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의 중심’ 조선일보 땅집고가 실패하지 않는 집짓기로 가는 바른 길을 제시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조선일보 건축주 대학』을 개설합니다. 좋은 집은 좋은 건축주가 만든다는 말처럼 건축주 스스로 충분한 지식을 쌓아야 좋은 건축가와 시공사를 만날 수 있습니다. 땅집고는 조선일보 건축주 대학 1기 과정을 이끌 교수진을 만나 그들이 가진 집짓기 철학과 노하우를 미리 들어봤습니다.
[집짓기 멘토] ④ 김양길 대표 “최저가 견적서 말고 시공사 레퍼런스를 따지세요”
“해외 건축가들과 일을 하면서 느꼈죠. 한국에서도 경제논리를 벗어난 건축가와 협업하는 것이 가능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침 휴가 때 국내에 들어왔는데 판교에서 건축가들이 집을 짓고 있었죠. 이거다 싶어서 판교에 콘테이너를 놓고 회사를 시작했습니다.”
김양길 제이아키브 대표는 건축가가 그린 도면을 바탕으로 현실에서 집을 짓는다. 인테리어 회사에 들어가 회장님들의 대궐 같은 집을 디자인하다가 ‘돈이 되는 디자인’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실과 건축에 대한 갈증을 느껴 건설사로 옮겼다. 해외사업부에서 일하던 중 판교에 단독주택 건설 붐이 불던 2011년 국내로 짐을 싸서 들어와 종합건설사를 차렸다.
김 대표는 건축가들과 함께 판교에 30여 채를 비롯해 중소규모 주택 70여채를 지었다. 회사 설립 후 한달에 한 채씩 집을 올린 셈이니 다작(多作)이다. 실력을 인정받아 2014~2016년 3년 연속 한국건축가협회와 새건축가협회가 주관하는 건축명장상을 수상했다. 언론에 소개되는 주택 상당수가 그의 손을 거쳤다.
미디어에선 주로 건축주와 건축가 스토리에 주목한다. 고달픈 건축 과정은 잘 소개되지 않는다. 내 집을 드디어 갖게 됐다는 환희에 고생했던 기억이 지워진 걸까. 건축비의 90% 안팎을 차지하는 시공 과정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김 대표를 만나 들어봤다.
김 대표는 오는 16일 개강하는 ‘제1기 조선일보 건축주 대학’에서 견적서에서 새는 비용 아끼는 법을 주제로 견적서 전반을 소개하고 주택 하자 대처법, 예방요령 등을 강의한다.
-판교에서 활동을 많이 했는데.
“건축가가 잘 설계한 집을 짓겠다는 마음을 먹고 2011년 회사를 차렸어요. 그 즈음 판교에서 활동하는 건축가를 ‘젊은 건축가’라고 부르는 신조어가 생겼어요. 건축비를 단순히 ‘평당 얼마다’라는 식의 생각도 사라지던 시기였죠. 내가 원하는 집을 짓자는 흐름이 강해진거죠. 중소규모 건설사는 판교가 분수령이었어요. 그때 설계와 시공이 분리되는 건축 패러다임이 만들어졌습니다. 열심히 집을 지었습니다.”
-어떤 집이 잘 지은 집인가요.
“주택에선 건축가보다 그 공간에 살게 될 건축주가 정답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시공사 입장에선 건축가의 디자인 의도대로 구현되고 건축주의 계획된 예산 안에서 진행되면 모두가 만족하는 집이라고 생각해요.”
-건축가보다 시공사를 먼저 찾는 경우가 많다는데.
“전체 예산에서 시공사가 집행하는 금액이 크잖아요. 그러다보니 시공사를 먼저 찾아요. 건축주는 비용에 더 중점을 두게 되죠. 예를 들어 공사비가 평당 800만원, 100평이면 8억원으로 계산하는 식이에요. 설계비는 현저하게 작죠.”
-다른 이유는 없나요.
“건축가를 막상 만난다는 걸 불편해 하는 분이 많아요. 건축가를 만나면 뭐라고 해야 하느냐고 오히려 저한테 묻기도 해요. 시공사와 미팅할 땐 금액이 안 맞으면 ‘죄송해요, 비싸서요’ 이렇게 돌아서면 되는데, 건축가 미팅은 조금 다르거든요. 건축가 선택의 기준을 뭘로 하느냐에 대해 어려워합니다. 그래서 제가 가이드를 드렸던 경우도 있죠.”
김 대표는 시공사를 먼저 찾아온 건축주에게 건축가를 소개한다. 그는 “저와 한번이라도 협업했던 건축가 가운데 내가 느꼈던 장단점을 말해준다”며 “결국 판단은 건축주의 몫”이라고 했다. 소개는 소개이고, 입찰은 입찰이다. 그의 회사는 1년에 100건 정도의 견적서를 제안한다고 했다.
-시공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왜 없어지지 않을까요.
“대형 건설사가 땅을 사서 설계를 외주하고 시행하는 것이 국내 건설 상황이에요. 그런데 중소 규모의 시공사는 완전히 달라요. 설계를 마친 건물을 수주하죠. 그럼 왜 의심의 눈초리를 받을까. 이유는 완성품을 파는 게 아니라 설명서(견적서)를 갖고 얼마에 만들어 주겠다고 하니까 생기는거 같아요. 업(業)의 특성이죠. 막상 집을 완공하면 품질에 대한 이견도 생기구요. 중소규모 시공사가 건축주의 까다로운 입맛을 맞추지 못하는 경우도 있죠.”
