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샴페인 뿌리던 박정희가 "大예술작품"으로 칭찬한 이 사업

뉴스 김원태 전 건산연 연구위원
입력 2017.06.25 04:30

1947년 태동한 한국 근대 건설 산업이 올해 70주년을 맞는다. 하지만 건설 산업에 대해서는 긍정보다는 부정, 발전보다는 쇠락하는 이미지가 더 강한 게 현실이다. 땅집고(realty.chosun.com)는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공동으로 지금까지 인류 문명과 과학 발전에 기여한 기념비적 건축·구조물들을 발굴, 그 의미와 가치를 재조명해 건설산업의 미래를 생각해보는 기획물을 연재한다.

[세상을 뒤흔든 랜드마크] 대한민국 신화를 이끈 ‘成長街道’

1970년 7월 7일 개통일에 한 언론은 ‘근대화의 길 동양 최장, 남북을 잇는 대동맥 고속천리’로 경부고속도로를 묘사했다. 경부고속도로의 완공이 ‘1일 생활권’ 및 ‘마이 카(my car)’ 시대의 전기를 이룰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긍정적인 뉴스 보도에도 불구하고, 당시 많은 이들이 경부고속도로가 대한민국 성장사에 가져다 줄 실익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하지만 47년이 지난 현재, 한국의 압축적인 경제 성장에 가장 중요한 모멘텀으로 작용한 사건으로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꼽는 것을 부인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서울~부산 이동 시간을 3분의 1 로 단축해 물류·유통 혁신을 주도했고, 구미공업단지를 비롯한 고속도로 인근 도시들의 산업화를 이끌었다. 경부고속도로 개통 첫해인 1970년 국내총생산은 81억 달러에 불과했지만 40년 후인 지금은 100배가 넘는 8329억 달러(2009년 기준)로 늘었다. 자동차 보유 대수 또한 1970년 13만대에서 현재 130배를 육박하는 1733만대(2009년 기준)로 증가했다. 그 비약적인 대한민국 성장 신화의 중심에는 경부고속도로 건설이 자리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1970년 7월 7일 개통을 앞둔 경부고속도로를 하늘에서 내려다본 모습. /조선DB


■박정희 대통령 대선 공약으로 시작

박정희 대통령은 1962년 미국의 고속도로, 1964년 서독의 아우토반 방문 등을 계기로 국내 고속도로 건설 구상을 품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경부고속도로 사업안이 가시화된 것은 1967년 제7대 대통령 선거 때로 알려지고 있다. 선거 공약으로 내세운 국토 계획 후보 사업 중에는 4대강 개발, 10대항(港) 개발 등이 포함돼 있었지만 이 중 경부고속도로 건설이 최종 선정된 것이다.

이런 정치적 배경으로 인해 당시 국회, 언론, 학계의 반대와 비판이 극심했다. 좁은 국토뿐만 아니라 자동차도 많지 않는 나라에 사치스런 고속도로가 왜 필요하냐는 비난이 많았다. 특히 1년 예산의 4분의 1(1967년 국가 예산이 1643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공사비 마련 대책이 불확실했던 만큼 국가 재정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거셌다. 더군다나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대 건설 사업에 필요한 기술, 장비, 인력과 경험 또한 일천했다. 다수의 반대와 어려운 사업 환경 등을 타개하며 건설사에 길이 남을 경부고속도로 건설이 완수됐다.

경부고속도로는 2년5개월이라는 초단기에 공사를 끝마쳤다. 경부고속도로 교량 공사.


■工期는 고작 2년 5개월

경부고속도로 건설에는 공사비 429억 7300만원이 소요됐다. 당시 국내 유수의 16개 건설사와 3개 군 공병대가 공사를 수행했다. 노무 인력 892만명, 장비 165만대, 철근 4만 8000t 등이 투입됐다. 경부고속도로에는 장대교 29곳(7.9㎞), 소교량 281곳(9.0㎞), 터널 6곳, 인터체인지 18개, 465개의 횡단 농로, 4개의 비상 활주로 등이 세워졌다.

놀라운 사실은 총 연장 428㎞의 경부고속도로가 1968년 2월 착공 후 약 2년 5개월(당초 계획 공정보다 1년을 단축한 것임)만에 준공했다는 것이다. 총 연장 61.4㎞의 서울~춘천 고속도로가 약 5년(2004년 8월 착공, 2009년 7월 개통) 소요된 것에 비교하면 실로 엄청난 시공 속도였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불가능에 가까운 초단기 완공을 실현시키기 위해 많은 이들의 피와 땀과 희생이 뒷받침됐다.

