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고양 삼송~광화문 출근 "20분대는 어림없어"

뉴스 김리영 인턴기자
입력 2017.08.29 06:35

[체험 리포트-신도시 출퇴근] ①고양 삼송지구, “서울까지 20분대” 사실인가?

오전 7시 47분. 경기 고양시 경의선 대곡역 플랫폼에 덕소행(行) 오전 마지막 급행 열차가 들어섰다. 창밖으로 비친 전동차 내부는 이미 파주와 일산에서 타고 온 승객들로 발디딜 틈조차 없어 보였다. 문이 열리자, 황색선 밖에서 기다리던 승객들은 너나없이 전동차 안으로 돌진했다. 기다리던 칸에 타지 못한 승객들은 재빨리 옆칸으로 뛰었다. 하지만 몸을 밀어넣던 몇몇 승객은 끝내 탑승을 포기하고 말았다.

아침 출근길 경의선 대곡역에서 서울로 가기 위해 급행열차를 갈아타고 있는 직장인들. /김리영 인턴기자


경기도 고양시 원흥·삼송지구는 서울 은평뉴타운과 일산신도시 사이에 총 2만2000여 가구 규모로 조성 중인 택지개발지구다. 전용면적 84㎡ 아파트값이 5억원 초반대로 서울 대비 저렴해 실거주 수요가 많다. 하지만 이곳으로 이사를 고려하는 직장인들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는 바로 서울 출퇴근이다.

원흥·삼송지구 아파트들은 분양 당시 ‘서울 중심지까지 이동시간이 20분대’라고 홍보했다. 과연 그럴까. 교통 체증이 심한 출퇴근 러시아워에도 들어맞는 말일까.

그래서 조선일보 땅집고가 직접 확인했다. 평일인 지난 23일 출근 시간과 그날 퇴근 시간에 직접 지하철 원흥역을 출발해 서울 여의도로 이동하는 직장인들을 따라 출퇴근 환경을 점검해 봤다.

경기도 고양 삼송택지개발지구 위치. /네이버 지도 캡처


■경의선 급행 타도 여의도까지 1시간

지난 23일 오전 7시 30분 원흥역에 도착한 후 여의도로 출근하는 직장인을 좇았다. 원흥역에서 여의도역까지 가는 방법은 두가지다. ①3호선을 타고 종로3가역에서 갈아타기 ②대곡역까지 가서 경의선 급행으로 갈아타고 5호선 공덕역을 이용하기다.

지하철 앱을 보면 원흥역에서 오전 7시34분 전동차를 타고 여의도역으로 이동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3·5호선이 48분, 경의선 급행 경유는 44분이라고 나온다. 일단 소요 시간이 더 적은 ②경의선 급행 경유 노선으로 여의도까지 출근해보기로 했다.

오전 7시 34분, 원흥역에 도착한 3호선 열차를 타고 경의선과 환승이 가능한 대곡역으로 이동했다. 출근시간 경의선 배차 간격은 4분~10분으로 일반 지하철보다 길다. 더구나 일산과 파주에서 서울로 향하는 직장인들이 탑승해 전동차 내부는 매우 혼잡했다. 일반 열차가 지나간 직후부터 급행열차를 타기 위해 전동차 출입문 대기선마다 20여명씩 줄을 섰다.

급행 열차가 도착해 문이 열리자, 차에 오르려는 승객들이 안에 있던 승객들을 밀치기 시작했다. 문앞에 줄을 서있던 승객 3~4명은 전동차에 오르지 못했다. 어렵게 문이 닫히고 급행 열차에 타고 2호선 환승역인 홍대입구역에 도착하는 14분간 승객들은 어쩔 수 없이 서로 몸을 밀착시킨 채로 가야했다.

경의선 원흥역에서 출발해 서울 여의도역과 광화문역까지 출근하는데 걸리는 시간. /그래픽=심기환 인턴기자


21분만에 공덕역에 도착하자, 인파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이들은 5호선을 갈아타기 위해 환승 통로를 걷기 시작했다. 지하철 앱에서는 환승시간이 4분 정도 걸리는 걸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승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제대로 걷기가 어려웠다. 5호선 공덕역~여의도역 구간은 지하철로 이동하기가 수월했다. 여의도역에 도착해 시계를 확인해보니, 원흥역부터 소요 시간은 총 49분이었다.

집에서 역까지 이동하는 시간과 여의도역에서 회사까지 이동하는 시간을 고려하면 출근 시간보다 최소 1시간 일찍 출발해야 지각하지 않았다.

같은 시각 대곡역에서 3호선으로 종로3가를 거쳐 5호선으로 갈아타면 이보다 10~15분쯤 더 걸린다. 총 1시간~1시간5분여가 소요된다. 지하철 3호선 외에는 딱히 이용할 대중교통 수단이 없었다.