-건축주는 건축비에 얼마나 민감한가요.
“보통 견적을 많게는 5곳, 적게는 3개를 받아서 비교해요. 합리적인 사람은 중간가격 이상의 견적서에서 고민할텐데 보통은 최저가를 선택합니다. 레퍼런스가 별로여도 최저가를 제시한 시공사를 1순위로 놓습니다. 괜찮은 2순위 업체와 1순위 최저가 업체와 견적 차이가 5000만원 넘어가면 극복하기 어렵습니다.”
-건축비를 아끼려고 직영공사도 많이 하죠.
“주택 10채 가운데 7~8채 정도는 직영(直營)으로 집을 짓습니다. 주택은 661㎡ 미만, 근생시설은 485㎡ 미만은 건축주가 직영으로 공사할 수 있어요. 문제는 낮은 금액으로 공사를 약속했다가 공사비를 올려주지 않으면 공사 못하겠다면서 시간 끄는 경우에요. 결국엔 건축주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공사할 수밖에 없어요.”
-시공사의 장점은 뭔가요.
“건축주는 종합건설업 면허가 있는 건설사와 계약을 맺으면 선급금보증서, 계약보증서, 하자보수증서 등 제도적으로 보호를 받습니다. 시공사에서 하자보수를 해주지 않으면 하자이행증권을 가지고 건설공제조합이나 서울보증증권에 찾아가면 됩니다. 직영공사는 하자와 보수를 건축주가 직접 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사하다 민원이 들어오거나, 공사 중에 사람이 다치면 종합건설업 면허가 있는 시공사의 책임이지만 직영은 건축주의 책임이에요.”
-어떤 시공사를 선택해야 할까요.
“레퍼런스가 가장 중요해요. 어떤 일을 했고, 현재 뭘하고 있나 같은 거요. 관공서 일을 주로 맡는 회사에서 건축가와 협업으로 주택을 짓는다면 어려움을 겪을 거에요. 기존에 하던 일에서 크게 벗어나기 힘들어요. 협력업체 구성과 직원들 기술 노하우도 다르니까요.”
-건축주가 견적서를 알면 뭐가 달라지죠.
“건축주가 완벽하게 마스터할 순 없지만 각 항목에 대한 용어와 기본구성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공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견적서를 다시 보면 공사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파악할 수 있죠. 견적서는 단가표가 아니라 공사 흐름을 알 수 있는 지표 역할도 해요.”
-견적서에서 증액되는 경우는.
“견적서는 설계도에 들어간 건축 자재의 수량을 산출하는 적산과 적산에 가격을 매기는 견적으로 나뉘는데, 적산을 따로 받아서 저희에게 견적만 맡겼을 때 재료 산출의 수량이 달라지면 증액되죠. 마감재의 경우 건축주가 애초 생각했던 것과 실제 느낌이 다르거나 맘에 안들면 바꿔야죠. 그러면 증액이 되는 거죠. 정상적인 시공사라면 두 가지를 제외하곤 증액될 이유가 없습니다.”
-설계 도면을 뛰어넘는 집을 지을 수 있나요.
“설계는 연애와 비슷하고 시공은 결혼생활과 같다고 하더군요. 꿈꾸던 결혼생활이 실제와 다를 수 있잖아요. 시공사는 건축주와 오해가 생겨 다투기도 해요. 그런데 치열할수록 좋은 작품이 나와요. 건축주, 건축가, 시공사 가운데 셋 중 하나만 집중하면 좋은 작품이 나와요. 물론 건축주가 집중할 때 가장 품질이 높았던 것 같습니다.”
-집을 짓다보면 어려운 점은.
“시공사도 결국 마진율을 따져야 하는데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건축주의 변심, 설계의 오류, 현장의 소소한 사고 등을 시공사가 다 떠안는 경우가 많아요. 손해를 안보려면 건축주와 싸워야 하는데 그러긴 싫죠. 그러다보니 큰 공사쪽으로 시공사가 눈을 돌리는 경향도 있습니다.”
-건축비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88서울올림픽 전후로 신도시 등에 건물을 많이 지었는데 이제 30년이 지나서 재건축 시기가 돌아오면서 협력업체 단가와 인건비가 많이 올랐어요. 2011년에 비하면 20% 가량 오른거 같아요. 인건비와 자재비가 4대 6 정도였다면 이제 6대4로 바뀌었어요. 그런데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가이드를 잘못받는 경우가 많아요. ‘땅 몇 평이니까 건축비 얼마, 수익률 몇 퍼센트다’ 이런 식으로요. 건축주랑 상담하다보면 내가 아는 것과 왜 이렇게 차이가 크냐고들 해요. 제가 오히려 반문하죠. 대체 그건 누구한테 들었냐고 물어보면 부동산 중개업소와 몇 해 전 건축했던 지인에게 들었다고 해요. 그 때랑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거든요”
-예비 건축주에게 당부할 말이 있다면.
“스스로 공부해야 합니다. 판교 건축주들은 똑순이처럼 합니다. 땅값 빼고 건축비만 7억~8억 들어가니까 정말 열심히 공부하죠. 그래야 비용도 정확히 집행할 수 있어요. 실물이 아닌 설계도면을 바탕으로 공사가 진행돼 건축과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분쟁없이 집을 지으려면 공부해야 합니다. 알아보고 나면 후회가 없죠. 찜찜한게 없어요. 요즘은 건축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알려고 공부하는 분들도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