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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마련 어쩌라고… 3040 실수요자 '8·2 쇼크'

뉴스 장상진 기자
입력 2017.08.04 00:44

[주택담보대출 기준 강화… 8만여 명 자금 마련 계획 차질]

5억~6억원대 아파트 구입 때 대출 가능액 1억원 가량 줄어
자산 형성 기간 짧아 상대적 불리
추첨 분양 없애고 100% 가점제, 젊은 가구에겐 불리한 점 투성이

서울에 사는 7년 차 직장인 윤모(34)씨는 '8·2 부동산 대책'으로 고민에 빠졌다. 늦어도 내년쯤 서울에 내 집을 마련할 생각이었는데, 자금 마련에 차질이 생겨서다. 당초 은행 대출을 받으면 5억~6억원대 아파트를 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1억원가량 대출 가능액이 줄어들 게 확실시되고 있다.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LTV(주택담보대출비율)가 60%에서 40%로, DTI(총부채상환비율)가 50%에서 40%로 각각 낮아진 게 윤씨의 내 집 마련 계획에 직격탄이 됐다.

◇투기과열지구 8만여 명이 주택구입계획 차질 빚을 듯

이번 조치로 서울 전역과 과천시, 세종시 등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에서 주택을 구매하는 사람의 80%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금융당국은 추산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KB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자료를 근거로 이번 대책의 영향을 추정했다. 지난해 하반기 국민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에서 주택을 산 사람은 총 2만4000명이다. 이 가운데 80%인 1만9000명이 LTV 또는 DTI 40%를 초과하는 대출을 받았다. 금감원은 "작년 하반기 대출 패턴이 계속된다고 가정하면,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에서 집을 사는 10명 중 8명 정도를 LTV·DTI 40% 이상의 대출을 받기 원하는 사람으로 볼 수 있다"며 "이들이 새 LTV·DTI 규제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의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점유율은 22%다. 국민은행 숫자에 대략 5를 곱하면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에서 주택을 구매하면서 LTV·DTI 40%가 넘는 대출을 받은 전체 인원을 가늠할 수 있다. 작년 하반기를 기준으로 8만6000명 정도로 계산된다.

이들의 평균 대출 감소액은 5000만원으로 추정됐다.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기존에 대출받던 것과 비교해 5000만원 정도 대출을 덜 받게 되는 것이다. 8만6000명이 영향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4조3000억원의 대출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30~40대 가구 타격 가장 클 듯

세대별로 30~40대 가구 충격이 가장 크다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LTV·DTI가 40%로 내려가면서 자산 형성 기간이 50대 이상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30~40대의 자금 마련이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아파트 청약 제도 개편도 골칫거리다. 현재 서울 시내 전용면적 85㎡ 이하 아파트는 분양 물량의 60%에 대해 추첨제를, 40%에 대해서는 가점제를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8·2 대책으로 다음 달부터 추첨 없이 100% 가점제만으로 분양한다. 가점제 산정 기준은 청약통장 가입 기간, 무주택기간, 부양가족 수 등이다. 30~40대 가구엔 불리한 점 투성이다. 30대 직장인 석모씨는 "27세 취직하자마자 청약통장에 열심히 납입했지만 가점이 13점대에 불과하다"며 "요즘 서울은 40점대 중반 아래로는 명함도 못 내민다고 해 걱정"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과 건국대 산학연구팀 공동 분석에 따르면, 2010~2015년 수도권에서 분양한 전용면적 40~50㎡ 소형 아파트의 67%는 '50세 이상'이 분양(미계약분 최초 계약 포함)받았다. 30~49세는 33.4%였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베이비붐 세대 은퇴자들이 안정적인 월세 수익을 노리고 소형 아파트에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30~40대의 내 집 마련이 요원해졌는데 월세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고강도 8·2 대책은 상당수 아파트 구매자들의 마음을 바꿔 전·월세 시장에 머물게 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렇게 전·월세 수요가 늘어나면 당연히 임대료가 오르고, 결국 무주택 청년층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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