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세계 최대 조각상'으로 불리는 불가사의한 다리

뉴스 최석인 건설산업硏 실장
입력 2017.10.23 07:00

1947년 태동한 한국 근대 건설 산업이 올해 70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건설 산업에 대해서는 긍정보다는 부정, 발전보다는 쇠락하는 이미지가 더 강한 게 현실이다. 조선일보 땅집고(realty.chosun.com)는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공동으로 지금까지 인류 문명과 과학 발전에 기여한 기념비적 건축·구조물들을 발굴, 그 의미와 가치를 재조명해 건설산업의 미래를 생각해보는 기획물을 연재한다.

[세상을 뒤흔든 랜드마크] 대지진도 견뎌낸 샌프란스시코의 상징 교량

특유의 오렌지 빛으로 유명한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1937년 완공한 이 다리는 세계 최대의 미술조각상으로 불릴 만큼 아름답다.


기본적으로 다리(bridge)는 지역과 지역 사이의 효과적인 이동을 위해 존재하지만 특정 지역의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는 경우도 많다. 로마의 수도교, 일본의 세토대교, 도쿄만의 레인보우교 등이 그러하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Golden Gate Bridge) 역시 랜드마크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총 연장 2.8km인 금문교는 교량 역할뿐만 아니라 현대 교량에서 중시되는 미관 측면이 부각된 구조물이기도 하다.

특히 금문교의 유명한 오렌지(International Orange) 색깔은 일반인에게 널리 각인돼 있고 세상에서 가장 큰 미술 조각상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미국토목학회(ASCE)에서도 이 구조물을 근대 7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로 꼽고 있다.

■주경간장이 1280m인 현수교 건설

샌프란시스코와 북쪽 마린카운티 사이 골든게이트 해협을 가로지르는 금문교는 현수교 방식이다. 현수교는 다리 전체를 케이블로 연결한 다음 행어에 의해 도리를 늘어뜨린 교량 형식이다. 케이블은 주탑 위의 새들(saddle)에 의해 지탱되고 앵커 블록에 정착된다. 이론적으로 아치의 아래 위를 뒤집은 것과 같고 주요 재료인 케이블에는 인장력만이 작용한다.

현수교는 19세기 후반 강재 케이블(steel cable) 보급과 더불어 비약적으로 발전해 오늘날에는 현존하는 교량 구조 중 가장 경간을 길게 가져갈 수 있게 됐다. 세계 최장 경간 교량의 대부분을 현수교가 차지한다. 1937년 건설된 주경간장 1280m의 대형 현수교인 금문교는 건설 역사의 한 페이지를 기록할 만한 기념비적 교량으로 평가된다.

샌프란시스코와 북쪽 마린카운티 사이 골든게이트 해협을 가로지르는 금문교. /구글지도


■세계에서 가장 크고 높았던 교탑 설치

금문교의 프로젝트 매니저는 조셉 스트라우스였다. 설계자는 일리노이대 토목공학과의 찰스 엘리스 교수와 뉴욕 이스트강의 맨해튼 다리를 설계한 레온 모이시에프였다.

금문교 건설의 첫번째 문제는 주탑의 교대(橋臺)를 구축하는 일이다. 현장 자체가 사실상 공해여서 콘크리트로 코퍼댐(cofferdam)의 역할을 하는 방호물을 설치하고 교대를 세워야 했다. 원형 방호물이 완전히 메워지자 수면 아래로 콘크리트로 만든 20m 두께의 기단이 구축됐다. 물을 빼낸 뒤 생겨난 타원형 구멍 안에서 인부들이 작업을 했다. 언덕 사면에서도 땅을 파는 작업이 수행됐다. 다리를 떠받칠 케이블을 고정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케이블에는 28만KN(킬로 뉴턴·1뉴턴은 1㎏ 물체를 1초에 1m 이동하는 데 드는 힘) 이상의 장력이 걸리므로 이 엄청난 힘에 견디려면 고정 장치를 계단 모양으로 된 3개의 맞물린 블록에 설치해야만 했다.

