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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60% 넘는 고위험 대출, 3년새 60조→144조

뉴스 박유연 기자
입력 2017.06.09 03:00

[LTV·DTI 완화 3년간 주택담보대출 자료 분석해보니]

- 저신용·저소득자 대출도 급증
규제완화 후 141조 추가 대출, 한계가구도 48조 더 대출 받아

- LTV 70% 넘는 악성도 13兆
정부, 가계부채 이상징후 감지… LTV·DTI 다시 강화 검토

최근 서울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자, 새 정부가 주택담보대출과 관련한 LTV(주택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다시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집값 급등세를 차단하기 위해 주택 시장으로 흘러가는 돈줄을 다시 죄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부동산 경기를 진작하기 위해 2014년 7월 LTV·DTI 규제를 완화했다. 정부 기대대로 부동산 경기는 진작됐지만, 가계 부채가 크게 늘어나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LTV·DTI 규제 완화 이후 주택 대출이 얼마나 더 늘었을까. 관련 통계가 없어 현황을 파악하기 힘들었는데, 주택 대출자 샘플 분석으로 추가 대출 규모가 대략 어느 정도 되는지 추정할 수 있는 자료가 나왔다.

◇LTV·DTI 규제 완화 이후 추가 대출 최대 141조원

금융연구원은 최근 신용정보회사 KCB에서 주택담보대출 자료 17만7244건(전체 대출자의 대략 5%에 해당)을 제공받아 '기존에 대출이 있는 사람이 추가로 대출을 받은 경우'를 추출해 분석했다. 4억원짜리 집에 1억원 대출이 있던 사람이 '대출을 5000만원 더 내는' 식의 경우를 취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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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플 분석 결과 LTV·DTI 규제 완화 이후인 2014년 7월부터 2015년 말까지 기존 주택 대출자들이 추가 대출을 7조810억원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샘플이 전체 대출자의 5%에 해당하니 추가 대출 총액은 141조원 이상(7조810억원×20배)이라고 거칠게 추정해 볼 수 있다. 대출 상환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또 샘플로 볼 때, 추가 대출액 중 2조2860억원(전체의 34%)이 저소득층(중위소득 이하) 혹은 저신용층(신용 등급 4등급 이하)이 받아간 대출이었다. 부채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한계가구가 약 48조원 가까이(2조2860× 20배) 추가 대출을 받았다고 추정해 볼 수 있다. 금융연구원은 "저소득·저신용 계층의 추가 대출액은 규제 완화 이전 감소세였는데, 규제가 풀리면서 상승세로 돌아섰다"며 "규제 완화가 한계 대출자에게 추가 대출 여력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가 대출이 늘면서 LTV 60%를 초과하는 대출도 급증했다. 대출액이 집값의 60%를 넘는 경우다. 이런 경우가 은행권 기준 2013년 말 60조9000억원(전체 대출의 19.3%)에서 2016년 말 144조원(35.8%)으로 배 이상 급증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규제 완화에 금리 인하 추세가 겹쳐 가계 빚 수도꼭지를 두 개 열어놓은 격이 됐다"고 했다.

2016년 144조원 가운데는 LTV 70%가 넘는 위험 대출도 13조2000억원 포함돼 있다. 최근 가격이 급등하는 서울과 달리 지방 일부 지역에선 대출 후 집값이 떨어지면서 대출액이 집값의 70%를 넘는 경우가 나타난 데 따른 것이다.

◇시장 충격 최소화하는 해법 모색

가계 부채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서, 어떤 식으로든 LTV와 DTI 비율에 변화가 있을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와 관련 금융 당국 안팎에선 대략 6가지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첫째가 일률적인 비율 하향 조정이다. 2014년 7월 이전인 LTV 50~60%, DTI 50%로 돌아가는 식의 조정이다. 수도권과 지방, 1금융권과 2금융권 사이 얼마나 차등을 둘지는 의견이 갈린다.

그런데 일률적인 하향 조정은 부동산 경기 하강을 촉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부동산과 가계 부채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시그널을 주되, 시장 충격은 없도록 국지적인 조절을 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우선 거론되는 게 분양 아파트 중도금 대출에 DTI를 신규 적용하는 것이다. 지금은 적용되지 않아 분양 후 되팔아 차익을 누리려는 사람이 적은 자본으로 분양 시장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새로 DTI를 적용하면 대출 가능액이 줄어 분양 투기 수요를 줄일 수 있다는 게 일부 전문가 조언이다.

셋째는 고가 주택 소유자나 다주택자만 강화된 비율을 적용하는 것이다. 국민주택 실소유자의 대출 한도는 유지하되, 그렇지 않은 경우만 강화하는 것이다. 넷째는 은퇴를 앞둔 중장년층과 젊은 직장인 간 규제 비율을 차등화하는 것이다. 곧 소득 절벽을 맞는 중장년층에게 강화된 비율을 적용하는 것이다. 다섯째는 원금 분할 상환·고정금리가 아닌 대출에 강화된 비율을 적용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새로 주택을 구입할 목적의 대출'에 대해 '사업이나 생계형 목적의 대출'(현재 거주 중인 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보다 강화된 비율을 적용하자는 아이디어도 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다양한 경로로 다양한 제안이 들어오고 있다"며 "지금 시장 상황에 가장 부합하는 방법을 내놓겠다"고 했다.

☞LTV(Loan-to-Value, 주택담보인정비율)

집값 대비 대출금의 비율. 현행 70% 규제에 따라 4억원짜리 주택은 2억80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DTI(Debt-to-Income, 총부채상환비율) 소득에서 원리금 상환 금액이 차지하는 비율. 현행 60% 규제에 따라 연봉이 5000만원이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3000만원(5000만원의 60%)을 넘게 대출받을 수 없다. 수도권만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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