공덕역은 경의선뿐만 아니라 공항철도, 지하철 5,6호선이 교차한다. 출근 시간대인 오전 8~9시에는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 주변으로 정체가 자주 발생한다. /김리영 인턴기자


■한결 수월한 도심 출근…광화문까지 40분대

여의도와 달리 종로·광화문 방향 출근길은 빠르고 수월했다. 지하철 3호선이 경복궁역까지 바로 연결돼 있다. 아파트 분양 홍보 문구에 적힌 20분 대 출근시간은 3호선 원흥역에서부터 경복궁역까지 소요 시간(29분)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원흥역에서 경복궁역으로 가는 3호선을 탈 경우, 경의선 급행에 비해 혼잡도가 덜하고 쾌적했다. 하지만 대화역에서부터 서울로 나가는 일산 거주 직장인들이 좌석을 모두 차지해 앉을 곳은 찾기 어려웠다. 원흥역에서 지하철로 종로까지 출근하는 회사원 A씨는 “원흥역에서 서서 가다가 불광역에서 사람들이 많이 내려 그때부터는 앉아서 간다”고 했다.

경복궁역이 아닌 광화문이나 을지로 일대까지는 걷는 시간과 갈아타는 시간을 포함해 40~50분 정도 소요된다. 명동으로 출근하는 회사원 C씨는 “8시30분까지 출근이어서 보통 아침 7시 30분쯤 집에서 나온다. 집 현관문에서 사무실 책상 앞에 앉기까지 대략 50분 걸린다”고 했다.

원흥역에서 종로로 출근하는 또 다른 방법은 광역버스 9703번을 타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로 나가는 광역버스 노선은 이 노선 하나 뿐이어서 상당히 혼잡하다.

해가 저물기 시작한 23일 오후 7시 무렵 다시 광화문에서 원흥역까지의 퇴근길을 따라가 봤다. 오후 7시에 광화문역 6번 출구를 출발해 종로 3가역에서 오후 7시16분 대화역으로 가는 3호선 열차에 탔다. 승객들이 많아 앉을 수는 없었지만 혼잡하지는 않았다. 다만 오전에는 중간에 자리가 났던 것에 비해 원흥역에 도착할 때까지 빈 좌석이 없었다. 열차는 종로3가역에서 갈아탄 지 26분이 지난 오후 7시42분 삼송역에 도착했다.

■아파트값 강세…입주 초기보다 2억원 올라

원흥·삼송지구는 현재 입주를 앞둔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원흥역에는 고양삼송원흥역푸르지오(2018년 7월 입주 예정)가 공사 중이며, 삼송역 부근 삼송역현대해리엇은 분양을 앞두고 있다. 이미 입주한 아파트들은 2015년부터 매매가가 올랐다. 이 일대에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고양’이 들어서는 등 쇼핑 메카로 주목받으면서 일산보다 서울이 더 가까운 삼송동 일대가 새로운 생활 중심지로 떠오른 것이다.

아파트들은 입주 초반보다 가격이 많게는 2억원 이상 올랐다. 원흥역에서 걸어서 8분 거리에 있는 삼송마을15단지 계룡리슈빌(1024가구·2012년 12월 입주) 아파트 84㎡는 2014년까지 3억원대 후반에서 4억원대 초반에 거래됐다가 작년 9월 처음으로 5억원대에 진입했다. 이 주택형은 올 상반기 내내 5억원에 매매됐다. 최고가는 지난 3월 5억3700만원을 찍었다.

새 아파트와 쇼핑단지가 들어서며 점차 도시 모습을 갖춰가고 있는 삼송지구 일대에서 올 상반기 가장 비싸게 거래된 아파트는 삼송2차아이파크(1066가구·2015년 9월 입주). 84㎡가 지난 6월 6억5400만원(20층)에 팔렸다. 작년 상반기까지 5억원 중후반대에서 거래되던 이 아파트는 작년 8월부터 6억원대에 올라선 뒤 올해는 6억원대에 안착했다.

경기 고양 삼송마을15단지 계룡리슈빌 아파트. /네이버 거리뷰 캡쳐


삼송2차아이파크 아파트는 삼송동에서 가구 수가 가장 많은 대단지로 최고 29층 10개동 규모다. 3호선 삼송역이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다. 삼송마을동원로얄듀크(598가구·2012년 9월 입주)는 전용 84~116㎡로 구성된 중대형 아파트다. 84㎡는 지난 6월에 5억3000만원(6층)에 거래됐다. 해당면적 역대 최고가다.

삼송스타클래스(627가구·2015년 1월 입주) 84㎡는 올 2월 5억6300만원에, 동산마을 호반베르디움22단지(1426가구·2012년 10월 입주) 84㎡는 지난 4월 5억9000만원에 각각 실거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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