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꿈꾸는 집은 어떤 것일까. 누구나 집에 대한 로망이 있죠. 하지만 정작 자신이 원하는 집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면 막막한 게 현실입니다. 땅집고(realty.chosun.com)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공동으로 한국의 아름다운 집을 골라 소개합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그 막연함이 조금이라도 구체화되기를 바랍니다.
[한국의 아름다운 집] ⑨인천 운서동 ‘북카페 하우스’
우리를 찾아온 건축주는 대뜸 “책으로 가득찬 집을 짓고 싶고, 책을 통해서 이웃과 소통하고 싶다”고 했다. 책을 좋아하는 건축주는 책 속에서 읽은 상상의 공간들을 우리에게 얘기했다. 허클베리핀의 다락, 지혜의 책꽂이, 네버엔딩스토리 브릿지…. 책 속의 공간이 현실의 공간이 되길 원했다.
■“책속의 스토리를 담은 집”
우리는 건축주의 이야기, 즉 그들이 말하는 생활 방식과 주택의 사용자, 사용 목적 등을 각각 공간화하고 그 공간들은 이야기를 담는 건축적 구조인 책의 커버 형태에 담았다. 마치 펼쳐진 책을 형상화하는 형태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책이 이야기를 담고 있듯이, 집이 사용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형태이다.
지상 1층은 동네 아이들이 엄마 손을 잡고 자유롭게 놀러와서 책장에서 책을 꺼내 바닥에 앉아 읽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구조용 목재를 이용해 작은 평수이지만 큰 공간으로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 결국 1층은 동네 아이들의 도서관이자 엄마들의 카페가 된 셈이다.
이 집은 외부에 따로 담장을 만들지도 않았다. 그 까닭 또한 동네 아이들의 자유로운 접근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건축주의 이야기를 담은 공간들은 2층에 흩뿌려져 역동적인 수직 동선(動線)과 1층에서의 큰 공간감을 구현할 수 있었다.
■목구조에서 보기 힘든 공간감
일반 경량 목구조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넓고, 높은 공간의 연출과 그 공간에서 역동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크게 두 가지 부분을 고려해 디자인에 적용했다. 첫째는 책장이 있는 집안 서쪽이다. 넓은 수직 벽면은 횡력(橫力)에 약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 목조 벽면에 스터드 책장을 통한 2차적인 구조를 더해 수직 방향의 안정성을 보강했다. 단순한 책장이 아닌 ‘이중 수직 벽’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로는 목구조에서 보기 힘든 역동적이고 큰 공간감을 연출하기 위해 구조용 목재들을 실내에 노출하는 방식을 썼다. 책장 쪽에서 현관으로, 현관에서 다용도실 쪽으로 각각 가로지르고 있으며, 이 구조목들은 2.5층의 안방과 2층의 자녀 방을 각각 떠받친다. 이 구조는 거실 상부에 노출시켜 목조의 구조미와 공간의 역동성을 더해주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대지위치: 인천광역시 중구 운서동
용도: 단독주택
규모: 지상 2층
구조: 일반 목구조
대지면적: 248.4㎡
건축면적: 81.49㎡
연면적: 98.48㎡
건폐율: 32.81%
용적률: 39.11%
설계: 김동희(건축사사무소 케이디디에이치)
건축가 김동희는 정림건축 소장을 지냈고 2010년 독립해 건축사사무소 KDDH를 운영 중이다. 외국에 나간 건축주와 카카오톡으로 대화하며 지은 집 ‘이보재’로 세인들에게 알려졌고, 개인 블로그와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해 건축주와 소통하기로 유명하다. ‘익산T하우스’‘완주행와재주택’ 등 목조주택을 다수 디자인했고 ‘무주펜션 다다’‘홍천다나 치과’ 등의 다양한 작품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