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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대책 열흘…지방엔 떴다방, 서울은 거래 절벽

뉴스 장상진 기자
입력 2017.08.13 19:11 수정 2017.08.13 20:09

명암 갈린 부동산 시장
규제 패해간 남양주 모델 하우스
주말 인파 몰려 입장에만 1시간
투기지역 마포, 방문객 절반으로
서울 아파트 거래량 5분의 1로
호가 수억원 낮춰도 거래 끊겨
"집값 그대론데 재산권 침해"
일부 지역선 집단 반발 움직임

지난 12일 경기도 남양주시 도농동 ‘두산 알프하임’ 모델하우스를 찾은 방문객들이 앉아서 쉬고 있다. 이날 1만2000명을 비롯해 지난 11일부터 사흘간 3만4000여명이 이 모델하우스를 찾았다./알비디케이

13일 경기도 남양주시 도농동에 있는 ‘두산알프하임’ 모델하우스 주변엔 관람 대기줄이 300m 넘게 이어졌다. 입장 대기 시간만 1시간이 넘었고, 상담 부스 30개가 차려졌지만 대기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주말 사흘 동안 모두 3만4000여명이 방문했다.

같은 날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있는 ‘공덕SK리더스뷰’ 모델하우스는 상대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였다. 모델하우스 입장을 위해 건물 밖으로 긴 줄이 늘어서는 광경은 볼 수 없었다. 분양 관계자는 “사흘 동안 1만4000여명이 방문했다”고 밝혔다. 2주일 전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DMC 에코자이’ 모델하우스에 사흘간 약 3만명의 인파가 몰린 것과 비교하면 방문객 수가 절반 정도로 줄어든 것.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8·2 부동산 대책으로 규제를 받는 지역은 조정이 이뤄지면서 청약 경쟁률도 이전보다 낮아질 것”이라며 “규제 제외 지역은 여전히 가수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8·2 부동산 대책’ 비(非)규제 지역에선 청약 열기가 뜨겁지만, 규제가 집중된 서울은 실수요자 중심으로 차분한 분위기를 보였다. 서울 기존 아파트 시장의 호가(呼價)를 대폭 낮춘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매수자가 없어 ‘거래 절벽’이 현실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강북 일부 지역에선 정부 규제에 반발하는 주민들의 집단행동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규제 피한 지역, 청약 열기 ‘후끈’

SK건설이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서 분양하는 공덕SK리더스뷰는 입지 조건이 좋아 시장에서 높은 관심을 받았지만, 모델하우스를 찾는 사람들은 예상보다 적었다. 8·2 대책으로 마포구가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열기가 식었다는 분석이다. SK건설 관계자는 “8·2 대책 이후 바뀐 청약 조건과 중도금 대출, 분양가 등에 대한 문의가 많았다”고 했다.

반면 경기도 남양주 두산알프하임은 사흘 내내 인파로 북적였다. 이 단지는 계약 6개월 후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다. 8·2 대책에 따른 청약 조건 제한이나 대출 규제도 받지 않는다. 시행사인 RBDK(알비디케이) 관계자는 “서울 접근성이 좋은 데다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면서 많은 사람이 모인 것 같다”고 말했다. 두산건설이 경남 김해에 공급하는 ‘김해 주촌 두산위브더제니스’ 모델하우스에도 사흘간 1만5000여명이 찾았다. 이 지역은 부산 일부 지역이 분양권 전매 제한 등 규제를 받게 되면서 반사이익이 예상되는 곳이다. 모델하우스 주변에는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 관계자 30여명이 나타나 명함을 돌리기도 했다.

◇기존 아파트, 거래 절벽 분위기에 ‘썰렁’

서울의 기존 주택 시장은 거래 절벽이 현실화되고 있다. 집주인들이 8·2 대책 이전 호가보다 수억원을 낮춰 매물을 내놓지만 매수자들은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며 관망하면서 거래가 끊긴 것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8·2 대책 발표 직전 일주일간(7월 26일~8월 1일) 1554건이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대책 발표 후(8월 2~8일)엔 287건으로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11일 기준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1주일 사이 0.25% 떨어졌다. 8·2 대책 이전 15억2000만원에 매물로 나왔던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의 경우 최근 13억5000만원에 시장에 나오기도 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과거에는 부동산 규제 대책 발표 후 거래 절벽 현상이 최대 한 달 정도 이어졌는데, 이번에는 고강도 대책이라 몇 달 정도 이어질 것”이라며 “경제 체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금리까지 인상되면 더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노원구 주민 “투기지역 지정 풀어달라” 반발

일부 지역에선 집단 반발 움직임까지 나오고 있다.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노원구에서는 정부 규제에 반발한 주민들이 14일부터 노원역 사거리 앞에서 시위를 준비 중이다. 실제로 경찰에 집회 신고까지 마쳤다. 요구 사항은 ‘노원구 투기지역 해제’. 노원구 평균 아파트값은 지난달 기준 3.3㎡당 1714만원으로 작년(1542만원) 7월 대비 약 11% 올랐다. 김모(47)씨는 “2013년 초에 6억원대 초반에 산 아파트가 5년째 그대로고, 주변 단지도 마찬가지”라며 “장기적으론 오른 게 없는데, 규제는 재산권 침해”라고 했다. 포털 사이트의 노원구민 커뮤니티에서는 아파트에 ‘노원 집값 10년 전 그대로다’ ‘우리가 서민이다’ 등의 현수막을 내걸고, 지역구 국회의원과 구청장 등을 압박하는 방법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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