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 지역에서 최고급 아파트 경쟁이 치열하다. ‘전통적 부촌’인 한남동·동부이촌동 등 용산 일대가 각종 개발 호재로 주목받는 가운데, 성동구 뚝섬 주변이 ‘신흥 부촌’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지역들에선 수십억원에 달하는 초고가 아파트 거래가 활발하고, 집값이 꾸준히 오르는 추세다. 용산과 뚝섬은 입지(立地) 면에서 공통점이 많다. 서울 도심의 교통 요지이면서 한강과 대규모 녹지 공간이 가깝다. 용산 일대는 미군 기지 이전으로 용산공원이 조성되고, 뚝섬은 서울숲을 끼고 있다. 반포대교·한남대교·성수대교 등 다리 하나만 건너면 바로 강남권으로 연결되는 것도 공통점이다.
◇초고가 주택 거래 활발한 용산
11일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매매 거래된 30억원 이상 고가 주택은 총 229건이었다. 2013년 28건이던 거래량이 3년 만에 7배 이상 늘었다. 지역별 거래량을 보면 용산구가 117건으로 가장 많았고, 강남구(69건), 서초구(27건), 성동구(13건) 순이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서울 강북의 초고가 아파트는 대형 주택 위주로 단지를 구성하고, 최고급 마감재 등 희소성을 부각시켜 강남 지역 아파트 값을 뛰어넘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용산구를 대표하는 고가 아파트는 한남동 ‘한남더힐’이다. 2009년 임대 아파트로 공급돼 2011년 입주한 한남더힐은 작년부터 분양 전환이 가능해졌다. 현재 임대 계약이 끝난 아파트를 분양 중인데 3.3㎡당 가격이 8150만원으로 책정됐다. 작년 12월엔 전용면적 244㎡인 3층 매물이 82억원에 거래됐다.
몇 년 뒤엔 용산에 한남더힐 가격을 뛰어넘는 아파트가 등장할 전망이다. 지난달 용산 유엔사 부지를 1조552억원에 낙찰받은 일레븐건설은 이곳에 최고급 주택 단지를 짓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업계는 땅값과 건축비 등을 감안하면 3.3㎡당 분양가가 1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남더힐 맞은편 외국인아파트 부지(6만677㎡)에는 전용면적 205~274㎡ 대형 아파트 335가구가 이르면 올해 안에 분양할 계획이다.
이달 초 효성이 용산구 국제빌딩 4구역에서 분양한 ‘용산 센트럴파크 해링턴 스퀘어’는 조망이 좋은 일부 주택형은 3.3㎡당 분양가가 4000만원이 넘었지만, 평균 3.2대 1의 경쟁률로 1순위 마감됐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그동안 강남 중심의 부동산 시장 열기가 용산 등 개발 호재가 풍부한 강북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고층 아파트로 주목받는 뚝섬
최근 부동산 투자자의 관심이 집중되는 곳은 성동구 뚝섬과 성수동 일대다. 고도 제한이 엄격한 용산공원 주변과 달리 서울숲과 한강을 굽어보는 입지에 초고층 주거 단지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2011년 입주한 230가구 규모의 ‘갤러리아 포레’(최고 45층)는 가장 작은 주택형(전용 168㎡) 시세가 30억원이 넘는다. 지난해엔 전용 271㎡가 66억원에 거래됐다. 올해 입주한 ‘서울숲 트리마제’는 전용 216㎡ 호가(呼價)가 57억원이 넘는다.
10일 서울시가 2022년까지 성수동 삼표 레미콘 공장을 철거하고 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뚝섬 일대 투자 가치가 더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성수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레미콘 공장이 철거되면 주거 여건이 더 좋아져 집값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말엔 뚝섬 서울숲 인근에 한강 조망이 가능한 최고급 아파트가 선보인다. 대림산업이 분양하는 ‘아크로 서울포레스트’는 49층 아파트 2개 동(棟)과 아트센터, 상업시설 ‘리플레이스’, 오피스 공간 ‘D타워’가 함께 조성된다. 이 아파트는 서울숲과 한강 조망권을 극대화하기 위해 집 안에 3면으로 창을 내고 일부는 창틀을 없앤 대형 통유리를 설치할 예정이다. 분양가는 3.3㎡당 4000만~5000만원 정도로 예상된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서울에 남아있는 ‘알짜’ 주거 입지를 꼽자면 뚝섬 성수동 일대와 용산구 한남동 정도”라며 “특히 한강과 맞닿은 초고층 아파트는 공급 자체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대기 수요가 풍부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