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도입 준비 내년 마무리]
현재 시세보다 크게 낮은 비거주용 과세기준 현실화
재산세 최대 72%까지 오르고 상속·증여세도 덩달아 뛰어
업계 "상가에 돈 몰릴 경우 공시제도 카드 꺼낼 가능성"
상가와 사무실 같은 상업용 부동산도 아파트처럼 실제 가격에 근거해 세금을 매길 경우, 재산세가 기존보다 최대 72% 정도 오를 것이라는 정부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정부는 실제 건물의 적정가격을 정해 공개하는 '가격공시 제도' 도입을 위해 관련 연구 용역을 실시 중이다. 가격 공시 제도를 시행하면 식당·편의점·분양형 상가·사무실 같은 상업·업무시설과 공장·창고 같은 산업용 건물 등 비(非)거주용 부동산의 재산세는 물론 상속·증여세도 대폭 오른다. 실거래가에 가까운 '공시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주택과 달리 비주거용 부동산은 시장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을 과세 기준으로 삼아 세금을 덜 낸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 가격 반영돼 재산세 오를 듯
11일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강훈식(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상업·업무용 부동산 가격공시가 시행될 경우 평균 재산세가 적게는 69%, 많게는 72% 정도 높아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받았다. 국토부는 2015년부터 비주거용 부동산 가격공시 도입을 위해 한국감정원과 조세연구원 등에 연구 용역을 의뢰했다.
서울 은평구의 공급면적 132㎡(약 40평) 규모의 분양형 상가에 부과되는 연간 재산세는 현재 36만1000원인데 가격 공시 제도가 도입되면 60만원이 넘을 전망이다. 연구팀은 "분양형 상가 같은 집합부동산의 평균 재산세가 23만원 정도인데, 가격공시를 시행하면 39만원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과세기준인 '시가표준액'이 실제 가격보다 훨씬 낮은 것도 연구로 입증됐다. 보고서는 "분양형 상가 등 집합부동산은 실제 가격이 시가표준액보다 약 67% 높고, 오피스 빌딩 등 일반 표준부동산은 약 63% 높았다"고 밝혔다. 시가표준액은 취득세·재산세 등 지방세 부과를 위해 행정안전부가 정한 건물 가격이다.
국토부는 17개 시·도의 상업·업무용 부동산을 대상으로 조사한 1차 연구 결과를 제출받았고, 전국을 대상으로 한 2차 연구는 마무리 단계이다. 산업·공익용 부동산까지 포함한 3차 연구 결과는 내년 상반기 중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공시제도 도입을 위한 준비가 내년에 마무리되는 만큼, 정부가 조세평형성 강화 차원에서 조기 도입을 할 수도 있다"며 "특히 상가 등으로 돈이 몰릴 경우 정부가 시장 안정 대책으로 공시제도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세금 회피 위한 상속·증여 줄어들까
비주거용 부동산 가격공시가 시행되면, 현금 대신 건물을 상속·증여해 세금을 줄이는 관행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구의 20억원짜리 '꼬마 빌딩'의 시가표준액은 약 10억원 정도이기 때문에 상속·증여세는 2억4000만원 정도가 부과된다. 가격공시 제도를 통해 건물 가격이 14억원 정도로 평가되면 내야 할 세금이 3억6000만원으로 늘어난다. 주용철 세무법인 지율 대표세무사는 "공시제도가 시행되면 현금 대신 건물을 상속·증여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급격한 세금 증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문진혁 다솔리더스 대표세무사는 “비거주용 부동산 세금까지 오르면 자영업자 등 생계형 부동산 소유자들의 고통이 심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훈식 국회의원은 “정책이 시행되면 세수 확보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급격한 세금 증가로 생계에 어려움을 입는 국민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며 “세금 증가로 인한 충격을 막을 수 있는 보완책을 함께 마련해야한다”고 말했다.
권대철 국토교통부 토지정책관은 “아직까진 제도 도입이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정도”라며 “실제 시행될 정책을 만들 때는 급격한 세금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도 함께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