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대사관저 인테리어 들여다보기] 시간이 지나도 질리지 않는 인테리어, 모던·심플함의 극치 덴마크 대사관저

뉴스 이윤정 기자
입력 2017.07.04 10:13 수정 2017.07.04 11:01

[대사관저 인테리어 들여다보기] ②‘북유럽 인테리어’의 정수 덴마크 대사관저


“덴마크 건축과 인테리어에선 빛, 즉 조명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다만 천장에서 직접 내리쬐는 형광등 같은 직접 조명은 덴마크에서 찾아볼 수 없어요. 덴마크식 ‘휘게’ 인테리어를 연출하는 가장 빠르고 간단한 방법은 간접 조명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천장에서부터 길게 늘어뜨린 조명, 구석에 세워둔 스탠딩 조명, 군데군데 놓아둔 캔들 등 간접조명을 활용하면 인테리어 데코레이션뿐만 아니라 방마다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습니다.”

서울 성북구 성북동 언덕에 위치한 고급주택단지를 걷다 보면, 햇빛이 유난히 잘 드는 3층짜리 건물이 나온다. 큼직큼직한 창문과 함께 모던한 건물의 외관을 초록빛 나무들이 둘러싸고 있는 이 곳은 토마스 리만 주한 덴마크 대사 가족이 거주하는 덴마크 대사관저다.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 위치한 덴마크 대사관저. 큼직큼직한 창문과 함께 모던한 건물의 외관이 눈길을 끈다./성형주 기자


토마스 리만 대사는 뒤로 줄줄이 잡혀있는 일정에도 불구하고 침착하고 여유로운 웃음과 함께 조선일보 땅집고 (realty.chosun.com) 취재진을 맞이했다. 그는 2014년 주한 덴마크 대사로 부임하며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코펜하겐대학에서 경제학 석사를 받고 덴마크 외교부에서 예산행정부처 과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주한 덴마크 대사관 공사참사관 등을 거쳤다.

지금의 주한 덴마크 대사관저는 2008년 덴마크 대사관이 매입했다. 리만 대사는 이 건물에서 생활하는 세 번째 대사다. 이전에는 서울 동빙고동의 큰 정원이 딸린 주택을 관저로 사용했다. 그러나 필요 이상으로 면적이 넓다는 점, 당시 부동산 시장 상황상 동빙고동 관저를 매각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 등을 고려해 지금의 성북동 관저로 옮겨왔다.

토마스 리만 대사는 2014년 주한 덴마크 대사로 부임해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한국에 부임한 이후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서 첫 딸을 얻었다./성형주 기자


리만 대사는 “덴마크 건축가가 직접 설계와 건축을 담당한 것은 아니지만, 이 건물의 건축적 요소와 디자인은 모두 덴마크식”이라며 “보다 모던한 관저가 필요했던 우리는 이 곳으로 이사온 것이 결코 우연이라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덴마크 대사관저는 ‘북유럽 인테리어’의 탄생지답게 심플하면서도 화려하지 않게 절제된 모습이었다. 덴마크 대사관저는 대사가 바뀌어도 큰 틀의 인테리어는 거의 바뀌지 않는다. 그만큼 오랜 시간이 지나도 질리지 않는 인테리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모던’이라는 추상적 개념이 실체적인 개념으로 와닿는 공간, 덴마크 대사관저를 소개한다.

■“덴마크 인테리어 3대 특징은 심플함·기능성·클래식함”

“덴마크 디자인의 특징은 심플함, 기능성, 유행을 타지 않는 클래식함, 이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덴마크 가구와 소품은 장인정신에 기반한다. 매일 실제로 사용하면서도 아름답고 기능적인 디자인 아이템이라는 점이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디자인 팬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리만 대사는 덴마크 디자인이 사랑받는 비결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실제로 덴마크 대사관저는 밝은 크림색 벽지에 단순미 넘치는 가구로 배치돼 있었다. 응접실 한가운데 검은색 가죽 소파는 덴마크 에릭 요르겐센의 ‘EJ 60’으로, 소파 다리마저 은색 메탈 소재로 군더더기없이 깔끔하다. 다소 허전해 보일 수 있는 벽면에는 덴마크에서 가져온 다양한 그림을 활용해 여백을 채웠다.

