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100원 더 받으려다가…결국 망한 경전철

뉴스 의정부=이윤정 기자
입력 2017.10.17 06:31

경기도 의정부시 신곡동에 사는 대학생 이진수(20·남)씨. 그는 서울 한강변에 있는 대학교에 다닌다. 그가 통학하는 방법은 이렇다. 먼저 집 앞에서 72-1번 마을버스를 타고 수락산역까지 간다. 이후 지하철 7호선을 타고 학교 앞까지 한 번에 간다.

이씨 집 앞 도보 5분 거리엔 의정부경전철 곤제역이 있지만 거의 타지 않는다. 이씨는 “의정부경전철을 타면 회룡역에서 1호선으로, 도봉산역에서 7호선으로 두 번이나 갈아타야 하는데 버스는 한번만 환승하면 돼 훨씬 편리하다"며 "의정부경전철이 더 비싸기도 하다"고 말했다.

회룡역으로 진입하고 있는 의정부경전철. /이윤정 기자


의정부경전철 노선도.


파산 선고를 받은 의정부경전철 사업자 'U라인'이 지난달 30일자로 끝내 경전철 운행을 중단했다. U라인을 폐업까지 몰고 간 누적 적자 규모는 3600억원대로 알려져 있다. 2012년 7월 개통 당시 '꿈의 레일'이라며 의정부 시민들의 대환영을 받았던 의정부경전철은 어쩌다 파국을 맞게 됐을까.

조선일보 땅집고 취재팀이 지난 12일 직접 의정부경전철을 타고 시민들 생각을 들어봤다. 결국 두 가지가 문제였다. 버스 노선이 잘 갖춰져 있어 경전철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 첫째다. 또 개통 이후 2년간 지하철이나 버스로 갈아탈 때 환승 할인을 받지 못해 '비싸다'는 인식이 박혔다는 점이다. 환승 할인이 도입된 지금도 요금이 비싸다는 느끼는 건 마찬가지다.

■“출퇴근 시간만 반짝 붐벼…낮엔 텅텅”

퇴근 시간대인 오후 7시, 1호선에서 의정부경전철로 갈아타려는 사람들로 붐비는 회룡역. /이윤정 기자


지난 12일 의정부경전철을 직접 이용해 본 결과, 퇴근 시간인 오후 6~7시에는 출입문이 겨우 닫힐 정도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서울 종로 방향으로 출퇴근한다는 직장인 김모씨는 “퇴근과 출근시간에는 정말 붐빈다”라며 “앉아서 가본 적이 거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의정부경전철의 차체가 작고 2량밖에 되지 않는 탓에 벌어진 '착시현상'일 뿐이다. 의정부경전철 전동차의 폭은 2.08m, 실내높이는 2.05m에 불과하다. 중(重)전철인 지하철 1~8호선 전동차의 폭과 높이는 각각 3.2m, 3.6m다. 수용 인원도 중전철은 1000명을 훌쩍 넘는 반면 의정부경전철은 236명에 불과하다. 출퇴근 시간대를 제외하면 낮에는 거의 텅 빌 정도로 한산하다.

결국 경전철이 파산한 이유는 수요 예측에 실패한 탓이다. 당초 의정부시와 사업자는 하루 평균 7만9000명이 경전철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2015년 하루 10만명을 돌파하고 2033년부터 15만명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봤다. 현재 의정부경전철의 하루 이용객은 약 4만2000명이다. 2012년 개통 직후 1만2000명에 비하면 크게 늘었다. 하지만 2015년 목표였던 10만명에 비하면 절반도 되지 않는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평일엔 직장인 출퇴근과 학생 통학 수요가 있어 그나마 이용객이 4만명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주말엔 3만명대로 떨어진다"며 "점진적으로 증가하고는 있지만 대중교통 수요는 계절적 요인 등에 따라 변동이 심해 (앞으로 더 늘어날지에 대해선)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퇴근 시간 직전인 오후 4시쯤 한산한 모습의 회룡역. /이윤정 기자


■왜 수요 예측에 실패했나?

의정부경전철은 왜 수요예측에 실패했을까. 버스 노선이 잘 발달된 의정부시 특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 컸다. 의정부시는 철도가 발달하지 않아 버스 노선이 많았다. 하지만 의정부경전철은 버스와 환승하기에 불편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의정부시가 버스 노선을 일부 조정하는 방법도 썼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버스를 더 선호한다.

의정부시 신곡동에 사는 박모씨는 "집에서 경전철역이 먼 사람들이나 노원구처럼 가까운 서울에 나갈 때는 집 앞에서부터 광역버스를 타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요금이 비싸다'는 인식도 문제다. 개통 직후 의정부경전철 운임은 교통카드 기준 1300원. 하지만 버스나 다른 전철로 갈아탈 경우 환승 할인이 없었다. 이 때문에 2014년 의정부경전철은 기본 운임을 1350원으로 올리는 대신 통합환승할인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이미 2년간 사용자 외면을 받았던데다 여전히 다른 전철(1250원)에 비해 100원 비싼 탓에 시민들은 의정부경전철 이용을 꺼린다. 의정부시 흥선동에 사는 대학생 김모씨는 "100원이 큰 돈은 아니지만 다른 교통 수단이 있는데 굳이 비싼 경전철을 타야하나 싶다"고 했다.

■운행 중지 우려하는 시민들…“어떻게든 운영”

'U라인'이 폐업한 이후 경전철 운영은 인천교통공사로 넘어갔다. 인천교통공사는 새 사업자 선정까지 1년간 의정부경전철 운행을 맡는다.

그러나 수익성을 개선할 획기적 방법이 없고 새 사업자를 찾기도 쉽지 않아 결국엔 경전철 운행 중단이란 최악의 전망이 나온다. 의정부경전철에서 만난 한 시민은 "경전철이 파산했다고 열차 운행까지 멈추는 것은 아니라는 안내문을 봤다"면서도 "그렇지만 이미 망한 열차인데 앞날은 모르는 것 아니냐. 편하게 잘 타고 있었는데 갑자기 없어진다면 시내(의정부역 일대) 나가기가 너무 불편해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탑석역 스크린도어에 붙어 있는 안내문. 경전철이 정상 운행된다는 내용이다. /이윤정 기자


의정부시 측은 '열차 운행 중지는 없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한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인천교통공사가 1년간 운영하는 것으로 계약했지만, 새 사업자를 찾는 데 시간이 더 걸린다면 계약 기간을 늘릴 수 있도록 미리 합의해 뒀다"며 "대체사업자가 선정될 때까지 계속 운영해야 한다는데 상호 공감을 이룬 상태"라고 했다.

그러면서 "운영 중지는 없다"며 "만약 경전철을 맡아줄 사업자가 나오지 않는다면 조건을 변경해서라도 대체사업자를 찾을 것이고, 그래도 없다면 재정사업으로 운영하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의정부시는 경전철 사업 활성화를 위해 역사 내 시설임대 등 부속 사업을 활성화하는 방안, 노선 연장 방안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이르면 연말 의정부경전철 사업자 모집 공고를 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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