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모델하우스 '매의 눈'으로 살피며…

뉴스 송원형 기자
입력 2017.05.24 15:51

옥석 가리기

대선이 끝나고 아파트 분양 물량이 쏟아지면서 전국 각지에서 모델하우스가 우후죽순처럼 문을 열고 있다. 지난주 모델하우스 9개가 문을 연 데 이어 26일에도 전국적으로 15개 모델하우스가 새로 관람객을 맞을 예정이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5~6월에만 전국적으로 10만4000여 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새 정부가 당장 급진적인 부동산 규제책을 내놓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모델하우스 방문을 계획하는 주택 수요자가 많다. 주택업계는 내 집 마련을 계획하는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 목적의 수요도 상당수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에 분양 계획 중인 물량이 많아 당분간 이런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모델하우스를 제대로 보는 법을 모르는 수요자가 뜻밖에 많다. 전문가들은 인파에 휩쓸려 무작정 모델하우스를 방문하기보다는 분명한 목적의식을 갖고 '똑똑하게' 모델하우스를 활용하라고 충고한다.

◇인테리어 등 외관만 보면 '낭패'

모델하우스는 시행사와 시공사가 집을 팔기 위해 공들여 만든 '마케팅의 집합체'로 통한다. 업계에 따르면, 모델하우스를 만드는 데 통상적으로 3.3㎡당 34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모델하우스의 화려한 조명·인테리어 같은 겉모습만 보고 아파트를 샀다가는 자칫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줄자를 준비해 방·거실 크기를 직접 재고, 수첩에 꼼꼼하게 메모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모델하우스를 방문하기 전 수집한 사전 정보를 토대로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모델하우스를 둘러볼 때 하나씩 확인하는 것도 좋다.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투데이 김지연 실장은 "실내를 넓게 보이게 하기 위해 거실과 방을 발코니까지 확장해 놓고, 실제보다 천장을 높게 만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모델하우스 전시 전문 업체 '디자인시루'의 남재선 실장은 "전시 가구 크기를 줄이고 조명을 여기저기 많이 설치해, 집이 실제보다 화려하고 크게 보이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모델하우스 가기 전 사업지 방문하라

전문가들은 "모델하우스 방문 전 사업 현장부터 가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충고한다. 지하철역과 학교와의 거리, 각종 편의시설은 잘 갖춰져 있는지 등을 살펴보라는 뜻이다. 임병철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실수요자뿐만 아니라 시세 차익을 위해 투자 목적으로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도 사업 현장에 가서 입지 여건을 눈으로 직접 봐야 낭패를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델하우스에 가면 먼저 모형도와 조감도를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아파트 외관과 방향, 주변 건축물, 도로 위치, 교통 상황, 동(棟) 배치 및 동 간 거리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조망권과 주차 및 녹지 공간도 확인할 수 있다. 모델하우스 유닛(내부 모습)을 보기 전에 입구에 있는 내부 평면도부터 봐야 한다. 김지연 리얼투데이 실장은 "내부에 들어가면 전체 구조를 보기 어렵다"며 "평면도를 떠올리면서 내부 구조를 하나씩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수도권의 한 모델하우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주택 전문가들은 “모델하우스의 화려한 모습만 보지 말고, 줄자와 수첩을 준비해 꼼꼼하게 살펴보는 게 좋다”고 충고한다./조선일보DB

◇실내 동선·마감재 꼼꼼히 확인해야

유닛을 볼 때는 오감(五感)을 동원해야 한다. 직접 보고 만지고 느끼면서 생활하기 편리한 집인지 확인해야 한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주부들은 싱크대·식탁·냉장고 위치 등을 잘 따져 동선에 무리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환기가 잘 되는지, 결로(結露)가 발생하지는 않을지 등을 꼼꼼하게 점검하지 않으면 입주 후에 불편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화장실 배관, 음식물 쓰레기 건조 방법, 콘센트 위치 등도 점검하면 좋다.

최근 발코니 확장 합법화로 줄어든 수납공간이 제대로 확보돼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벽지·바닥 마감재의 경우 입주할 때 달라지는 것이 있는지 물어봐야 한다. 일부 건설사가 계약서에 '비슷한 수준의 마감재로 바꿀 수 있다'는 조항을 은근슬쩍 넣은 다음, 질 낮은 마감재로 바꾸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 분양소장은 "마감재 등 입주할 때 분양 시점과 달라진 것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분양 당시 받은 각종 팸플릿을 버리지 말고 계속 갖고 있는 게 좋다"고 충고했다.

◇'알쏭달쏭' 모델하우스 용어 알아야

알파룸·팬트리·우물천장 등 아파트 내부 평면과 관련된 용어를 미리 알고 가는 것도 필요하다. 알파룸은 아파트를 설계할 때 생긴 자투리 공간으로 방과 방, 주방과 거실 사이에 배치된다. 방이나 드레스룸, 서재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팬트리는 원래 주방 옆에 식료품을 보관하기 위해 만든 작은 방인데 최근에는 복도나 작은 방에도 설치돼 여러 물건을 수납하는 공간으로 의미가 확대됐다. 천장 바닥이 움푹 들어간 '우물천장', 사람이 왔다갔다하며 물건을 꺼낼 수 있는 수납공간 '워크인 클로짓' 등도 알면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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