덴마크 대사관저의 응접실. 밝은 크림색 벽지에 단순미가 넘치는 가구들이 배치돼 있다. 덴마크 디자인의 특징은 심플함, 기능성, 클래식함이다./성형주 기자


덴마크 외교부는 ‘한국인에게 보여주고 싶은 덴마크 디자인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지금의 대사관저 콘셉트를 잡았다. 리만 대사는 “덴마크의 모던한 디자인을 부각하면서도 이같은 디자인이 발전할 수 있었던 전통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심플함, 기능성, 클래식함 세 가지 특징이 지금 관저에 잘 드러나 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가구와 소품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스토리텔링’ 역시 덴마크 디자인 특징이다. 리만 대사가 관저에서 가장 좋아한다는 ‘위시본 체어(Wishbone Chair)’는 덴마크 대표하는 한스 웨그너의 작품이다. 리만 대사는 “좋은 행운을 가져다주는 ‘위시본’ 모양을 형상화한 것으로, 처음 디자인했을 때부터 오늘날까지도 장인들이 직접 만드는 고품질의 스토리가 담긴 의자”라고 강조했다.

응접실 소파 위 천장에 긴 줄로 매달아 놓은, 조개를 여러 겹 포개놓은 듯한 조명에도 스토리가 얽혀 있다. 이 조명은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디자인한 덴마크 디자이너 이외른 우촌(JØrn Utzon)의 작품 ‘오페라 펜던트(Opera Pendant)’다. 오페라하우스부터 시작된 스토리를 조명으로 계속 이어나가는 것이다.

리만 대사가 관저에서 가장 좋아하는 가구라는 '위시본 체어(Wishbone Chair)'다. 덴마크 대표 디자이너 중 한 명인 한스 웨그너의 작품이다. /성형주 기자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디자인한 이외른 우촌의 '오페라 펜던트(Opera Pendant)’./성형주 기자


■집안 곳곳의 의자와 양초에 스며있는 휘게 스타일

최근 국내에서 각광받는 라이프 스타일 트렌드인 ‘휘게(hygge)’ 역시 덴마크가 본고장이다. 통상 휘게를 편안함, 안락함, 따뜻함, 만족감 등의 의미로 해석하지만 리만 대사는 ‘함께 어울림’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덴마크에서 편안함이나 안락함을 느낄 때는 남과 함께 할 때”라며 “작은 모임 속에서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낼 때 그런 감정을 느낀다. 가족, 친구뿐만 아니라 직장 동료까지 그 누구와도 휘게를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덴마크가 추운 나라인 만큼 어두울 때 다같이 모여 온기를 나누는 것이 휘게라는 설명도 있지만, 리만 대사는 “사계절 어느 곳에서나, 심지어 화창한 바닷가에서도 휘게를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공간과 관계없이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이 휘게라는 것이다.

리만 대사는 '휘게(hygge)’에 대해 '함께 어울림'이라고 정의했다. 휘게 인테리어를 구현하는 대표적인 아이템은 의자다. 함께 모여 의자에 앉아 대화를 나누며 친밀도를 쌓아가는 것이다. 사진 속 의자는 Fredericia Furniture의 'Rex' 의자./성형주 기자


휘게는 덴마크 인테리어에 자연스럽게 스며있다. 먼저 집안 곳곳의 의자가 대표적. 사람들이 함께 모여 의자에 앉아 대화를 나누면서 친밀함을 쌓아가는 것이 휘게이기 때문이다. 리만 대사는 “대사관저에서 행사를 열면 사람들이 한 곳에 몰려있는 게 아니라 곳곳에 놓인 의자 중심으로 옹기종기 모여 있다”며 “각자 다른 공간에 모여 대화하면서 휘게를 나누는 모습”이라고 했다. 대사관저에는 소파와 위시본 체어 외에도 덴마크 왕세자를 위한 의자 디자인 대회에서 2002년 우승했다는 ‘프레데리시아(Fredericia Furniture)’의 ‘렉스(Rex)’의자가 응접실에서 발코니로 나아가는 길목에 놓여있다.