경부고속도로 제2공구였던 경기 오산~대전 구간 기공식에서 주요 인사들이 첫 삽질을 하고 있다. /조선DB


동절기에도 꽁꽁 얼어붙은 땅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여 녹여 가며 공사를 강행했다. 당시 국내에 태부족했던 건설 중장비 기계는 미국, 영국, 프랑스 등지에서 거의 외상으로 들여와 현장에 투입했다. 부족한 기술자와 노무인력을 충당하기 위해 공병대 군인이 참여했고 육사 출신 장교를 단기 교육시켜 기술자로 투입하기도 했다.

■건설인의 땀과 숭고한 희생

하지만 이러한 건설사에 남을 신기록 뒤에는 소중한 희생이 있었다. 비 오는 날을 제외하고는 휴일도 없이 3교대 작업으로 매일 19시간 이상 작업했다고 한다. 사실상 노동 착취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할 수도 있을 지경이었다. 가장 큰 난공사는 대전~대구 구간이었다. 이 공구는 험준한 추풍령 고개를 100m 이상의 장대교 17개와 5개 터널로 뚫어야 했다. 당시 기술로는 시도한 적이 없는 최장 교량과 최고 난이도 터널 공사였다. 당시의 열악한 기술과 장비, 인력 수준을 감안할 경우 벅찬 도전이 아닐 수 없었다. 충북 옥천에서는 무려 13번의 낙반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결국 공사 중 77명의 희생자가 발생하는 불상사를 겪어야만 했다.

박정희 대통령 내외가 경부고속도로 공사 중 사망한 77인 희생자 위령탑에 참배하고 있다. /조선DB


극도의 짧은 공기를 준수하기 위해 무리할 정도의 돌관(突貫) 작업으로 인해 안전뿐만 아니라 품질에도 다수의 허점이 나타났다. 얇은 다짐과 포장으로 노면 품질의 저하, 배수 시설 미비, 부대시설 부족 등이 공사 후 끊임없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일부 구간은 개통과 함께 연이어 재포장을 해야 하기도 했다. 개통 후부터 보수 공사가 시작돼 10년이 지난 시점에서의 보수 비용은 고속도로 총 공사비를 넘어섰다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당시 국내의 극도로 취약한 재정 기반을 고려할 경우, 이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경부고속도로 건설 단가는 1㎞당 약 1억원에 불과했다. 당시 일본이 자랑하는 명신 또는 중앙고속도로의 1㎞당 건설 단가는 4억 5000만~7억 2000만원대였다. 경부고속도로에 비해 5배가 넘었다. 서울~춘천 고속도로의 공사비는 2조 2537억원이 소요돼 평균 공사비 단가는 1㎞당 약 367억원에 달했다. 사업 조건이나 시설물 사양이 다르기 때문에 1대1 단순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경부고속도로가 턱없이 낮은 공사비로 건설되었음은 틀림없다.

경부고속도로 개통식 당시 참석한 박정희 대통령은 샴페인 한 병을 도로에 뿌리며, “가장 싼 값으로 가장 빨리 이룩한 대(大)예술 작품”이라며 감회에 젖었다.

1970년 7월 경부고속도로 개통식에서 샴페인을 뿌리며 축하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모습. /조선DB


결과적으로 경부고속도로 사업은 당시의 한정된 재원, 열악한 기술과 장비, 일천한 경험, 초단기 건설 등 여러 가지 난관과 도전을 슬기롭게 극복한 성공적 국가 대업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더군다나 경부고속도로는 사업 참여 주체와 건설인만의 잔치로 끝나지 않았다. 토목 사업이란 의미 이상으로 ‘하면 된다’는 국민적 자신감을 고취시킨 국가 혁신 프로젝트였던 것이다.

■스마트 하이웨이로의 변신 기대

교통량의 급속한 증가로 경부고속도로 수용량은 오래 전 한계에 부딪혔다. 이에 따라 1980년대 말부터 대대적 확장 사업을 진행 중이다. 정보기술 혁신과 함께 도입된 하이패스는 고객 편의뿐만 아니라 물류 비용과 환경오염을 줄이는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2005년에는 아시안하이웨이 협정이 체결돼 일본, 한국, 중국, 인도, 터키를 잇는 경부고속도로는 세계로 진출하는 대한민국의 디딤돌이 됐다.

경부고속도로는 이제 또 다른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건설 이후 운영 단계의 효율적 성능 개선 작업과 유지 보수 방안이 그것이다.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앞서 나가려면 스마트 하이웨이나 그린 하이웨이로의 발전 고도화 전략이 필요하다. 앞으로 더 빠르고, 더 안전하고, 더 친환경적인 모습으로 진화할 경부고속도로의 새로운 미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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