금문교의 철탑은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크고 높았던 만큼 건설에도 애로가 많았다. 펜실베이니아의 철공소에서 탑을 만들어 정도와 정확도를 점검하고 이를 철도로 수송했다. 그리고 파나마운하를 통과해 태평양 해안을 통해 운송했다. 교탑은 125mm 두께의 토대판 19장으로 구성됐다. 각 부품은 탑신에 올라갈 수 있는 대형 이동식 기중기로 운반했다. 부품의 접합에는 리벳(철탑당 약 60만개)이 활용됐고 이로 인해 많은 작업자들이 상당한 고통을 겪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교탑이 완성되자 다리 상판을 떠받칠 케이블이 이슈가 됐다. 케이블을 제작하고 설치한 업체는 로블링 회사였다. 케이블은 2만 5000개의 철선을 61가닥으로 묶은 다음 그 다발을 모아 수압 잭으로 압축한 것이다. 현재 금문교 옆의 사우스포인트(South Point) 공원에 전시된 2만 7572개의 철사를 꼬아 만든 직경 1m가 넘는 철선의 샘플을 보면 그 규모를 짐작할 수가 있다.

금문교는 펜실베니아에서 제작한 탑을 파나마운하를 거쳐 태평양으로 해상 운송한 뒤 현장에 설치했다.


■안전 그물 첫 적용으로 19명의 생명 건져

탑의 꼭대기에는 커다란 베어링이 장착된 안장 같은 장치를 설치해 교탑과 케이블이 압력이나 온도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때 케이블과 철조물을 다루는 작업자를 위해 안전 그물이 적용됐다. 이 안전 그물은 최초로 적용된 것으로 덕분에 작업자 열아홉 명의 생명을 건졌지만 1937년 2월 17일 완공을 며칠 앞두고 도로 하부의 목조물을 해체하던 작업자 10명이 그물이 찢어지는 바람에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참고로 금문교 건설 과정에는 총 11명의 사망자가 나왔고, 시공 과정에서 조셉 스트라우스는 교량 건설 사상 가장 강력한 안전관리를 강조했다.

금문교 건설공사는 당초 예정보다 앞당겨 완공됐다. 다리가 개통된 시점은 1937년 5월 27일이었다. 이날 약 20만명이 걸어서 이 다리를 건넌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항공모함인 칼빈슨호가 금문교 아래를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꾸준한 관리로 대지진 견뎌내

금문교 아래 골든게이트해협은 수심이 깊어 대형 선박은 물론이고 해면과 다리 사이가 넓어 비행기도 통과할 수 있다. 폭 27m, 6차로인 이 다리는 자동차전용도로와 보행자도로로 나누어지고 매일 10만대가 넘는 차들이 통행한다.

금문교는 꾸준한 유지·관리 활동으로 유명하다. 1989년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에도 베이브리지는 무너졌지만 금문교는 큰 문제가 없었다. 지진 이후 4억 달러 정도가 소요된 내진 보강 공사외에는 대대적인 보수 공사 없이 지금까지 잘 이용하고 있다. 금문교는 교량 유지관리 시스템(Bridge Management System)이 적용된 대표적인 교량이다. 교량 유지관리 시스템이란 교량의 기본 자료 저장, 정기·특수 점검을 통한 교량 상태와 수명 예측, 노후 교량의 보수·보강 방법 결정, 교량 정보 교환과 네트워크 구축, 집행에 필요한 예산 편성과 책정 등을 통해 교량을 보다 조직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종합정보시스템을 의미한다.

지금의 금문교와 같은 시설물을 다시 건설하려면 약12억 달러가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71년에는 교량 이용료를 통해 약 3900만 달러에 이르는 사업비와 이자 지불을 완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금문교보다 더 긴 장대(長大) 교량도 있고 첨단 시스템이 도입된 다리도 많다. 하지만 금문교만큼 세상 사람들이 모두 아는 다리는 매우 드물다. 이는 금문교가 초장대 현수교라는 기술적인 측면과 함께 주변 지역을 상징하는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기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장대 교량이 다수 건설됐다. 광안대교와 서해대교가 대표적이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기술적인 차원만이 아닌 상징성으로 100년 이상 사랑받을 수 있는 기념비적인 교량의 출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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