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서울 인근 신도시, 8·2대책 풍선효과 확산되나
정부가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이후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하락 징후를 보이는 반면, 분당·평촌 등 서울 인근 신도시 매매가는 오름세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부 대책으로 인한 '풍선 효과'가 발생한 것이고, 정부가 이들 신도시에도 추가 규제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최근 신도시 집값 상승은 8·2 대책 풍선효과로만 볼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본격 가을 이사철을 맞이해 서울과 가깝고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곳을 찾다보니 분당, 평촌으로 실거주 수요가 유입됐다는 이유에서다. 풍선효과가 발생했다고 볼 만큼 매매가 상승률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8·2 대책 이후 서울은 3주 연속 하락, 분당은 오름세
30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8·2 대책 발표 이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는 8월 1~3주 동안 -0.03%, -0.04%, -0.04%씩 3주 연속 하락했다. 대책 발표 직전 7월 3~4주 0.24%, 0.33%씩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급락에 가깝다.
반면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을 피한 분당, 평촌, 판교 등은 여전히 상승세다. 분당의 경우 8월 1~3주 0.13%, 0.24%, 0.23%씩 상승했다. 부동산정보회사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평촌 역시 같은 기간 0.13%, 0.11%, 0.09% 올랐고, 판교는 0.00%, 0.11%, 0.37% 상승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분당 정자동 느티마을공무원4단지(1006가구·1994년 입주) 58㎡(이하 전용면적)의 경우 이달 들어 6억원(12층)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달 5억1800만원(8층)~5억8500만원(6층)과 비교하면 최고 8000만원 오른 것. 분당파크뷰 139㎡도 지난달 11억9000만원(11층)에서 이달 13억4000만원(11층)으로 1억원 이상 올랐고, 서현동 시범우성아파트 75㎡는 같은 기간 5억9800만원(6층)에서 6억5500만원(5층)으로 5000만원 이상 올랐다.
분당 정자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분당은 원래 실거주 수요자가 많아 물건 자체가 많지 않아 매물이 나오면 바로 거래되던 곳"이라며 "최근 분당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는 소식에 매물도 전보다 많이 나오는데, 집주인들이 호가를 많이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평촌에서는 꿈마을건영3차 102㎡가 지난달 5억4500만원(12층)에서 이달 들어 6억원(18층)으로 올라 처음으로 6억원대를 돌파했다. 판교 백현동에선 백현마을 휴먼시아 7단지 84㎡가 같은 기간 8억6000만원(5층)에서 9억9000만원(20층)으로 1억3000만원 상승했다.
■“풍선 효과라기엔 변동률 높지 않아”
전문가들은 분당, 평촌, 판교 등 서울 인근 신도시의 집값 상승세를 '풍선 효과'로만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평촌, 김포 한강 등은 청약조정지역이나 투기지역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풍선효과라고 얘기하는 것 같은데, 그렇게 얘기하기엔 변동률 수치가 높은 편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분당은 청약조정지역인 성남에 포함돼 일정 수준 이상의 규제를 받고 있기도 하고, 최근 가을 이사철이 도래하면서 생활 환경이 좋은 곳을 중심으로 실거주 수요가 유입된다는 점 등 국지적 이슈에 따라 해석해야 한다"고 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장 역시 "분당은 8·2 대책이 나오기 전부터 거래가 조금씩 활발해지면서 호가가 오르기 시작했다"며 "판교와 강남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오른 분당은 타 지역 전셋값만으로도 집을 살 수 있어 실수요자 입장에선 가성비가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아왔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집을 사려고 했던 수요자들은 투자할만큼 뜨겁지 않아 가격이 많이 오르지 않은 곳을 선택하다보니, 그동안 투자자들 눈 밖에 있었던 분당, 평촌 등이 부각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풍선효과가 발생하려면 투자자들이 정부 정책의 틈새를 발견하고 파고들어야 하는데, 현재 상황은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돼 그럴 상황이 아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99로 7월보다 16포인트 급락했다. 2013년 1월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기준점인 100보다 낮으면 앞으로 집값이 하락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단 뜻이다. 8월 부동산·임대업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74로 전월 대비 4포인트 하락했는데, 이는 지난해 5월(7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풍선효과가 일부 생긴 것은 맞지만 지속성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전문위원은 "단기적으로는 분당, 평촌 등은 이번 8·2 대책의 규제에서 제외됐기 때문에 이쪽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도 그럴 것인가에 대해선 두고봐야 한다"고 했다. 분당의 경우 1990년대 입주를 시작한 아파트가 대부분이어서 가격이 저렴하긴 하지만 신축 아파트에 비해 가치가 높지 않아 투자 수요가 몰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 위원은 "평촌은 이슈가 거의 없고, 분당은 재건축과 리모델링 이슈가 있긴 하지만 이 역시 시장 상황 등 고려할 점이 많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엔 부담이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