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한국은 불안" 해외 부동산 사들이는 부자들

뉴스 한상혁 기자
입력 2017.10.14 06:31

“올 7월쯤부터 미국 부동산에 투자하고 싶다는 문의가 부쩍 늘었죠. ‘8·2 부동산 대책’ 이후로는 한국 집을 팔고 외국에 투자하는 게 나은 거 아니냐는 말도 자주 들어요.”

박상욱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부장은 최근 해외 부동산 투자 방법을 묻는 고객들 전화 상담을 하루 한번 꼴로 받는다. 이 은행은 해외 네트워크를 통해 고객이 외국 주택이나 상가 등 부동산에 직접 투자할 수 있도록 연결해준다.

“이제 한국은 끝났다. 한국을 뜨자”. 국내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 이른바 ‘해외 엑소더스’ 현상이 일부 나타나고 있다. 8·2대책과 북핵(北核) 도발 등으로 위기감이 높아진 한국 부동산 시장을 떠나 규제가 적고 안전한 외국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급속하게 늘고 있다. 상대적으로 부동산 경기가 좋은 미국이나 개발도상국이 주요 투자처로 떠오른다.

■“한국 부동산 시장은 불안”

서울 강남에 사는 A씨는 지난달 미국 LA의 다가구주택(multiplex house)을 300만 달러(약 34억원)에 매입했다. 미국 현지에서 집값의 50% 정도를 연 5% 이자로 대출받았다. 실 투자금액은 17억원 정도. 4가구가 사는 주택에서 연간 14만9000달러(약 1억6800만원)의 임대료 수익을 얻는다. 수익률은 연 4.9% 정도 된다.

한국인들에게 최근 가장 인기있는 부동산 투자처는 미국이다. 미국 집값은 2012년부터 오르기 시작해 아직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해는 2000년대 중반의 역사적 고점을 돌파한 상태다. 미국 집값 추이를 보여주는 S&P케이스-실러 지수에 따르면 미국 평균 주택 가격지수는 2012년 134를 기점으로 계속 상승해 지난 5월 192를 기록했다. 5년 상승률이 43%, 지금도 오르는 중이다.

연도별 미국의 주택 가격을 나타내는 케이스-쉴러 지수. /S&P 제공


과거 한국 내 거주자가 해외 부동산을 투자하는 데에는 투자 금액의 제한이 있었지만 2008년부터 없어졌다. 다만 정부가 2012년 말부터 공식 통계를 발표하지 않아 정확한 해외 부동산 투자 규모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미국 부동산의 경우 주로 20억원 안팎 투자금으로 현지에서 대출을 끼고 다가구주택을 구입해 임대놓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비슷한 금액으로 작은 상가 건물을 매입하기도 한다. 미국은 2000년대 후반 이른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외국인에게 부동산 담보대출을 금지했다가 최근 다시 대출을 재개했다. 박상욱 우리은행 부부장은 “한국의 ‘꼬마 빌딩’이나 상가 건물이 너무 올라 자산가들 사이엔 비슷한 돈으로 미국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는 이야기가 많다”고 했다.

미국의 한 주택에 매물로 나왔음을 알리는 간판이 걸려있다. /조선일보DB


외국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은 한국 부동산 시장 전망이 좋지 않다고 보는 탓이다. 특히 주택 시장은 8·2대책으로 투자 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 미국 등 선진국 경기가 완연한 회복세인데 반해 한국은 여전히 경기 전망이 불확실하고 상가 공실률도 높아지고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다.

여기에 최근 북한의 잇따른 핵·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위기감이 고조되는 것도 이유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자들 입장에서는 한국에 모든 재산을 두는 것 자체가 리스크라고 생각될 수 있어 일부를 외국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은 일종의 위험 분산 투자 성격”이라고 말했다.

■개도국 소액 투자나 해외 펀드도 가능

개발도상국 부동산을 주목하는 투자자도 적지 않다. 상대적으로 투자 금액이 적어 리스크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베트남 아파트에 2억~3억원 정도를 투자하는 것. 서울 송파구에 사는 B씨는 베튼남 호찌민시 지하철 1호선 썬깡역 부근에 22만 달러(약 2억5000만원)짜리 아파트(80㎡)를 매입했다. 외국 주재원 등을 대상으로 월세를 주는데 연간 5.4%의 수익률이 나온다. 베트남 같은 개도국은 임대 수익과 함께 시세 상승에 따른 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서울에 지하철이 놓이고 경제가 발전하면서 땅값이 수십배 뛰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20~30년 후 선진국이 될 나라의 부동산을 미리 사두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하노이의 한 아파트 단지. /조선일보DB


여러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을 모아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고 수익금을 돌려주는 펀드에도 돈이 몰리고 있다. 해외 부동산 펀드는 외국에 있는 빌딩이나 호텔, 물류시설 등에 투자해 임대료 등으로 거둔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며 3~5년 후 되팔아 양도 차익을 낼 수도 있다.

지난 3월 미래에셋운용이 출시한 호주 부동산 펀드는 개인 자금만 1000억원 넘게 몰리면 일찌감치 마감됐다. 투자 대상은 호주 수도인 캔버라의 12층짜리 오피스 빌딩. 설정 이후 수익률도 연 3.88%로 순항 중이다. 하나NASA부동산 펀드와 미래에셋 애틀란타 부동산 펀드는 미국 시장에 투자하는데 개인 자금만 3000억원이 모였다.

■환율 리스크에 원금 손실 우려도

해외 부동산 투자가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우선 해외 자산인 만큼 환율 변동 리스크가 상존한다. 환율이 오르면(원화가치 하락) 수익이 늘 수 있지만 반대라면 수익률이 떨어진다. 예를 들어 5년 전 출시한 미래에셋운용의 브라질 부동산 펀드는 당시 800억원을 모았는데, 환율이 떨어져 수익률은 현재 -53%로 반토막난 상태다.

양도차익이 생기면 세금을 내야 하는데 이 때 현지 세법에 따라 양도세를 낸 후 한국에서도 별도로 양도세를 내게 된다. 물론 현지에서 낸 소득세만큼은 한국에서 세금을 낼 때 공제되므로 이중으로 세금을 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부동산 펀드의 경우 만기(통상 5~7년)가 길고 중도 환매가 어렵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만기 때 건물을 재매각해 투자자들에게 원금을 돌려주는데, 경기가 나빠지거나 공실(空室)이 늘어 건물값이 하락하면 원금 손실을 볼 수도 있다.

화제의 뉴스

이달 말 입주 '올림픽파크포레온', 예비입주자 호평 커뮤니티 시설 어떻길래
공사 중단 위기 '장위 4구역'…공사비 갈등 봉합 앞뒀다
용산 사옥까지 옮기는 HDC현산, 노원에 랜드마크 아파트 짓는다 | 서울원아이파크
우량임차인이라던 병원도 문 닫는다…메디컬 상가 투자, 안정적 수익 내려면
여의도 대교, 통합심의 접수…내년 상반기 시공사 선정 목전

오늘의 땅집GO

이달 말 입주'올림픽파크포레온', 예비입주자 호평 커뮤니티 시설
용산 사옥까지 옮기는 HDC현산, 노원에 랜드마크 아파트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