테이블마다 놓여있는 양초도 집안을 휘겔리(hyggeligt·휘게의 형용사 형태)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리만 대사는 “덴마크에서는 굉장히 많은 양의 양초를 소비한다”며 “초를 켜면 안락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사람들을 편하게 만들어 준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나라처럼 방향제 용도는 거의 없다. 대부분이 무향 양초를 사용한다.

휘게의 또 다른 요소 중 하나는 양초다. 양초를 켜면 안락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사람들을 편하게 만들어 준다./성형주 기자


편안함과 안락함을 위해서라면 심플하고 군더더기 없는 딱딱한 가구보다는 화려할지라도 크고 푹신한 가구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덴마크 고유 스타일의 가구와 휘게는 다소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리만 대사는 “덴마크 디자인이 얼핏 보면 깔끔하고 심플한 라인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 앉아보면 기능성을 중시해 굉장히 편하다”며 “가구가 꼭 크지 않아도 실용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직접조명 대신 간접조명…창문은 크게

그렇다면 덴마크식 북유럽 인테리어를 집안에 적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리만 대사는 직접조명 대신 간접조명을 사용할 것을 추천했다.

“덴마크인들에게 좋은 조명은 필수다. 그 중에서도 간접조명이 가장 중요하다. 덴마크에서 절대 볼 수 없는 것 한 가지가 천장에 판넬 형식으로 세게 내리쬐는 형광등 직접조명이다. 직접 내리쬐는 흰 조명보다는 천장에 매달아 길게 늘어뜨리거나, 집안 곳곳에 세워둔 스탠딩 조명, 양초 등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 집을 꾸미는 것이 좋다. 이게 가장 간단하고 빠른, 덴마크식 인테리어 방법이다.”

조명을 중시하는 덴마크는 가구산업과 함께 조명산업도 발달했다. 대사관저 곳곳에는 유명한 조명 디자이너들의 작품이 놓여있는데, 그 중에서도 대사가 자랑하는 작품은 폴 헤닝센(Poul Henningsen)이 디자인한 루이스 폴슨(Louis Poulsen)사의 ‘PH 3/2 테이블 램프’와 ‘PH Artichoke 펜던트 조명’이다.

책장 위 맨 왼쪽에 올려져있는 조명이 폴 헤닝센(Poul Henningsen)이 디자인한 루이스 폴슨(Louis Poulsen)사의 ‘PH 3/2 테이블 램프다./성형주 기자


루이스 폴슨(Louis Poulsen)의‘PH Artichoke 펜던트 조명./성형주 기자


조명과 함께 자연광이 들어오는 창문 역시 덴마크 인테리어 중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덴마크는 길고 추운 겨울을 보내는 만큼, 따뜻한 햇볕이 집안에 가득 들어올 수 있도록 창을 크게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만 대사는 “시간대와 위치에 따라 그늘지는 부분이 바뀌면서 색다른 면모가 보이고, 이에 따라 집안 분위기까지 바뀐다”며 “(덴마크인들은) 자연광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고 했다.

덴마크인들에게 '빛'은 굉장히 중요하다. 이 때문에 창을 크게 내는데, 이에 대해 리만 대사는 "시간대와 그 위치에 따라 그늘지는 부분이 바뀌면서 색다른 면모가 보이고, 이에 따라 집안 분위기까지 바뀐다"고 설명했다./성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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