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재 바꾸기] ①마루쓸까, 타일쓸까
몇 년 살다보니 집 여기저기 고쳐야 할 곳이 눈에 들어온다. 그 중에서도 바닥은 골칫덩어리다. 마루를 깔아둔 집은 시간이 지날수록 바닥 곳곳이 활처럼 붕 뜨고, 밟고 지나갈 때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난다. 습기 때문에 변색된 바닥은 아무리 깔끔하게 청소해도 지워지지 않아 눈엣가시다.
바닥은 집안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좌우한다. 인테리어의 시작이라도 봐도 무방하다. 집 안 어딘가를 고쳐야 한다면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곳이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
강마루는 무엇이고 합판마루는 또 무엇일까. 시트지를 붙이는 집도, 타일을 까는 집도 있다던데. 우리 집에는 무슨 바닥재가 잘 어울릴까. 복잡미묘한 바닥재 세계에서 한 줄기 빛이 될 가이드를 마련했다.
■우리집, 지금 꼭 바닥 바꿔야 할까
바닥 교체에는 큰 돈이 들어가는 만큼, 정말 지금 바꿔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사실 바닥재에 정해진 사용 기한은 없다. 집집마다 라이프 스타일이 다른 만큼, 바닥재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기한이 줄거나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LG하우시스는 우리나라 일반적 주택 거주 기간 등을 고려해 바닥 교체 주기를 2년, 5년 등으로 구분했다. 다만 바닥재는 매일 쓸고 닦으면서 그 상태를 확인할 수 있고, 피부에 직접 닿는 만큼 ‘이젠 바꿔야 할 때’를 육안으로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는 것을 알아두자.
2년 주기
전월세인 경우 보통 2년에 한 번 이사를 다닌다. 계약이 끝나고 새로운 집으로 이사하거나 새로운 세입자를 맞이하기 전 바닥재를 교체하는 경우가 많다. 집주인이 바닥재 교체를 거부할 경우 세입자가 바닥재 상태에 따라 자비로 시공하기도 한다. 이 경우 고가의 마루보다는 시트, 데코 타일 등 저렴한 제품을 쓰는 것이 경제적이다.
5년 주기
개인차가 있지만 보통 바닥재 시공 후 약 5년이 지나면 교체를 생각해보는 경우가 많다. 트렌드 변화에 따라서도 바닥재 교체를 고민하게 되는데, 인테리어의 대중적인 인기 테마가 바뀌는 주기 역시 평균 5년이라고 한다. 빈티지 스타일에서 북유럽 스타일로, 다시 킨포크 스타일로 트렌드가 변모하는 시기마다 가구, 소품과 더불어 바닥재 등 마감재의 교체도 늘어난다.
취향이 바뀌거나 반려동물을 들였을 때
취향이 변하거나 가족 구성원의 변화가 생겼을 때도 바닥재를 바꿀 수 있다. 먼저 표면 코팅층이 벗겨져 아무리 청소해도 바닥재의 오염이 말끔하게 지워지지 않고, 집이 지저분해 보일 땐 바닥재를 교체할 수밖에 없다. 층간 소음이 심하면 바닥재 교체로 어느정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집안 열효율이 떨어지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보일러를 틀어도 집이 따뜻해지는 속도가 느리다면 바닥재 문제일 수 있다. 시트는 바닥재와 밀착 시공돼 보일러 열을 빠르게 전달해준다. 가족 구성원 등 환경 변화도 바닥재 교체의 주된 이유다. 아토피나 비염 등 알러지 질환을 앓고 있는 자녀나 가족이 있다면 친환경 바닥재로 바꾸는 게 좋다.
반려동물을 입양했을 때 바닥재 교체를 고려할 수 있다. 동물의 배설물로 마루가 오염되거나, 발톱 자국으로 인한 스크래치 등으로 바닥재를 교체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이 경우 표면 내구성이 좋고, 물걸레 청소가 가능한 강화마루, 시트, 타일 등을 추천했다.
■원목 마루부터 딱딱한 타일까지
바닥 교체를 결정했다면 어떤 바닥재를 선택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바닥재는 크게 마루와 시트, 데코 타일, 타일로 나뉜다.
마루
원목마루는 합판 위에 2~3㎜의 두꺼운 원목을 붙인 천연 나무 마루를 말한다. 무늬가 자연스럽고 고급스럽다. 마루 중 가장 비싸고 표면 강도가 약하다는 것이 단점이다. 천연 나무인만큼 기후에 따라 수축, 팽창 작용이 일어나 뒤틀리거나 들뜸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합판마루는 합판에 무늬목을 붙인 천연 나무 표면층 마루를 뜻한다. 선명한 나뭇결과 질감으로 원목과 가까운 느낌이 난다. 바닥에 접착 시공하기 때문에 열전도율이 좋아 ‘온돌 마루’라고도 불린다. 표면 내구성이 약해 마모되기 쉽지만, 원목마루에 비해 수분에 강하고 열에 의한 뒤틀림이나 변형이 적다.
