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신임 국토부 장관이 23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최근 집값 급등은 투기 수요 때문이며, 6·19 대책은 이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최근 집값이 오른 이유를 분석한 파워포인트 자료를 띄워놓고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 장관은 이날 ‘부동산 투기꾼과의 전쟁’ 선포식과 다름없는 취임식을 열었다. 그는 최근 부동산 시장을 분석한 파워포인트 자료를 띄워 놓고 “부동산 대책은 수요를 억제하는 방안에 집중됐으나 시장 과열의 원인을 공급 부족에서 찾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며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현실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5월 무주택자나 1주택자가 집을 산 비율은 작년 동기와 비교하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며 “그러나 5주택 이상 보유자는 강남4구에서만 무려 53%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 “용산, 성동, 은평, 마포와 같이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에서도 5주택 이상 보유자들이 움직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료를 통해 5월 강남 4구의 주택 거래를 작년 동기와 비교해보면 40~50대가 14% 증가했고 60~70대는 오히려 감소한 반면 29세 이하는 54%라는 놀라운 증가율을 보였다고 그는 설명했다. 김 장관은 “우리나라 청소년과 젊은이들이 강남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기라도 한 것일까”라고 반문했다. 부동산 투기꾼들이 자녀의 이름을 이용해 투기에 나섰다는 의미다.
김 장관은 전월세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김 장관은 “전월세 폭등으로 인한 주거비 부담이 서민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며 “계약갱신 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와 같은 제도 도입으로 세입자와 집주인 간의 권리에 균형점을 찾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장관이 취임식에서부터 ‘부동산 투기꾼’을 언급하면서 이번 정부도 참여정부 때와 같이 집값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강력한 규제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투기꾼과 전쟁을 한다고 해서,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는 것은 아니다.
과거 노무현 정부시절 정부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집값 폭등을 잡지는 못했다. 과거 노무현 정부는 당시 집값이 급등하자 강남 3구와 용인, 목동 등지를 ‘버블 세븐’으로 규정하고 다양한 투기 억제책을 쏟아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 상한제, 종합부동산세,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의 규제가 당시에 만들어졌다.
그러나 당시 참여정부는 실현 가능성이 적은 각종 지방개발 계획과 혁신도시 사업 등을 수시로 발표했다. 결과적으로 이 시기 수도권은 물론 지방 부동산 가격까지 급등해 “정부가 전국토를 투기장으로 만들었다”는 비판도 받았다. 실제로 노 전 대통령은 “부동산 빼고는 꿀릴 게 없다”며 정책 실패를 시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