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대책 전후 거래량 비교
8·2부동산 대책 직전 한달간 거래량 '톱10' 중 강남4구가 8곳
정부가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후 약 2개월 동안 서울을 중심으로 주택 거래가 위축됐다. 집을 팔려는 사람도, 사들이려는 수요자도 시장 흐름을 지켜보면서 계약에 신중해진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비교적 거래가 잘되는 아파트 단지들이 있다. 올 상반기 서울 강남 4구(서초·강남·송파·강동구)를 중심으로 매매가격이 급등할 때는 수요자들의 주목을 받지 못한 단지들이 뒤늦게 주목받는 것이다. 이들 단지는 8·2 대책 이전 가격 수준을 유지하거나 소폭 오르기도 했다. 8·2 대책 이후 실제로 '살 집'을 찾는 실수요자들이 거래에 나선 덕분이다.
◇8·2 대책 후 아파트 거래, 강북이 더 활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는 계약일을 10일 단위로 구분한다. 8·2 대책 발표 날이 포함된 8월 1~10일을 제외하고, 앞뒤로 30일간의 서울 아파트 거래 자료 1만7939건(9월 24일까지 신고된 거래량)을 분석했다. 8·2 대책 이후인 8월 11일부터 9월 10일까지 서울에서 매매 계약한 아파트는 3130건으로, 7월 1~31일 1만4809건의 5분의 1 정도였다.
8·2 대책이 나오기 직전인 7월 한 달 사이 서울에서 거래가 가장 활발한 아파트는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아파트'였다. 거래량이 많은 순으로 10위까지 이름을 올린 12개 아파트 중 '강남 4구' 내 단지가 8개였다.
하지만 8·2 대책 이후엔 상황이 달라졌다. 한 달 사이 가장 거래량이 많았던 아파트는 강북구 미아동에 있는 'SK북한산시티'였다. 2001년 입주한 총 3830가구의 대단지로, 전용면적 59㎡부터 114㎡까지 다양하다.
성북구 하월곡동 '월곡두산위브'와 관악구 봉천동 '벽산블루밍 1차' 등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하고, 실거주 수요가 많은 아파트가 거래량 2·3위에 올랐다. 상위 10위에 오른 아파트 12곳 중 강북 지역 아파트가 7곳이었다. 강남 4구에 있는 아파트는 '잠실주공 5단지'(송파구)와 '은마아파트'(강남구)뿐이었다. 아파트 매매 거래의 중심이 강남에서 강북 지역으로 옮겨간 것이다.
◇덜 오른 단지 위주로 실수요자가 거래 주도
지난 7월에 74건으로 거래량 1위를 기록한 둔촌주공은 8·2 대책 발표 이후 10건을 기록했다. 2~3위에 올랐던 파크리오(71건→3건), 선사현대(58건→1건)도 거래량 감소가 두드러졌다. 반면 SK북한산시티를 비롯해 8월에 거래가 활발했던 단지들은 정부 규제에도 수요가 꾸준히 유지되는 모습이었다. 월곡두산위브는 33건에서 18건으로, 벽산 블루밍 1차는 25건에서 17건으로 줄었다.
SK북한산시티의 인기엔 9월 초 개통한 서울 첫 경전철 '우이신설선'도 한몫했다. 강북구 우이동과 동대문구 신설동을 연결하는 우이신설선 '솔샘역'이 단지 앞에 생긴 것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SK북한산시티는 경전철 이슈로 개통 이전부터 실수요자들의 문의가 집중됐다"고 말했다. 김지연 리얼투데이 실장은 "봉천동 벽산블루밍1차는 강남순환고속도로 개통으로 강남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직장인들의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8·2 대책 이후에도 거래가 활발한 아파트의 또 다른 특징은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가 높다는 것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SK북한산시티 전용 59㎡ 평균 매매가는 3억5500만원이다. 평균 전세금은 2억7750만원으로 전세가율은 78%다. 월곡두산위브 전용 59㎡ 전세가율은 83%, 벽산블루밍 1차는 79%다. 모두 서울 평균 전세가율(66.9%)보다 높다.
이들 아파트 단지는 상반기 거래가 활발했던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집값이 덜 올랐다. 올해 1월부터 7월 사이 관악산휴먼시아 2단지는 약 1200만원, 월곡두산위브는 1500만원 정도 올랐다. 2014년 입주한 새 아파트인 강서힐스테이트는 7000만원 올랐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장기적인 주거 안정을 위해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들이 8·2 대책 발표 이후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아파트를 꾸준히 찾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