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다 지어졌지만 안 팔린 주택을 흔히 ‘악성 미분양’이라고 부른다. 이런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단지 전체 이미지를 훼손해 집값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건설사에겐 관리비 등 각종 부대비용도 발생시킨다.
그렇다면 전국에서 가장 심각한 ‘악성 미분양의 무덤’은 어디일까.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광역자치단체 기준으로 지난 8월 말 현재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경기도가 1762가구로 전국 최대다. 경북(1327가구)과 충남(1151가구)도 악성 미분양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엔 제주도가 무서운 속도로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 8월 한달에만 16.4%(70가구) 늘었는데, 전국에서 유일하게 두 자릿수 증가율이다.
■8월 현재 전국 준공 후 미분양 9928가구
전국으로 보면 지난 8월 말 현재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9928가구다. 지난 5월 1만74가구에서 6월 9981가구, 7월 9800가구 등 두 달 연속 감소하던 준공 후 미분양은 8월 들어 128가구 늘어나며 증가세로 전환했다. 그래도 지난해 같은 기간(1만1188가구)과 비교하면 1260가구 줄었다.
준공 후 미분양 증가세의 주범은 경기도다. 경기도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8월에만 108가구 늘어나며 전국 증가량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눈여겨볼 점은 경기도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지난해 3월 4873가구를 기점으로 지난 7월까지 16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하다가 8월 들어 증가세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 등과 맞물려 경기 침체 가능성을 보여주는 징후 중 하나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경기도에서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가장 많이 쌓인 지역은 남양주시로 520가구가 빈 집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지난해 9월부터 올 6월까지 총 10차례에 걸쳐 미분양관리지역을 발표했는데 남양주시는 10차례 모두 포함됐다. 용인(447가구)과 고양(393가구)이 각각 2,3위다.
경기도 다음으로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많은 곳은 1327가구를 기록한 경북이다. 경북의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지난해 12월만 해도 362가구였지만 올 들어 크게 늘었다. 특히 김천시가 873가구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경북혁신도시 조성과 공공기관 이전 등 호재만 보고 우후죽순 들어선 아파트가 미분양 무덤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충남의 준공 후 미분양 물량도 상당하다. 지난 7월보다 54가구 늘어난 1151가구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563가구)과 비교하면 배 이상 늘었다. 충남에서는 홍성군이 254가구로 가장 많았고, 예산군도 203가구로 비슷한 수준이다. 두 곳의 악성 미분양이 많은 이유는 홍성·예산에 조성 중인 내포신도시 영향이 크다. 내포신도시는 최근 공공기관과 기업 입주가 정체되면서 외지 인구 유입이 덩달아 멈췄다. 이 때문에 분양이 안된 일부 아파트는 공사를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악성 미분양 빠르게 늘어나는 제주도
최근 새로운 '악성 미분양 무덤'으로 떠오른 곳은 제주도다. 올 8월 말 기준 제주도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497가구다. 다른 곳보다 크게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증가세가 무섭다. 한 달만에 70가구(16.4%)가 늘어났는데, 이는 경기도(108가구) 다음으로 많다. 증가율 두 자릿수를 기록한 곳은 제주도가 유일하다.
제주도는 제2공항 건설과 제주헬스케어타운, 제주영어교육도시 등 각종 호재로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올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도의 매매가격지수 누계 변동률은 6.27%로,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다. 제주 부동산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자 대규모 물량 공세가 이어졌다.
이는 결국 악성 미분양을 불러왔다. 제주시 이도동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공급도 지나치게 많았고 가격이 너무 올라 조정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며 "올 하반기에도 공급 물량이 많아 당분간 미분양이 줄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