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5%까지 오른 금리… 부동산, 파랗게 질렸다

뉴스 송원형 기자
입력 2017.10.23 00:47

[정부 가계부채 대책 내일 발표]

2억 대출때 금리 1%p 오르면 年이자 부담 200만원 올라
거래 절벽 현상 더 심해질 듯… 서울 아파트 매매 20%로 '뚝'

오는 12월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둔 직장인 문모(42)씨는 "중개업소 돌아다니며 집을 구해야 하는데 집 자체보다 금리가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2억원 정도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서울 강북 지역에 30평대 아파트를 장만하려 했는데, 금리가 계속 오를 것 같아 선뜻 대출받기가 부담스럽다는 얘기다. 그는 "2년 전보다 대출 금리가 1%포인트는 오른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2억원을 빌렸을 때 시중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연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이자만 200만원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한 가운데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5%를 돌파했다. 기존 대출자와 내 집 마련에 나선 서민의 이자 부담 증가가 불가피하다.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으로 대출 규제가 강화된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은 부동산 시장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24일로 예고된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 발표를 앞두고 주택 시장은 잔뜩 웅크린 상태다. 10월 들어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는 1년 전 같은 기간의 20% 수준으로 급감했다.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로 집값이 내리고, 건설 투자가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금리 인상으로 빚을 내 집을 산 가구의 금융 비용이 늘어나고 신규 주택 수요가 급감해 부동산 시장에 큰 충격이 올 것"이라며 "거품이 잔뜩 꼈던 일본 부동산 시장이 1990년대 초 금리 인상과 규제의 '이중 폭탄'으로 붕괴하고, 장기 불황에 빠진 선례가 있다"고 말했다.

◇"저금리 시대 종말, 주택 수요 급감할 것"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5년 혼합형(5년간 고정금리였다가 변동금리로 전환)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20일 기준 3.74~4.96%에서 23일부터 3.827~5.047%로 올린다. 주요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 5%대에 진입하는 것이다.
개별 고객에게 적용되는 금리는 조금씩 다르지만, 다른 주요 은행의 금리도 조만간 5%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하반기만 해도 2%대 고정금리 대출이 흔했지만, 지금은 3%대 상품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를 올리면, 신용 등급에 따라 6%대 주택담보대출 상품이 등장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사진=Getty images bank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사실상 저금리 시대의 종말을 고하는 '신호탄'이 터진 것"이라며 "금리 상승기라는 방향성이 새로 설정돼 신규 아파트 청약은 물론 기존 주택 보유자의 '갈아타기' 수요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8·2 대책 이후 집값 상승 폭이 둔화한 상황에서 추가 대출 이자를 부담하면서까지 집을 살 이유가 없어지는 셈이다. 오피스텔이나 상가 같은 수익형 부동산 투자 수요도 급감할 수 있다.

'거래 절벽' 현상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2일까지 서울 지역 아파트 매매 거래는 총 1976건에 그쳤다. 1일 평균 89건으로 작년 10월 거래 건수(1만2878건·평균 415건)의 5분의 1 수준이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8·2 대책 발표 직후 빠졌던 호가(呼價)가 어느 정도 회복되는가 싶더니 금리 인상 소식에 매수 문의가 뚝 끊겼다”고 말했다.

◇ 건설 투자도 위축

건설 투자도 내년부터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0.7%에 달했던 전년(前年) 대비 건설 투자 증가율이 올해는 6.9%로 내리고, 내년에는 0.2%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LG경제연구원은 “내년 건설 투자 증가율이 상반기엔 1.3% 성장하다가 하반기 -2.3%로 급락할 것”이라고 분석했고,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2019년 2분기엔 건설 투자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문종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주택 인허가, 건설 수주 등 투자 선행지표가 감소세인 데다가, 정부의 SOC(사회간접자본) 예산 삭감도 건설 투자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2016년부터 시작된 건설 수주 둔화가 2018년부터 건설 투자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정부가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펴는 상황에서 시중 금리까지 급격히 오르면 부동산 경기가 걷잡을 수 없이 하락할 위험이 있다”며 “부동산 경기 연착륙을 유도하는 신중하고 종합적인 정부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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