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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은 두껍게, 주차장은 넓게… 천장은 더 높여라 아파트 '㎝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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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10.25 16:51

깐깐해진 소비자 사로잡기… 건설 업체들 '줄자 마케팅'

요즘 건설업계는 '㎝' 단위의 '줄자 경쟁'이 치열하다. 새로 선보이는 아파트에서 조금 더 높은 천장, 조금 더 두꺼운 바닥, 조금 더 넓은 주차 공간을 내세워 주택 수요자들의 마음을 얻으려는 것이다.

천장을 높이고 바닥을 두껍게 만들면 공사비가 더 든다. 공급 가구 수가 줄 수 있고, 입주자에게 주차 공간을 넓게 제공하는 것도 한정된 부지를 활용해야 하는 건설사 입장에선 수익성이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손실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배선용 대림산업 전무는 "아파트 수요자들이 '상품'을 더 꼼꼼하고 신중하게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건설사마다 작은 차이로 명품을 만들려는 경쟁을 벌이는 중"이라고 말했다.

사진 위부터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레지던스, 아크로 서울포레스트, 영등포뉴타운 꿈에그린./롯데건설 제공, 대림산업 제공, 한화건설 제공

◇"더 넓어 보이게"… 높아진 천장

현행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서는 바닥에서부터 천장까지의 높이를 '최소 2.2m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통상적으로 천장 높이를 약 2.3m로 설계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수치를 훌쩍 뛰어넘는 단지가 속속 등장한다.

천장 높이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은 고급 아파트 시장이다. 수요자인 고소득층이 '좀 더 비싸더라도 좋은 것'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대림산업이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짓는 '아크로 서울포레스트'는 기존 아파트 천장보다 26% 더 높은 2.9m를 기본 천장 높이로 설계했다. 특히 스튜디오 구조로 설계된 전용 97㎡ B 타입은 천장 높이가 3.3m에 달한다. 서울숲과 맞닿은 이 단지는 거실 창문을 '뼈대 없는 대형 통유리'로 설치해 서울숲과 한강 조망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여기에 천장까지 높여 '시야가 확 트이는 느낌'을 극대화했고,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국내 최고층 건물인 서울 잠실의 롯데월드타워 42~71층에 들어서는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레지던스' 중 7가구는 천장 높이가 최고 7.8m인 복층(復層) 구조이다. 분양받은 사람이 인테리어를 하는 방식이라 천장 높이가 낮아질 수 있지만 그래도 5.8~6.2m 수준이라 개방감이 남다르다. 나머지 가구도 천장고를 2.8~2.9m로 설계했다.

거실 천장 가운데를 움푹 팬 형태로 만드는 '우물천장'을 적용하는 단지도 늘고 있다. 온 가족이 모이는 거실 공간만이라도 더 넓어 보이게 하려는 시도이다. 한화건설이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뉴타운 1-3구역에서 분양하는 '영등포뉴타운 꿈에그린'은 전체 가구의 천장을 기존 아파트보다 10㎝ 높은 2.4m로 만들었다. 특히 거실에는 우물천장으로 설계해 천장고를 2.53m까지 높였다. 동원개발이 27일 모델하우스 문을 여는 '시흥시청역 동원로얄듀크'에도 전체 447가구 전체에 2.45m 높이의 우물천장을 적용한다.

◇주차장, 바닥 두께도 '㎝ 전쟁'

천장뿐 아니라 주차장 넓이와 바닥 두께도 예전보다 넉넉하고, 두껍게 설계한다. 통상적으로 폭 2.3m였던 주차 공간의 폭이 넓어지는 추세다. 중·대형차가 많이 늘어난 데다가 동급 차량도 예전보다 폭이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차장에서의 '문 콕' 사고(자동차 문이 찍히는 것)는 급증하는 추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보험 청구 건수 기준으로 2014년 2200건에서 2015년 2600건으로 늘더니 작년 한 해 동안 3400건의 문 콕 사고가 발생했다.

신안이 평택 고덕국제신도시에서 분양하는 '평택 고덕 A-16블록 신안인스빌 시그니처'는 전체 주차 공간의 약 80%를 '확장형'으로 만든다. 주차 공간 폭과 길이를 기존보다 각각 20㎝, 10㎝씩 넓혔다. 대우건설과 경기도시공사가 27일 모델하우스를 여는 화성시 동탄2신도시의 '동탄 레이크 자연& 푸르지오'도 모든 주차 공간을 폭 2.5m, 길이 5.1m 의 '확장형'으로 설계해 주차가 편하다.

바닥 두께 경쟁은 '층간 소음'을 줄이기 위한 노력의 결과다. 다음 달 고려개발이 서울 강동구 신동아3차를 재건축해 분양하는 'e편한세상 강동'은 층간 소음이 주로 발생하는 거실과 주방을 일반 아파트 차음재(遮音材) 두께의 2배인 60㎜로 설계했다.

층간 소음을 막기 위한 두꺼운 바닥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에도 적용된다. LH는 작년에 분양한 경기도 의정부 고산신도시와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 충남 공주시 월송지구 등에서 분양한 공공임대주택에 바닥 두께 60㎜ 설계를 적용했다. 신홍길 LH 차장은 "기존 LH 아파트는 40㎜ 두께로 바닥을 설계했으나 층간 소음 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하면서 소음을 줄일 수 있도록 바닥을 두껍게 만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다양한 특화설계를 통한 '체감 면적 극대화'는 최근 새 아파트 선호 현상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라며 "중소형 아파트 비율이 높아지면서 같은 면적이라도 특화설계가 적용된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더 높고, 나중에 시세도 높게 형성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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