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곧 무너진다" 조롱 딛고 중국의 자존심이 된 '냐오차오'

뉴스 김진범 건축사
입력 2017.07.30 06:32

1947년 태동한 한국 근대 건설 산업이 올해 70주년을 맞는다. 하지만 건설 산업에 대해서는 긍정보다는 부정, 발전보다는 쇠락하는 이미지가 더 강한 게 현실이다. 조선일보 땅집고(realty.chosun.com)는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공동으로 지금까지 인류 문명과 과학 발전에 기여한 기념비적 건축·구조물들을 발굴, 그 의미와 가치를 재조명해 건설산업의 미래를 생각해보는 기획물을 연재한다.

[세상을 뒤흔든 랜드마크] 중국의 자존심이 된 ‘냐오차오’

외관이 새둥지를 닮았다고 해서 '냐오차오'라고 불리는 2008 베이징올림픽주경기장. 이제 중국의 대표적 관광명소가 됐다. /조선DB


일상에서 접하기 힘든 스케일이 주는 감각이 아름다움이라는 가치를 압도하는 경험을 종종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아주 많거나, 아주 크거나, 아주 높은 사물을 대할 때 느끼는 당황스러우면서도 낯선 감동이 그렇다.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베이징올림픽 내셔널스타디움의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중국은 2002년 국제 설계 경기를 통해 2008년 올림픽 주경기장의 디자인을 선정하고 ‘돌아온 중국’의 위상과 자존심을 전 세계인에게 각인시키려는 목표를 갖고 막대한 금액(약 5500억원)을 들여 건설했다. 설계경기 당선작은 일반에 공개되면서 ‘새 둥지를 닮았다’고 해서 애칭을 즐겨 부르는 중국인들에 의해 금방 ‘냐오챠오(새 둥지)’로 불리게 됐고, 외관과 별도로 내부 관람석에 중국 전통 도기의 모양을 차용하는 등 디자인을 조금씩 조정한 결과 현재 모습에 이르렀다.

■철로 엮은 거대한 구조물

냐오차오는 지하 1층, 지상 7층으로 동서 너비가 280m, 남북 길이가 333m로서 현재 중국에서 제일 큰 경기장이다.

냐오챠오는 외관을 형성하는 지배적인 요소인 ‘가지’를 무엇으로 만들어 어떻게 엮을 것인가가 시공의 관건이었다. 사실 이 가지들로 엮인 격자망(둥지)은 구조적 역할을 담당하도록 의도되지는 않은 것 같다. 지상 7층 높이의 관람석으로 통하는 계단들을 그 위에 얹기는 했지만 콘크리트 기둥으로 받치도록 한 관람석과는 기초를 제외하고는 완전히 분리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풍(風) 하중과 지진 하중에 저항할 수 있어야 했다. 어떤 재료가 됐든 그 막대한 규모로 인한 자중 자체를 부담하는 것이 구조적으로 중요한 문제였을 것이다.

냐오챠오는 최대 경간이 330m를 넘고 높이가 60여m나 된다. 길이가 수백m나 되는 가지들이 제 모양을 유지하고 있으면서 다른 가지들과 단단하게 엮여 있도록 하기 위해 어떤 방법이 요구됐을까. 게다가 이 부재들은 뒤틀리고 휘어져 있기까지 했다(이 점 때문에 냐오챠오가 붕괴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그들이 선택한 것은 ‘철(鐵)’이라는 재료를 ‘용접 접합’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볼트나 리벳에 의한 접합보다 용접 접합은 용접 기술자의 숙련도에 따라 많은 차이가 생기는 시공 방법이다. 게다가 냐오챠오의 부재(部材)들은 기둥처럼 똑바로 서 있지 않고 휘고 틀어져 있어 이들의 조합이 제대로 필요한 역할을 하려면 접합부의 설계와 시공이 절대적으로 중요했을 것이다.

냐오차오는 휘어지고 비틀어진 철구조물과 각종 부재들을 인간이 직접 용접해서 이어붙이는 방식을 적용했다.


■하이테크와 인간의 노동을 결합하다

냐오챠오의 구조물은 기둥과 기둥 사이 간격, 즉 경간이 최대333m에 달해 전통적인 저강도 철강재의 경우 용접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Q460이라는 고강도 신형 철강재를 개발해 사용했다. 이 신형 철강재를 개발한 철강회사에 따르면 Q460은 저합금, 고강도 소재로 뛰어난 진동 방지, 항온 효과, 용접성을 갖추었으며 최대 두께 100㎜라는 국제 표준을 깨고 110㎜ 두께에 도전하면서 두꺼운 철강재를 용접하는 독자적 기술을 개발해 적용했다고 한다. 냐오챠오의 강구조는 전체의 70% 이상이 일체형 용접의 양방향 비틀림 구조여서 철판은 후판을 채택했고 강구조 내부에는 대량의 보강판을 댔다.

냐오차오 지붕과 벽면의 강구조는 2000여 개의 박스형 ‘굽힘-비틀림 철근 부재’(box bend-torsion component)로 연결·구성했다. 이 철근 부재의 횡단면은 1.2m×1.2m, 강판 두께는 10~60㎜로 변화하고, 길이는 수 m에서 십여 m에 달했다. 강판의 강도가 높고 두께 변화가 커서 정밀도 요구가 높았다. 굽힘-비틀림 철근 부재의 모양이 복잡 다변해 강판 곡면 성형 문제는 가장 어려운 난제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길림대학교 무금형 성형(dieless forming) 기술센터는 강판 곡면을 가공하는 다점 성형 장비를 개발했다.

