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 판교~여주를 잇는 경강선 복선 전철이 지난달 24일로 개통 1년을 맞았다. 경강선은 총 연장 57㎞로 성남시 판교역~여주시 여주역 등 4개시, 11개역을 잇는다. 향후 서쪽으로 월곶~판교선, 동쪽으로 여주~원주~강릉선과 연결되면 중부지방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광역철도망을 형성한다.
경강선 개통 이후 차로 2시간 걸리던 판교~여주 구간은 48분대로 줄었다. 여주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판교역에서 신분당선으로 갈아타면 서울 강남까지 1시간 10분대 도착할 수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162만명에 이르는 수도권 동남부지역 주민들의 새로운 발이 생겼다”고 했다.
교통망이 좋아지면 부동산 가격은 오르게 마련이다. 경강선 개통 이후 인근 아파트 가격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땅집고 취재팀이 실거래가 신고 자료를 분석해 보니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경강선 일대 아파트 값은 최고 1억원 이상 오른 곳도 있었지만 이천과 여주 등 판교에서 먼 지역일수록 지난 1년간 오히려 가격이 더 떨어진 경우도 많았다.
■이매역·경기광주역 일대 최대 수혜
이매역과 도보 1분 거리인 이매촌진흥아파트(832가구·1993년 3월 입주)는 1년 만에 최고 1억원 이상 뛰었다.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9월 실거래 가격이 5억7500만원(13층)~6억5000만원(11층)이었다. 올 9월엔 7억500만원(7층)으로 올랐다. 59㎡도 지난 8월 5억9500만원(4층)에 팔렸다. 1년전(4억8500만원)보다 1억1000만원 오른 것이다.
이매촌성지아파트 역시 강세다. 84㎡는 지난달 7억4400만원(4층)에 팔렸다. 지난해 9월 6억~7억원에서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3000만원 이상 오른 것이다. 이매촌성지아파트와 이매역은 도보 1분 거리다.
경기광주역 인근 아파트도 경강선 개통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경기광주역 주변엔 2000여가구 규모의 ‘e편한세상광주역’ 1~6단지가 있다. 2014년 당시 대림산업은 이 아파트 84㎡를 3억1860만원~3억4750만원에 분양했다. e편한세상광주역 3단지의 경우, 84㎡가 최고 4억2900만원(8층)에 거래됐다. 지난해 10월 입주한 뒤 1년도 지나지 않아 최대 1억원쯤 오른 것이다.
광주시 역동의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경기광주역의 경우 판교역까지 10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데다 강남역도 30분이면 갈 수 있다”며 “웬만한 서울 변두리보다 낫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아파트 가치도 올랐다”고 말했다.
■판교에서 멀수록 ‘경강선’ 효과 반감
'경강선' 개통 효과는 판교에서 멀어질수록 반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 초월역을 지나 이천시와 여주시쪽으로 가면 역세권 아파트인데도 가격이 오히려 떨어졌다. 지하철 개통 효과를 전혀 보지 못한 셈이다.
초월역에서 걸어서 2분 거리인 초월롯데낙천대2단지(418가구)는 74㎡가 지난달 2억8700만원(8층)에 거래됐다. 작년 10월(2억9000만원)보다 1000만원 이상 내린 것. 84㎡는 지난 7월에 10층이 3억1950만원에 매매됐는데 작년 10월 실거래 가격(3억2000만원)과 비교하면 소폭 하락했다.
이천역 인근엔 도보 10분 이내 거리에 아파트가 없다. 가장 가까운 단지는 증일현대홈타운(523가구). 직선거리는 200m인데도 돌아가는 길밖에 없어 걸어서 17분 정도 걸린다. 이 아파트 84㎡는 지난달 2억8900만원(12층)에 거래됐다. 작년 12월 3억100만원(11층)까지 올랐지만 올 들어 2억원 중후반대로 다시 내려앉았다.
부발역 도보 6분 거리인 아미리현대7차(708가구)도 이달 들어 84㎡가 2억6800만원(11층)에 팔렸다. 올 2월 2억8000만원(15층)까지 거래됐다가 2억7000만원을 전후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경강선 종점인 여주역에서 가장 가까운 아파트는 예일세띠아앙(472가구)으로 도보 12분쯤 걸린다. 이 아파트 84㎡는 지난달에 2억5000만원(13층)에 팔렸다. 작년 9월(2억7800만원)에 비해 약 3000만원 하락한 가격이다. 116㎡ 역시 이달에 3억원(3층)에 계약이 체결됐는데 이 역시 지난해 9월(3억4000만원)과 비교하면 약세다.
여주시 교동의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경강선 개통 이전에 집값이 약간 오르긴 했지만 이제 그 효과가 사라졌다고 본다”며 “판교와 그 인근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