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담동과 한남동 등 일부 부촌(富村)에서 수백억원대 초고가 빌라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경기 불황과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규제 여파로 초고가 빌라 시장 역시 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자산가들은 자금력이 있어 정부 대출 규제에서 자유롭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서 초고가 빌라의 진입장벽이 낮아진 것도 호황 요인으로 꼽힌다.
■“200억대 펜트하우스 다 팔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옛 엘루이호텔 부지에 짓는 '더 펜트하우스 청담'은 이달 공식 분양 이전에 전체 29가구 중 15가구가 팔려나갔다. 벌써 절반 이상이 주인을 찾은 것이다.
현대건설이 짓는 최고급 빌라인 더 펜트하우스 청담은 전용면적 273㎡ 27가구, 396㎡ 최고층 펜트하우스 2가구 등 총 29가구다. 분양가는 최고층 펜트하우스가 200억원대, 다른 층은 80억~120억원대다. 이미 최고층 펜트하우스 2가구는 분양이 끝났다.
더 펜트하우스 청담이 준공되면 국내 공동주택 중에선 최고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비싼 공동주택은 66억원(전용 273㎡)인 서울 서초동 트라움하우스5차로인데, 더 펜트하우스 청담은 이보다 최소 20억원에서 최대 140억원 가량 비싼 수준이다.
더 펜트하우스 청담은 전 가구가 복층형 구조로 설계됐고, 한강 조망도 가능하다. 세로 6.5m, 가로 116m에 달하는 통유리창이 거실에 설치돼 있다. 최고층 펜트하우스에는 독립 루프탑 풀이 마련된다. 주차공간은 가구당 5대에 달한다.
■청담동 일대 고급 빌라 재건축 활발
강남의 전통 부촌으로 꼽혔던 청담동은 최근 재건축을 통해 고급빌라가 속속 들어서면서 부촌 이미지가 한 단계 더 격상될 것으로 보인다.
청담동 대표적 고급빌라인 효성빌라는 입주 35년만에 '효성빌라 청담 101'이라는 최고 80억원대 빌라로 재탄생한다. 효성빌라 청담 101은 지하 3층~지상 7층, 2개동 35가구로 구성된다. 6~7층은 복층형 벤트하우스로 단독 테라스를 사용할 수 있고, 단지 내엔 와인바와 스크린골프, 영화감상실, 피트니스센터 등이 배치된다. 청담동 영동대교 인근 씨티아파트1차를 재건축한 '청담원에이치'도 100억원 내외의 고급 빌라로 재건축된다.
강북의 대표 부촌인 한남동에서도 고급 빌라 열풍이 불고 있다. 한남동 유엔빌리지 내에선 한남타운을 재건축한 '410 빌라'가 공급된다. 총 17가구 규모로, 모든 가구에서 한강 조망이 가능하다. 평균 분양가는 80억~150억원대로 알려졌다.
■'그들만의 리그' 고급 빌라 수요 꾸준한 이유
청담동과 한남동 등 부촌에 고급 빌라가 속속 들어서는 이유는 탄탄한 수요로 사업성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이들 부촌은 수십년 전 형성된 탓에 대부분 노후하다. 자산가들은 부촌 입지에 새로운 주택이 나오기를 기다려왔다. 자금이 풍부해 정부 대책엔 영향을 받지 않는 요인도 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부자들이) 원하는 입지는 한남동, 청담동 등 전통 부촌인데, 이런 곳들은 신규 주택 공급이 많지 않다"며 "특별한 입지에 새 주택이라는 희소성이 매력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급 빌라들은 투자 용도가 아닌 실제 주거용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내리기 위해 대출 규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고급 빌라 구매자들은 큰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꾸준히 거래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고급 빌라의 진입장벽 자체가 낮아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은 "서울의 경우 전용 84㎡ 한강변 아파트가 20억~30억원에 달할 정도로 최근 부동산 가격이 전반적으로 올랐다"며 "최고가 빌라의 경우 '그들만의 리그'로 불리며 일반 주택시장과 별도로 움직였지만, 이제는 일반 아파트들도 가격이 비싸지다보니 최고가 빌라의 진입장벽도 낮아진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