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규제 조치로 서울과 수도권 주택 시장이 조정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대부분 정책 효과로 집값이 조정받는 2018년이 오히려 집 사는데 적기(適期)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조선일보 땅집고가 ‘10·24 가계부채 대책’ 발표 이후 부동산 전문가 10명 대상으로 ‘주택 구입 적기를 언제로 보느냐’는 물어본 결과, 8명이 ‘2018년 중’이라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8·2 대책과 10·24 대책 등 연이은 강력한 규제로 내년 상반기까지는 주택 시장에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이같은 조정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며 조정이 끝나면 서울 중심으로 집값이 안정적인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주택 수요자들은 지금보다 저렴한 값에 구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내년을 주택 구입 적기라고 보는 이유는 강력한 규제들이 현실화하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 1월 1일부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부활한다. 다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이 어려워지는 신(新) DTI(총부채상환비율)도 1월부터 시행된다. 4월 1일부터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제도 역시 적용된다.
여기에 수도권에서는 내년에 아파트 입주가 쏟아진다. 10년 평균치(20만가구)의 150%인 31만가구의 입주가 예상되면서 곳곳에서 전세금이 하락하고 지역에 따라 저가(低價) 급매물이 쏟아져 나올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2018년에 가계부채 종합대책 후속 입법이 현실화하고 입주 물량 증가 여파로 매수자 우위 시장이 형성될 전망”이라며 “자금력만 있으면 좋은 매물을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임채우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도 “무주택자라면 2~3년 후 입주해 상대적으로 부동산 대책 효과가 반감되는 신규 분양 아파트 청약이 좀 더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최근 2~3년간 단기 투자 목적으로 청약을 넣은 물량들이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늘어나 다수 매물로 나오는 내년에 가격 경쟁력 있는 아파트를 알아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이 내년을 주택 구입 기회로 보는 또 다른 이유는 정책 효과로 인한 일시적인 조정이 장기적인 집값 하락으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집값은 공급 부족과 저금리로 축적된 부동자금에 의해 장기적으로 꾸준히 오를 것”이라며 “정부의 계속되는 규제와 초과이익환수제 시행에 따른 강남 재건축 집값 추이를 살펴봐야 하지만 단기 조정을 각오한다면 지금 집을 사는 것도 무방하다”고 했다.
이르면 올 연말쯤부터 서서히 금리가 오를 가능성에 대해서도 “현재 경제 상황을 보면 금리 인상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크게 고통스럽지 않을 것”(함영진 센터장)이란 의견이 많았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서울의 경우 실수요자와 신규 주택에 대한 잠재적인 수요가 많아 기준 금리가 내년까지 1회 인상되는 수준으로 서서히 오른다면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채미옥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장은 집값 조정기간이 2018년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면서 ‘2019년 이후 매수’를 추천했다.
채 원장은 “경기도 아파트 입주 물량 영향을 무시할 수 없고 내년에 기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 가격 하락이 끝난 뒤에 매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다만 서울에서는 다주택자들이 시장에 매물을 내놓는 내년 상반기 이후부터 매수를 검토해 볼만하다”고 말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주택 구입을 서두르지 말고 ‘2020년 이후’를 고려하라고 조언했다.
고 원장은 “주택 경기의 선행 지표인 거래량이 줄고 있는데다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매우 강하고, 금리 인상이나 입주 물량 증가 같은 주택 경기 전반의 상황이 불안정하다”면서 “2020년까지는 집값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이 기간 주택 공급이 부족해지면 2~3년 후 다시 전세금과 집값이 뛸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그렇다고 폭락도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주거비 절감과 주거안정 측면에서 실수요자가 내집마련을 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다”고 덧붙였다.
무주택 실수요자, 다주택 투자자 등 자신의 상황에 맞는 다른 매수 타이밍을 내놓는 전문가도 있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실수요자 가운데 부양가족이 많은 장기무주택자라면 타이밍을 따지지 말고 차분히 청약을 통해 내집마련 전략을 짜고, 가점이 낮은 어중간한 사람은 청약조정대상 지역에서는 내년 3월까지 나올 양도세 급매물을 노려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또 “다주택 투자자라면 급할 것이 없으므로 2019년까지 상황을 보며 급매물 전략으로 접근하라”고 말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자금 여력이 있다면 2018년까지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좋지만, 금융권 도움을 많이 받아야 한다면 내년 신DTI·DSR 본격 시행으로 자금마련에 어려움이 생기기 전 조금이라도 상황이 나은 올해 안에 매입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은상 부동산써브 리서치팀장은 “2018년 이후라도 수도권 외곽 중대형 등은 최근 수요 트렌드로 보면 가격 상승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