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설계·조경업체와 손잡고 반포주공1단지 수주전 공들여
현대건설이 서울 강남 지역에서 대형 재건축 단지 수주에 공을 들이고 있다. 고가 아파트 단지가 즐비한 강남권에 랜드마크급 아파트를 지어 주택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겠다는 것이다. 건설업계 '맏형' 현대건설은 국내외에서 역사적인 대형 프로젝트를 여럿 성공하고도 정작 소비자 접점이 큰 국내 주택 시장에서는 브랜드 파워가 약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디에이치' 앞세워 강남서 약진
현대건설은 이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2015년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 '디에이치(The H)'를 선보였다. 작년 8월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서 분양한 '디에이치 아너힐즈'는 고분양가 논란에도 청약 신청이 몰리면서 나흘 만에 완판(完販)됐다.
현대건설은 디에이치 브랜드를 앞세워 서울 강남권에 90도로 누운 'H'자 모양의 랜드마크 타운을 연결하겠다는 계획이다. 첫 번째 축은 현대차그룹 본사가 있는 양재대로를 따라 강남구 개포동(디에이치 아너힐즈, 개포1단지, 개포8단지)-송파구 가락동(헬리오시티)-올림픽공원(둔촌주공아파트)으로 연결된다. 동서로 이어지는 두 번째 축은 올해 분양 예정인 '삼호가든 3차' 등 서초구 반포동 일대에서 잠실 방향으로 뻗어나간다. 두 축을 잇는 중간 축은 현대차 신사옥이 들어서는 삼성동 GBC(글로벌비즈니스센터) 일대가 된다.
◇반포주공1단지 수주에 공들여
올 하반기 서울 강남권에서 재건축 수주전이 치열한 가운데 현대건설도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26일 강남구 일원동 '일원대우' 시공사로 선정됐고, 다음 달 9일 시공사 선정 총회를 앞둔 서초구 방배동 '방배5구역'도 단독 입찰로 수주가 유력하다.
현대건설이 가장 공을 들이는 사업장은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이다. 현재 2120가구인 반포1단지 1·2·4주구(住區)는 재건축 사업으로 5388가구 규모의 '매머드 단지'로 탈바꿈한다. 한강과 맞닿은 입지에 지하철 9호선과 4호선을 바로 이용할 수 있고, 각종 생활 편의시설은 물론 학군(學群)도 좋다는 평가다.
이 단지는 내년부터 부활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공동사업시행방식으로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은 다음 달 4일까지 입찰 제안서를 받고, 같은 달 28일 조합원총회에서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글로벌 설계·조경업체와 협업
반포주공 1단지 수주전에 나선 현대건설은 현금성 자산이 많아 재원 마련에 무리가 없고, 안정적인 신용등급(AA-)과 낮은 부채비율(130.5%) 등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또 글로벌 설계회사 HKS와 손잡고 명품 단지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HKS는 75년 역사의 세계 10위권 설계 회사로 샌프란시스코의 고급 레지던스 '재스퍼 타워' 등 다수의 랜드마크 빌딩을 설계했다. 조경·인테리어 부분은 미국 최대 주거디자인 회사인 RTKL과 협업한다.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은 "강남 최고의 입지를 갖춘 반포주공 1단지 재건축 사업을 통해 100년을 바라보는 주거 문화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