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가 다음 달 초 부활한다. 정부가 고공 행진하는 분양가를 잡기 위해 8·2 부동산 대책의 후속조치로 내놓은 히든 카드다.
하지만 8·2 부동산 대책 등 고강도 규제로 집값 상승률이 주춤하면서 서울의 경우 1차 적용 가능 지역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여 실효성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풍선효과가 나타난 성남시 분당구와 고양시 일산서구, 대구 수성구 등이 분양가 상한제의 첫 적용 지역이 될 가능성이 높다.
30일 국토교통부,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민간택지의 분양가상한제 적용 요건을 완화한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12일 입법예고 기간을 마치고 규제개혁위원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다음달 초 개정안이 공포·시행돼 기존에 공공택지에만 적용되던 분양가상한제가 민간택지에도 적용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다음 달 주거복지 로드맵을 내놓으면서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도 함께 발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성남 분당구, 대구 수성구 등이 거론되고 있다.
분양가상한제는 아파트를 분양할 때 땅값과 건축비 등을 고려해 분양가가 과도하게 책정되지 못하게 규제하는 제도다. 2005년 당시 노무현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며 이전에 있던 제도를 부활시켰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사문화됐다.
하지만 최근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고분양가 단지들이 늘어나자 정부가 분양 시장 과열을 막겠다며 기존 적용 요건을 낮추는 방법으로 분양가상한제를 부활시켰다.
기본 적용 요건은 최근 3개월간 주택가격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넘어야한다. 이를 충족하면서 ▲최근 1년간 평균 분양가격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넘어서는 경우 ▲분양이 있었던 직전 2개월의 청약경쟁률이 각각 5:1을 초과하는 경우(국민주택 규모 이하는 10:1) ▲3개월간 주택거래량이 전년 동기보다 20% 이상 증가한 경우 등 세 가지 요건 중 하나가 더해지면 된다.
해당 지역은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거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할 수 있다. 업계에선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분양가가 현 시세보다 10~15% 정도 떨어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다만 실제 분양가상한제가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서울 강남권 등 분양가상한제 적용이 필요한 지역에 대해 당장 규제를 적용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실제 서울시의 최근 3개월간 집값 상승률은 0.94%다. 같은 기간 서울지역 물가상승률 0.90%와 비슷한 수준이다. 가장 큰 폭으로 집값이 오른 노원구가 1.34%, 그다음인 동작구가 1.24%로 물가상승률을 2배 이상 웃돌지 못했다.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는 8월 한 달 주춤한 여파로 물가상승률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대형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으로 시장 자체가 움츠러들고 있는 상황이라 분양가 상한제 조건을 충족하는 단지는 소수일 것"이라면서 "최근 3개월이라는 기준 시점을 7~9월로 잡을 것인지, 8~10월로 볼 것인지에 따라 적용 여부가 달라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또 서울의 경우는 대다수의 단지들이 오는 11월 전에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한 단지라 분양가 상한제 대상에서 빠진다. 입주자 모집 승인,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은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한 단지부터 적용하기 때문이다.
반면 성남시 분당구나 대구 수성구의 경우는 8·2 대책 풍선효과로 집값이 많이 오르면서 분양가상한제 적용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분당 집값은 한국감정원 주택가격동향조사 결과 석 달간 4.27% 뛰어 경기지역 물가상승률 0.86% 대비 5배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8월 2.10% 오른 뒤 9월 초 투기과열지구 지정 이후 1.12%로 다소 둔화하긴 했지만 여전히 상승세다.
대구 수성구도 최근 3개월 집값 상승률이 2.43%로 해당 지역 물가상승률의 2배를 웃돌았다. 올 상반기 대구지역에서 분양한 신규 아파트 4개 단지의 평균 청약경쟁률이 116.7대 1을 기록할 만큼 분양 시장도 뜨거웠다.
한편 전문가들은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앞서 분양 원가 공개와 투명한 평가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애초 분양가 상한제의 기준이 되는 기본형 건축비 제도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 역시 분양원가 공개 항목을 현행 12개에서 61개로 늘리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반대로 결국 계류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한 2018년 준공기준 아파트 건축원가 수주는 3.3㎡당 430만원 선으로 기본형 건축비가 건축원가를 상당히 웃돌고 있다"면서 "재료비, 노무비 등 공사비 증감요인을 반영해 고시한다는데 어떤 구조로 산정되는지 전혀 공개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