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강남도 안 부러운 한강변 '강북 3대장'

뉴스 이석우 기자
입력 2017.05.18 07:10
성동구 금호동 대우아파트에서 바라본 한강 전경.


“강남에서 재건축이 한꺼번에 추진되면서 성동구에 집보러 오시는 분들이 올해 들어 부쩍 늘었어요. 처음엔 전셋집을 보러 왔다가, 매매가가 의외로 저렴해 투자 차원에서 매입하는 경우도 제법 많습니다.”
서울 성동구 금호동 대우아파트 단지 내의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우리 아파트 단지가 강남 접근성이 좋고, 한강 조망권까지 갖추고 있어 강남 거주자들에도 인기가 높은 것 같다”며 “주민들 사이에는 주변 아파트 단지에 비해서도 저평가돼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말부터 서울 강북권 아파트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금호동 대우아파트의 경우 지난해 중순 4억5000만원(전용면적 60㎡ 기준) 안팎에서 거래됐지만, 올초부터는 매매가격이 5억원을 넘어섰다. 이 단지의 대형(114㎡) 주택은 지난해 중반 7억5000만원 선에 거래되다 지난해 말부터 가격이 올라 올 2월에는 8억70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금호동 대우아파트 전용 114제곱미터(왼쪽)와 전용 59제곱미터의 매매가 추이. /자료=국민은행


강북에선 용산구와 성동구, 마포구의 아파트 가격이 꾸준히 오르면서 강북의 신흥 부촌(富村)이자 시세를 이끌어가는 ‘3대 대장주’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모두 한강변에 붙어 있는 이들 지역은 최근 1년 사이 아파트 가격이 8~10%씩 상승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용산구 아파트값은 3.3㎡당 평균 2960만원으로 1년 전에 비해 8% 상승했다. 용산구 아파트 가격은 강남 3개구 중 하나인 송파구(2821만원)보다 비싸다.
용산에선 올해 말 미군 기지 이전이 완료되고, 신분당선 연장선인 용산~강남 복선전철 1단계 공사가 지난해 8월 시작되는 등 호재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입주하는 새 아파트도 강세다. 2014년 공급 당시 미분양이었던 ‘용산역 푸르지오 써밋’은 오는 8월 입주를 앞두고 중대형 주택에도 5000만원 이상 웃돈이 붙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 단지 전용면적 118㎡형 분양권(23층)은 지난 2월 분양가(12억4480만원)보다 5079만원 비싼 12억9559만원에 거래됐다.
마포구(3.3㎡당 2369만원) 아파트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10%, 성동구(3.3㎡당 2291만원)는 9% 상승했다. 이들 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강동구(3.3㎡당 2235만원)보다 높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마포구와 성동구는 여의도, 광화문, 강남과 가까워 서울의 대표적인 ‘직주근접형’(집과 직장이 가까운 곳에 있는) 주거지역”이라며 “강남 진입이 어려운 30~40대 중산층이 마포구와 성동구의 새 아파트로 대거 유입되면서 주택가격이 강세”라고 말했다.
마포구의 경우 신규 분양 아파트에 청약자들이 몰리고 있다. 지난해 마포구에서 분양한 ‘신촌숲 아이파크’(평균 74.8대 1), ‘마포 한강 아이파크’(평균 55.9대 1), ‘마포 신촌 그랑자이’(평균 31.9대 1) 등의 청약경쟁률은 서울 전체 평균(23.1대 1)을 크게 앞질렀다.
전문가들은 최근 2~3년간 강남권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고, 문재인 정부에서 강남보다는 강북 중심의 주택 정책을 운용할 가능성이 높아 강북 아파트의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팀장은 “용산·마포·성동 지역은 도심 접근성이 좋은 주거지역이라는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며 “하지만 강남에 비해 이들 지역은 학군이 발달하지 않아 집값 상승세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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