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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은 잡되, 경기는 가라앉지 않게… 투기 수요만 '핀셋 처방'

뉴스 진중언 기자
입력 2017.06.20 02:07 수정 2017.06.20 07:34

[6·19 부동산 대책]

- 서울 중심으로 40곳만 적용
잔금 대출에 DTI 규제 첫 적용, LTV 60%·DTI 50%로 낮춰
재건축 아파트 여러채 보유해도 1채만 분양 받도록 제한

- "집값 잡히겠나" 우려 있지만…
투기과열지구 지정·DSR 도입 등 강력한 규제 카드 남아있어
내년엔 재건축 이익환수제 부활

"LTV, DTI 10%포인트 줄여서는 큰 영향이 없을 겁니다. 서울 강남은 돈 없는 사람들이 대출받아 들어오는 시장이 아니거든요."(서울 강남구 대치동 공인중개업소 대표)

"잔금 대출에 DTI 규제를 적용하면 투기 수요가 줄겠죠. 타지 사람들의 '묻지마 투자'로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봤습니다."(이정수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부산 수영구지회장)

19일 문재인 정부가 처음 내놓은 부동산 시장 안정 대책에 대한 시장 반응은 엇갈렸다. "재건축 투자와 신규 청약시장에 만만찮은 충격이 올 것"이라는 반응이 있었지만, "예상보다 강도가 약해 집값 잡기엔 역부족일 것"이라는 목소리도 컸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과열된 시장을 한 방에 잠재우는 '강펀치'가 아닌 '잽'을 날리고 추후 반응을 살피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정부는 내심 '부동산 호황에 따른 경기 부양'과 '집값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어 한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집권 초기 부동산 시장을 급랭(急冷)시키는 것은 부담스럽고, 투기 수요는 억제하고 싶은 정부의 고민이 묻어난다"고 평가했다.

◇투기 수요 잡으려는 '핀셋형 규제'

정부는 주택 실수요자는 보호하면서 투기 수요를 잡는 데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에도 시장 과열이 계속 이어지면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추가 규제를 펴고, 내년부터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시행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정부는 서울 25개 구(區)와 경기도 일부 지역, 부산과 세종 등 40곳의 청약조정지역에 국한해 LTV(주택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강화했다. 일부 과열 지역의 집값을 잡으려다가 부동산 시장 전체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경기 전반에 타격을 주는 상황을 피하려는 조치이다. 또 서울을 집값 과열의 진앙(震央)으로 보고 강남 4구(서초·강남·송파·강동)에만 적용되던 입주 때까지 전매 제한 금지를 서울 전역으로 확대했다.
 

청약조정지역 내 재건축 단지의 조합원 주택 공급 수를 기존 3채에서 1채(제한적으로 2채까지 허용)로 제한한 것은 강남 재건축 단지를 직접 겨냥한 대책으로 보인다. 재건축 예정 아파트를 여러 채 사 놓은 투자자는 억지로 보유 지분을 팔아야 한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아파트 잔금대출에 DTI(50%)를 새로 적용한 게 신규 분양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 통한 수요 억제, 실효성엔 의문

단기적으로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거래가 감소해 가격이 다소 내리겠지만, 장기적인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조합원 재건축 보유 주택을 3채에서 1채로 줄인 것은 실제로 다주택 보유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시장 전반에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많다. 김규정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하반기에 금리 인상, 입주 물량 증가 등 하방 압력이 있어 정부가 강한 대책을 못 내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의 집값 급등은 저금리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부동산 시장에 쏠린 것이 주요 원인인데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도 "수요가 늘어 가격이 오르면 공급을 늘려야지 규제로 수요를 억누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이번 부동산 대책은 맹목적인 투기 수요에 경고를 던지는 정도의 취지로 자칫 '풍선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내년 시행"

부동산 시장이 긴장하는 데엔 정부가 언제든지 투기과열지구 지정, DSR(총체적상환능력비율) 도입 등 강력한 규제 카드를 꺼낼 수 있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박선호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이날 "현재와 같은 과열이 지속된다면 작년 11·3 대책 때보다 투기과열지구 지정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투기과열지구는 최장 5년 분양권 전매 금지,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LTV·DTI 40% 적용 등 14개의 규제가 한꺼번에 적용되는 초강력 규제이다.

이날 대책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정부가 내년부터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활을 공식 확인하면서 재건축 시장에 직접적인 타격이 될 전망이다. 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을 통해 조합원 1인당 평균 개발이익이 3000만원을 넘으면 정부가 개발 이익의 최고 50%를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로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처음 도입됐다.
☞LTV(Loan to Value·주택담보인정비율)
은행이 주택을 담보로 대출할 때 주택 가격 대비 대출 가능한 금액을 백분율(%)로 나타낸 것. 예를 들어 LTV가 60%면 5억원짜리 주택은 3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DTI(Debt to Income·총부채상환비율)
소득에서 원리금 상환 금액이 차지하는 비율. DTI가 50%라면 연소득 5000만원인 사람은 금융기관에서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2500만원 넘게 대출받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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