2007년 3월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던 베이징올림픽메인스타디움.


■무질서 속의 질서와 원칙

냐오챠오의 구조는 마치 아무런 위계가 없이 엉킨 격자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매우 엄격한 조직이 숨어 있다. 즉, 24개의 트러스 기둥 골조들을 지붕의 오픈 부위를 접선하도록 일정한 패턴으로 배열해 기본 시스템을 만든 다음, 부(副) 거더들로 이들을 나누기도 하고 연결하기도 하면서 전체 형태를 만든 것이다(이 부거더들은 비정형적으로 아름답게 보이도록 그 위치를 결정했다).

이처럼 입면을 구성하는 격자망 구조물과 지붕은 개별 부재들을 용접해 하나가 되면서 매우 단단해졌다. 구조가 곧 외관이 됐다고 해서 외관에 쓰인 모든 부재들이 동일한 구조 역할을 한다고 가정하면 아무리 훌륭한 구조 기술자라고 해도 이처럼 복잡하게 얽힌 부재의 구조를 해석하고 부재 사이즈를 결정하는 데 막대한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또 단시간 안에 시공해야 하는 상황에서 필수적인 부재의 대량 생산에도 근접하지 못했을 것이다. 즉, 건물의 화려함 뒤에 숨은 경제성과 합리성은 당연한 것이면서도 높이 평가할 부분이다.

냐오챠오의 부재들은 두 방향으로 대칭되는(건물의 종·횡 단면도를 보면 모두 좌우 대칭이다) 토러스(도넛같이 생긴 둥근 쇠고리 모양)의 표면 위에 정확하게 놓여 있다. 이 역시 관람석을 덮는 지붕의 재료를 그나마 균등하게 제작하는 데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지붕은 ‘가지와 가지’ 사이마다 3만8000㎡나 되는 면적을 철골 구조물과 대비되는 투명한 재료인 ETFE 패널(불소가 첨가된 플라스틱의 일종으로 내구성과 신축성, 투광성이 뛰어나 유리를 대신할 건축 소재로 꼽힘)로 덮어 케이블로 지지했다. 그 아래에는 음향 문제 해결을 돕는 텍스타일로 막을 시공해 2중막 구조가 됐다. 철골 공사의 시공 정확도를 사전에 예측할 수 없었던 시공회사는 철골 공사가 끝난 후에야 패널 사이즈를 설계할 수 있었다. ETFE 패널 한 장은 자동차가 올라가도 견딜 수 있을 정도의 내력을 가졌다. 하지만 케이블 등의 지지물 없이 하중을 견딜 수 있는 최대 스팬은 1.5m에 불과해 최대 300㎡에 달하는 패널 4690개를 스텐리스 케이블로 지지했다.

두께 10㎜ 케이블을 1m 정도 간격으로 평행하게 배열해도 워낙 가지와 가지 사이가 넓어 형태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일방향 철골빔을 보조로 설치해 케이블을 지지했다. 케이블과 철골빔을 사용했기 때문에 지붕면은 애초 의도한 대로 양방향 곡률을 가지지 못하고 한 방향으로만 구부러지는 형태가 됐고, 입면과 만나는 어깨 부분을 제외하고 나머지 지붕면은 거의 평평해졌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사전 연습이 실시된 냐오차오에서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지고 있다./베이징=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붕괴 우려 불식시킨 경제성과 합리성

냐오챠오가 거의 완성되었을 때, 국내의 한 철골공사 전문가가 올림픽 개막일 즈음에 냐오챠오가 붕괴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유는 철이라는 재료가 갖는 특성 때문이었다. 즉, 냐오챠오의 철골 부재들은 통상적인 기둥이나 빔처럼 똑바로 서 있지 않고 비스듬하게 누워 있는 데다 그 자체를 휘어놓아 재료 자체가 갖는 강성의 대부분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또 부재를 휘면서 소성 변형이 생겼고 이에 따라 발생한 응력(應力·변형력)이 자연스럽게 사라질 시간적 여유 없이 부재들을 계속 용접했다는 것이 원인으로 지적됐다.

하지만 냐오챠오는 올림픽 대회 기간 동안 무사했고 지금도 베이징의 관광 명소로 손님을 맞고 있다. 서양에서 비슷한 경기장을 짓기 위해 들였을 법한 금액의 10분의 1 비용으로 52개월 만에 실시 설계와 시공을 마친 경제성과 합리성이, 시공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들을 불식시키고 승리한 셈이다.

헤어초크(왼쪽)와 드뫼롱.

헤어초크&드뫼롱(Herzog de Meuro)이라는 걸출한 건축가 집단과 새로운 기술적 과제에 과감하게 도전해 자체적으로 해결하고자 노력한 중국인들의 오픈 마인드가 만나 21세기에 다시 나오기 힘든 경이로운 경기장이 지어졌다. 건축 설계를 생업으로 하는 필자의 눈에도 황홀하게만 보였던 개막일 냐오챠오의 모습은 건축이 예술과 과학을 아우르는 위대한 직능임을 새삼 깨닫게 했다. 냐오챠오가 주는 감동은, 미적인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물량과 에너지 측면에서의 스케일, 그리고 그 뒤에 숨어 있는 수많은 인간들의 땀과 노력에 의한 총체적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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