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정글에 은둔한 수수께끼 문명…흙으로 쌓은 탑의 도시

뉴스 김우영 건설산업硏 연구위원
입력 2017.07.16 06:00

1947년 태동한 한국 근대 건설 산업이 올해 70주년을 맞는다. 하지만 건설 산업에 대해서는 긍정보다는 부정, 발전보다는 쇠락하는 이미지가 더 강한 게 현실이다. 땅집고(realty.chosun.com)는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공동으로 지금까지 인류 문명과 과학 발전에 기여한 기념비적 건축·구조물들을 발굴, 그 의미와 가치를 재조명해 건설산업의 미래를 생각해보는 기획물을 연재한다.

[세상을 뒤흔든 랜드마크] 밀림에 은둔한 수수께끼 문명

앙코르 와트로 대변되는 크메르 시대의 유적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다녀왔다. 캄보디아의 밀림 속에 은둔해 있던 세계 최대 문명 중의 하나인 앙코르 왕조의 유적은 많은 서적과 매체를 통해 소개됐다.

하지만 아쉽게도 앙코르 유적은 너무 오래된 나머지 건설의 비밀에 대하여 알려진 게 많지 않아 일반적인 관광 책자에서 소개되는 수준 이상의 정보를 알아보는 것은 쉽지 않다.

16세기 초반 포르투갈 사람들에 의해 최초로 서방에 알려지기 시작한 캄보디아 앙코르 와트 유적. 세계 7대 불가사의로 꼽힌다.


■16세기 초반 서방 세계에 발견

앙코르와트가 있는 지역은 씨엠립(Siem Reap)이라고 하는 비교적 작은 도시로 이 지역에는 많은 유적들이 산재해 있다. 앙코르와트는 전설 속 도시로서 수많은 탐험가와 여행객들에 의해 그 신비가 벗겨지고 있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들이 있다.

앙코르 유적은 16세기 초반부터 서방 세계에 자주 등장했다. 당시 네덜란드에 의해 수마트라에서 쫓겨나 캄보디아 피난 시설로 이동한 포르투갈 사람들이 앙코르를 본 최초의 서양인들 중 하나다. 앙코르에 관한 최초 기록은 포르투갈 출신 작가 디에고 도 쿠또(Diego do Couto)의 글이다. 여기에는 16세기 중반 캄보디아 왕이 코끼리 사냥을 하는 동안 앙코르를 발견하게 된 경위가 기록돼 있다.

그 후 프랑스 박물학자 앙리 무오(Henri Mouhot)가 캄보디아 방문 후 발표한 글이 유럽에서 주목받는다. 그는 런던 왕실 지질학회 후원을 얻어 1858년 싱가포르를 거쳐 9월 태국 시암에 도착했다. 그리고 3개월 후부터 1860년 4월까지 여행을 계속했는데, 그 중 두달을 앙코르를 포함한 캄보디아에서 보냈다. 그는 앙코르와트에서 조사한 세부 사항을 기록했고, 메콩강 일대의 라오스와 북동부 시암에 대한 조사까지 포함한 지도를 제작했다. 무오는 1861년 35세 나이로 라오스의 루앙 프라방에서 사망할 때까지 조사를 계속했다. 그의 기록은 1864년 그의 부인과 형제에 의해 출판됐다.

수백년간 밀림 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의 타프롬사원. 거대한 나무 밑둥이 사원에 뿌리내리고 있다.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주연한 '툼레이더'의 배경으로 쓰이기도 했다.


■나무와 라테라이트, 벽돌로 축조

앙코르 와트는 중앙의 복합 사원을 에워싸는 대규모 해자로 둘러쳐 있다. 공중에서 내려다보면 부지 전체가 정확한 장방형을 띤다.

이런 앙코르 건축에는 나무와 라테라이트, 벽돌, 사암 등이 주로 사용됐다. 라테라이트는 건기의 열대 지방에 널리 분포하는 적갈색 흙으로 건물 기초를 다지는 데 주로 이용된다. 높은 건물의 기단들은 모두 라테라이트로 기초를 잡았다. 라테라이트는 땅 속에서 수분을 머금고 있을 때는 부드러운 성질을 띠지만 일단 공기 중에 노출되면 벽돌보다 단단해지는 성질을 갖고 있다고 한다. 한 번 굳어버리면 단단하며 떨어질 때 덩어리로 떨어져 조각하기에는 좋지 않지만 건물 기초를 다지는 데는 좋은 재료라고 한다 .

