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단독]"부산서 분양권 무더기 다운계약…탈세액만 100억 넘을 듯"

뉴스 이석우 기자
입력 2017.06.27 14:58 수정 2017.06.27 18:16

지난해 경쟁률 최고 단지 중 하나...가구당 1억 이상 낮춰
양도소득세 줄일 목적…"떴다방들이 은밀하게 알선"

지난해 분양한 부산 동래구 명륜동 A아파트에서 9개월 여에 걸쳐 불법 다운계약한 분양권 거래만 200건이 넘고, 이로 인해 수백억원대 세금이 탈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부동산 투기 단속에 나선 당국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운계약이란 부동산을 실제 거래한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매매한 것으로 계약서를 쓰는 것이다. 분양권 다운계약은 매도자가 양도소득세를 줄이기 위해 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명백한 불법이다. 당첨 후 1년 안에 분양권을 팔면 양도차익의 55%를 양도세로 내야 한다.

작년 9월 부산 동래구의 한 아파트 청약을 앞두고 문을 연 모델하우스 앞에 비가 오는 와중에도 관람객들이 길게 줄을 서있다. /조선DB


조선일보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 땅집고(realty.chosun.com)가 작년 9월부터 이달 23일까지 국토부 실거래가 사이트에 신고된 A아파트의 실거래 내역 282건을 전수(全數) 분석한 결과, 5건을 뺀 277건이 실제 매매가격보다 평균 1억5000만원 안팎 낮게 신고된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9월 분양한 A아파트는 1순위 청약에서 평균 500대 1이 넘는 경쟁률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이 때문에 층에 따라 4억5770만원~4억6470만원에 분양됐던 전용 84㎡는 현재 평균 1억5000만원 안팎의 웃돈(프리미엄)이 붙어 5억원대 후반~6억원 초반에서 실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국토부의 분양권 거래 신고내역을 보면, 5억원 이상에 거래했다고 신고한 경우는 5건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가장 높게 신고한 금액은 올 4월 중순(11~20일) 거래된 21층으로 5억7686만원이었다. 나머지는 신고액이 모두 4억원대 후반인 것으로 나타났다. 명륜동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당첨자 발표가 난 당일 열린 야시장(夜市場)에서도 이미 피(프리미엄)가 1억5000만원대에서 시작됐다”면서 “4억원대 후반에 계약됐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실제 거래에서 1억5000만원 안팎 차익을 얻었지만, 다운계약서를 써서 양도차익을 2000만~3000만원으로 낮춰 신고한 것이다. 예를 들어 1억5000만원의 양도차익을 신고하면 8250만원을 양도세로 내야 하지만, 3000만원으로 신고하면 1650만원만 내면 된다. 결국 매도자 1명당 6600만원씩 탈세를 한 셈이다.

층과 향에 따라 3억3000만~3억 5000만원에 분양됐던 전용 59㎡도 현재 프리미엄이 1억~1억2000만원 정도 붙어 거래되고 있다. 따라서 분양권 신고 가격은 4억5000만원이 넘어야 한다. 하지만 국토부에 신고된 가격은 대부분 3억4000만~3억8000만원에 불과하다. 부동산 중개업계에선 이 아파트 한 곳에서만 이뤄진 분양권 양도세 탈세 금액이 총 1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한다.

이 아파트 분양권 거래자들이 다운계약을 했다는 것은 주변 아파트와 비교하면 금방 드러난다. 국토부에 신고된 이 아파트의 분양권 실거래 가격은 주변 아파트와 비교해 터무니없이 낮다. A아파트와 비슷한 입지와 브랜드를 갖춘 인근 B아파트(2013년 입주)는 올해 거래된 전용 84㎡의 경우 5억4600만원이 가장 낮았다. 가장 최근인 5월에는 21층 매물이5억8700만원, 19층 매물이 5억7800만원에 각각 매매됐다. 현지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은 A아파트가 이 지역에선 입지가 가장 좋다고 입을 모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A아파트 분양권 실거래 가격은 주변 단지보다 6000만~7000만원 낮게 신고된 것이다.

명륜동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A아파트는 부산지하철 1호선이 코앞인 초역세권 아파트이고, 학군도 부산 최고 수준이어서 준공 이후 집값도 이 지역 최고가 될 게 확실하다”며 “작년 청약 때 수십만명이 몰려든 것도 다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A아파트의 분양권 거래에서 다운계약이 성행한다는 것은 지역 부동산 중개업계에선 공공연한 비밀로 통한다. 특히 대부분 분양권 거래가 정체를 알 수없는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을 통해 은밀하게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륜동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통상 분양권은 실거래 신고 가격을 낮추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A아파트는 1억원 이상 낮춰 쓰고 있어 단속 걱정을 해야 하는 동네 중개업소에선 분양권 중개를 꺼린다”며 “보통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떴다방에서 중개를 알선한다”고 전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분양권 불법 거래만 제대로 단속해도 청약시장이 이처럼 과열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무차별적인 규제로 부동산 시장을 때려잡을 것이 아니라 불법 행위 단속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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