대 빌딩 리테일 유치 붐]
레스토랑·쇼핑몰·호텔 등 상업시설 배치해 변신 꾀해
사무실 유치 경쟁 피하면서 관광객과 쇼핑객 이끌어
같은 공간 더 비싸게 활용… 空室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
요즘 서울 명동 근처 사무용 빌딩들이 저층(低層)에 레스토랑·쇼핑몰·호텔 등 '리테일(retail·상업 시설)'을 유치해 변신을 꾀하고 있다. 강북 도심 지역에 대규모 오피스 빌딩이 대거 늘어나면서 심화되는 기업 사무실 유치 경쟁을 피하면서 집객 효과가 높은 레스토랑·쇼핑몰 등을 들여 관광객과 쇼핑객이 많은 '명동' 지역의 이점(利點)을 살리는 것이다.
◇사무실 책상 빼내고 부엌 넣는 빌딩들
서울역 인근 대우재단빌딩은 지난 5월 개장한 '서울로7017'과 연결하기 위해 리모델링을 한 뒤 '서울로 테라스'라는 식당가를 열었다.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에는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쌀국수 전문점 '에머이'와 소고기 전문점 '한육감', 콩나물국밥 전문점 '삼백집'과 각종 카페 등을 유치했다. 최근 이곳은 야경과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이 찾아오면서 밤늦게까지 붐비는 '명소'가 됐다.
부영이 옛 삼성생명빌딩을 인수해 이름을 바꾼 서울 중구 태평로 2가 '부영태평빌딩' 지하 2층에는 지난달 대형 식당가인 '식객촌'이 문을 열었다. 직원용 구내식당이 있던 이곳은 지역별 유명 맛집이 들어오면서 하루 평균 3000여명이 찾는다.
작년 말 서울 중구 저동에 문을 연 대신증권 신사옥 '대신파이낸스센터'는 지하 2층부터 지상 2층까지 유명 레스토랑을 모아 올해 말 '디스트릭트 엠(District-M)'이라는 식당가를 열 예정이다. 집객 효과를 높이기 위해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브런치 레스토랑 '롱브레드', 강남구 신사동의 고급 일식 전문점 '갓포레이' 등을 들여왔다. 김송규 대신F&I 전무는 "같은 건물이라 해도 사무실 용도일 때보다 레스토랑 등 상업 시설 용도일 때 임대료가 2배 정도로 비싸다"며 "유동 인구가 많아지도록 해 건물을 활성화한다는 목적도 크다"고 말했다.
최근 건물 주인이 바뀐 명동 지역 오피스 빌딩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도 사람들이 접근하기 쉬운 저층부를 상업 시설로 바꾸는 일이다. 미국계 부동산 투자회사 안젤로고든이 인수한 KB국민은행 명동 본점 건물은 쇼핑몰과 호텔이 함께 들어서는 복합 건물로 개발할 예정이다. 지상 1~8층은 쇼핑몰과 식당가를 만들고, 지상 9~16층은 호텔로 만들어 2021년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리모델링에 들어가는 청계천 인근 대우조선해양 빌딩도 로비와 사무실, 직원용 헬스장으로 쓰이고 있는 지하 1층부터 지상 2~3층까지를 내년 하반기 리모델링해 유명 셰프의 고급 레스토랑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같은 공간을 더 비싸게 파는 방법"
빌딩 저층부를 리테일, 특히 한 가지 주제로 다양한 상업 시설이 있는 몰(mall) 형태로 바꾸는 이유는 건물 전체를 사무실로 쓸 때보다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단순히 식사를 할 수 있는 음식점을 들이는 게 아니라 만남 장소나 회의·회식 등이 가능한 다양한 업종으로 꾸미면 그만큼 고객이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다. 최근 서울에 대형 사무용 빌딩이 늘어나면서 임차인을 찾지 못한 사무용 빌딩이 공실(空室)로 골머리를 앓는 것과 비교된다.
특히 명동의 경우 다른 상권보다 임대료 상승 폭이 높아 이익이다. 실제로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명동 지역의 리테일 임대료는 1㎡당 93만7714원으로 지난 5년 동안 33% 상승했다. 같은 기간 강남·가로수길 상권은 19%, 21% 올랐다.
김성순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전무는 "최근 도심권에서 신규 프라임 오피스가 대거 공급되면서 여의도·도심 지역의 사무용 빌딩은 임차인을 찾지 못해 공실 등의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감가상각으로 인해 가격이 떨어지는 사무실과 달리 레스토랑·쇼핑 공간 등은 소문이 나서 사람이 몰리면 몰릴수록 임대료를 높게 받을 수 있고 유동 인구 증가로 빌딩의 가치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