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 1000만원 지급. 찬성표 확보 시 인당 100만원 수당 별도 지급. 승리 시 3000만원 추가 지급.'
강남 재건축 수주전(戰)에 나선 건설사가 만든 '특별 관리' 지침입니다. 이 건설사는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들을 A+~C등급까지 구분해 홍보 대가로 성과금 수천만원 등을 약속했습니다. 주변에 '포섭'할 수 있는 조합원이 많고, 조합에서 지위가 높을수록 등급이 높아집니다.
홍보 대가로 받는 금액도 커지지요. 최상급인 A+ 등급 조합원에게는 '활동비' 명목으로 수백만~수천만원이 따로 지급됩니다. 건설사들이 최근 물의를 빚은 백화점 상품권, 호텔 식사 등에 이어 현금까지 수억원 살포한 셈입니다.
이름난 대기업들이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배경에는 건설사와 계약한 'OS(outsourcing·아웃소싱) 업체'가 있습니다. OS 업체 직원들은 "고향 텃밭에서 난 고추를 좀 가져왔다"는 등 작은 것으로 시작해, 나중에는 조합원 집에서 대청소를 하거나 심부름을 해주며 친분을 쌓아 뇌물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건설사들은 '체면상 직접 할 수 없는 더러운 일'을 OS 업체에 떠넘기고, 탈이 생겼을 때 "우리는 몰랐다"며 뒤로 빠지는 경우가 많지요.
사실 재건축 수주전이 '돈 잔치'로 변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최근 들어 해외 수주가 줄어들고 주택 시장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수주 경쟁이 더욱 악화일로(惡化一路)를 걷고 있는 것이지요.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수사 권한이 없어 비리를 직접 잡아내긴 어렵다"는 태도입니다. 공무원에게 특별사법경찰 직위를 부여하고, 불법에 대해 강력 제재할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하고 있지만 그 사이 수천억원에서 1조원 규모의 재건축 사업 시공사가 '로비 능력'으로 결정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고 말합니다. 건설사들의 실력과 브랜드로 시공사를 선정, 내가 살 집을 짓도록 '선택'하는 시대가 오긴 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