강화마루는 고밀도 합판에 나무 무늬 필름을 입힌 것이다. 원목 질감을 잘 나타내면서도 표면 강도가 강하다는 것이 장점. 별도의 접착제 없이 바닥재끼리 끼워 맞춰 시공한다. 이 때문에 시공 과정이 중요한데, 바닥이 고르지 않으면 열전도율이 떨어지고, 바닥과 마루 사이 공간이 발생해 소음에 취약할 수 있다. 수분과 열에 민감해 뒤틀리거나 들뜸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강마루는 마루 중 일반 가정에서 가장 많이 쓴다. 합판 마루와 강화 마루의 장점을 합친 바닥재로 합판 위에 나무 무늬 필름을 입힌 것이다. 천연 원목에 비해 자연스러움은 다소 떨어지지만, 표면 강도가 높고 열전도율이 높다. 소음에 강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시트
폴리염화비닐(PVC) 재질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장판’이라고 알고 있는 바닥재다. 바닥 크기에 맞게 잘라 펼친 다음 고정하기 때문에 시공과 철거가 쉽다. 가격도 저렴해 가장 대중적이다. 두께가 얇고 바닥과 밀착 시공돼 열전도율이 우수하며, 틈새 없이 시공할 수 있어 위생적인 것도 장점이다. 다만 표면 강도가 약해 찍히거나 눌리는 등 흠집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디자인과 내구성을 높인 제품들이 다양하게 출시돼 여전히 인기가 많다.
데코타일
PVC를 압축한 단단한 장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일반 장판보다 강도가 높고, 다양한 컬러 표현이 가능하다. 쉽게 찍히거나 긁히지도 않는다. 시공할 때 타일용 강력 접착제를 사용하기 때문에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지만 최근 친환경 접착제를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다양하게 출시되는 추세다. 셀프 시공이 가능한 대표 바닥재 중 하나다.
타일
모던하고 고급스런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어 거실 바닥재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열전도율이 우수해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하다. 세균이나 곰팡이 발생 확률이 적어 위생적이지만, 줄눈에 때가 끼거나 미세하게 금이 가 틈이 생길 수 있어 유지 보수가 필요하다. 표면이 딱딱해 충격흡수 효과가 없다는 점 역시 유의해야 한다.
■이것만은 꼭 따져보자
체크 1. ‘HB’ 마크를 확인하라
LG하우시스는 바닥재 선택 시 가장 고려해야 할 사항 중 첫째로 ‘친환경 제품’을 꼽았다. 바닥재는 피부와 가장 많이 접촉하는 마감재인 만큼 새집증후군 같은 각종 실내 환경 문제와 직결된다.
믿을 수 있는 친환경 제품을 선택하기 위해선 ‘HB’ 마크를 확인할 것을 조언했다. HB 마크는 한국공기청정협회가 건축자재의 유해물질 방출량에 따라 부여하는 친환경 건축자재 인증 마크다. 환경부가 인증하는 ‘환경성적표지’, 대한아토피협회 추천 제품 여부 등을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다.
체크 2. “외국산은 무조건 좋다?”
이건마루는 ‘가공정밀도’를 꼭 체크해야 한다고 했다. 목재는 가공이 쉽지 않은 소재인데다 최근 유행하는 디자인 패턴 마루는 건조와 가공이 조금만 잘못돼도 틀어짐이나 들뜸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공했을 때 패턴이 규칙적이지 않고, 결합 라인이 맞지 않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체크 3. ‘온돌’ 문화라는 것을 잊지 말자
우리나라는 바닥을 데우는 ‘온돌’ 문화여서 나무에 열을 직접적으로 가한다. 해외에서 쓰는 제품을 그대로 사용할 경우, 변형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이같은 문화적 차이에서 출발한다. 이 때문에 이건마루는 국내 상황에 맞게끔 가공된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LG하우시스 역시 ‘열 효율성’을 중요 포인트로 꼽았다. 변형 현상 방지는 물론 바닥 난방 열이 잘 전달돼야 에너지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루 중에서는 합판마루와 강마루가 열 전달성이 좋고, 장판과 데코타일은 열 전달성에 더해 잔열 지속 효과도 길다. 타일은 열을 빠르게 전달하는 반면, 보일러를 끄는 순간 급격하게 열이 식어버리는 단점이 있다.
체크 4. 위생 최우선으로 따진다면‘시트 또는 타일’
청소가 쉬워야 좋은 바닥재다. 표면 오염을 줄이고 오염돼도 쉽게 청소할 수 있는 표면 코팅이 적용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이는 위생성과도 연결된다. LG하우시스는 바닥재 표면에 항균, 항곰팡이 성능을 더한 제품인지 확인할 것을 추천했다. 습기 등 환경 변화에 따라 변형되는 바닥재는 위생성이 떨어지고, 색 변형도 발생한다. 마루는 오래 사용하다보면 틈새에 때가 낄 수 있어 세균 번식의 위험도 있다. 위생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 틈새 벌어짐이나 세균 번식 우려가 없는 시트나 타일 바닥재를 추천한다고.
Check 5. 가족구성원에 맞춰 선택하자
뛰어놀기를 좋아하며 물건을 자주 쏟는 아이들이 있다면, 걸을 때 무릎 충격에 약한 부모님을 모시고 있다면, 바닥재 역시 신경써서 선택해야 한다.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 표면 내구성이 약한 바닥재를 선택할 경우 흠집이 날 수 있어 금방 지저분해 보일 수 있다. 너무 딱딱한 바닥재를 사용할 경우 걸을 때마다 충격이 그대로 전해져 노년층 가정에는 부적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