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마당 없애고 주방·침실 위아래 바꾼 단독주택의 파격

뉴스 박태홍 건축가
입력 2017.07.17 07:00 수정 2017.07.18 09:35

내가 꿈꾸는 집은 어떤 것일까. 누구나 집에 대한 로망이 있죠. 하지만 정작 자신이 원하는 집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면 막막한 게 현실입니다. 조선일보 부동산 플랫폼 땅집고(realty.chosun.com)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공동으로 한국의 아름다운 집을 골라 소개합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그 막연함이 조금이라도 구체화되기를 바랍니다.

[한국의 아름다운 집] ⑭ 경기 판교신도시 단독주택 소소헌(蘇素軒)

소소헌의 전경. 하얀 색 집과 집 앞 자작나무가 대비를 이룬다.


옥상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친환경 단독주택으로 꾸몄다.


외벽은 노출콘크리트를 적용했고 2층은 큰 유리창을 달아 개방감을 높였다.


건축주는 기본적인 기능 외에는 어떤 집을 원한다는 요구를 하지 않았다. 건축가를 믿고 계획안에 대한 동의를 구하는 과정에서 설계안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건축주가 원하는 집’이 아니라 ‘건축주를 위해 어떤 집을 만들어야 할 지’를 고민하게 됐다.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에 집을 짓는 건축주는 대부분 마당을 첫 손가락에 꼽는다. 건축가는 지상층 평면을 쥐어짜서 마당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판교의 단독주택 필지 규모는 살짝 아쉽다. 기능적인 면을 따져 마당을 만들면 웬만한 텃밭 크기도 안된다. 예쁜 화초 몇그루 심고 방에서 내다보는 공간이 되기에도 좁다. 그마저도 주차장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건축주와 애매한 크기의 마당을 포기하기로 합의했다. 사라진 마당 공간은 침실의 사적인 외부 공간(patio)이 된다. 그렇게 하려면 1층에 침실을 두고, 2층은 거실과 주방으로 꾸며야 한다. 거실이 대개 1층에 있는 것과 정반대다.

대형 창문이 달린 1층 침실.


집 중앙을 수직으로 가로지르는 나선형 계단은 지하에서 옥상까지 하나의 공간으로 이어준다.


1층 침실은 창문을 마음껏 크게 냈다. 채광(採光)과 환기가 원활한 열린 공간이 됐지만 프라이버시(사생활) 침해 걱정이 없다. 거실 공간은 층으로 분리돼 구조적으로나 공간적으로 하나의 큰 공간을 만들었고 집밖의 보행자들 시선으로부터도 자유로워졌다. 서로 다른 성격의 공간은 층으로 분리되고, 유일한 수직공간인 나선형 계단이 지하층에서 옥상 데크까지 전체 수평 공간을 잇는다. 나선형 계단을 마주하는 1층 출입홀은 어둡지도, 밝지도 않도록 조절했다. 왜냐하면 2층으로 직접 안내되는 방문자에게 극적인 공간 대비감을 주기 위해서다.

거실과 주방으로 꾸며진 2층 내부.


2층 내부의 삼각형 모양으로 생긴 휴식공간. 뾰족하게 만들어진 공간에서 쉬거나 옥상 밖으로 나갈 수 있다.


2층 거실 몸통 박스에서 스며나온 듯한 삼각형 공간은 주방과 인접한 다이닝 공간을 제외하고 특별한 용도를 정하진 않았다. 전투기의 콕핏(cockpit)처럼 모든 방향으로 시선과 감각이 확장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지지기둥 없이 개폐가 가능한 창호를 사용해 꼭짓점부의 개방감을 극대화했다. 테라스로 출입이 가능하면 환기에도 유용하다. 건축주는 이곳에서 오랜 시간 머문다.

옥상에 설치한 태양광 패널은 공간과 시야가 훼손되지 않도록 옥상 경계 밖으로 캔틸레버 방식으로 만들었다. 결국 이 주택은 가로대응부의 단순한 기하학에 구애받지 않으면서도 자유분방한 후면을 가진 완전히 다른 모습이 대비되는 주택이 완성됐다.

대지위치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산운로
대지면적 : 265.2 m²
건축면적 : 127.51 m²
건폐율 : 48.0807 %
연면적 : 284.14 m²
용적률 : 79.25 %
주요외장재 :노출콘크리트 위 백색 스테인/백색 대리석(카라라 비안코)
사진 : 윤준환, 박태홍

박태홍 건축연구소.유토 대표

박태홍 건축연구소.유토 대표는 홍익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AA스쿨 GDG에서 수학했다. 런던의 FOA와 로테르담의 OMA에서 다수의 도시와 건축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장건축 대표를 거쳐 현재 건축연구소.유토를 운영 중이다. 한국건축가협회 정회원이며 서울시 공공건축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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