앙코르 건축의 초기(10세기 전)에는 주로 벽돌로 탑을 지었는데, 중기에 와서도 중요한 탑들을 제외한 건물 외곽의 탑들은 전탑(塼塔·흙으로 구운 작은 벽돌을 촘촘히 쌓아 올린 벽돌탑) 양식을 띠는 것이 많다. 10세기가 지나면서 건물의 중요 부분들은 대부분 사암으로 쌓아 올렸는데, 사암은 우리나라의 주 건축 재료인 화강암보다는 훨씬 무르며, 그리스 신전드에 사용한 석회석보다는 훨씬 단단하다. 앙코르 유적을 축조한 사암은 대부분 앙코르 유적지에서 북쪽으로 40㎞ 떨어진 프놈 꿀렌에서 건기에는 소나 코끼리, 우기에는 배를 이용해 옮겨왔다고 한다. 조각용 재료로는 석고를 쓰기도 했는데 석고는 석회석과 모래, 설탕 원액, 흰개미 집의 진흙, 타마린(콩의 일종) 등을 잘 배합해 만들었다고 한다.

앙코르 와트 벽면에 새겨 있는 신화 속 무희 압사라의 모습.


■중간 5개 탑은 수미산 봉우리 상징

중앙 탑은 크메르 사원의 포인트이며 항상 동쪽을 바라보도록 지었다. 벽돌이나 사암을 이용해 정방형으로 만들었고 벽의 네 면이 네 방위를 보게 지었는데, 동쪽에만 출입문을 두고 나머지는 부조를 한 벽으로 막았다. 아래가 4각으로 올라가지만 천장이 있는 높이에서 탑 정상까지는 원추형을 만들어 연꽃 봉오리를 형상화했다.

초기 단계에는 1개의 사원 탑만 지었으나 규모가 커지면서 복잡하게 구조를 만들어 갔다. 보통 3~6개의 층으로 벽돌 탑을 쌓았다. 중앙 탑은 조금 높게 쌓고, 탑 꼭대기의 정교한 조각은 석고로 떠서 조각했다. 롤루오스 사원군들이 대표적인 초기 사원의 예이다.

중간 단계는 5개의 탑 구조로 발전했다. 각 탑들도 기단을 만들어 계단으로 올라가게 한 다음 그 위에 탑을 세웠는데, 이 탑들은 힌두 전설에 나오는 상상 속 성산(聖山)인 수미산(須彌山·메루산)의 5개 봉우리를 상징하는 것이다. 오르는 계단 입구는 수문장(코끼리·사자 등)으로 장식하고 테라스를 살려 조각했다. 프놈바켕, 쁘레 룹, 동쪽 메본 등이 해당된다.

후기에는 건축 기술이 발전하면서 입구 탑의 구조도 복잡해졌다. 사원 넓이가 넓어지면서 중앙 신전의 위용은 줄어든 대신 부속 탑들이 많아졌다. 주변 사원과 탑을 연결하는 긴 회랑은 나무 지붕을 덮었고, 벽에는 부조로 새겨 벽화로 꾸몄다. 입구 탑에 큰 얼굴을 조각한 것은 크메르만의 독특한 디자인인데 12~13세기 초 앙코르 톰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앙코르와트 사원을 완성시킨 것으로 알려진 크메르왕국의 자야바르만 7세 조각상. 크메르 왕국의 가장 강력했던 왕으로 인정하는 인물이다

12세기 불교의 탑은 중앙 사원과 주변의 회랑, 도서관 등 부속 건물이 같은 층에 있는데 반띠아이 끄데이, 쁘리아 칸, 따 쁘롬 등이 대표적이다. 도서관은 주로 마주보는 사각형 건물로 크메르만의 혁신적인 구조라 할 수 있는데 특이하게 서쪽으로 문이 나 있다. 도서관이라고 하지만 오늘날의 도서관처럼 책을 보관하던 곳은 아니다. 이 건물 안에서 힌두 전설에 나오는 우주와 태양계 9혹성의 그림이 발견돼 천문 공부를 한 것으로 추측되며, 이것이 무엇인가 지적인 활동과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현대의 학자들이 ‘도서관’이라 이름 지었을뿐이다. 제사에 사용되었을 것으로 생각되는 신성한 물건들이 보관된 흔적도 있지만 아직 정확한 이 건물의 용도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앙코르 유적은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알려져 있지만, 우리에게는 단순한 구경거리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본 JSA와 같은 다국적 조직이 진행하는 일련의 활동은 세계 도처에 널린 부가가치 영역에서 자국 이익을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노력의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다. JSA는 일본에서 앙코르 유적을 복원하기 위해 구성한 조직이다. 캄보디아 같은 세계 최빈국은 선조의 유적을 스스로 개발하고 관리할 능력이 없다. 일본·프랑스·독일 등 열강은 이런 환경을 이해하고, 정부 이전에 민간에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직을 만들어 국가 간 상호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스스로의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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