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제주 부동산값 상승률 1위… 땅부자 늘었지만 빚도 늘었다

뉴스 금원섭 기자
입력 2017.05.14 19:20
제주에서 농사를 짓겠다며 농지를 사 놓고 불법으로 전용한 제주시 애월읍 광령리의 불법 전용 농지. /연합뉴스


"제주도엔 '100억원 가진 할망(할머니의 사투리)들'이 많수다."

요즘 제주도에 가면 들을 수 있는 얘기다. 최근 몇 년 동안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집안 대대로 가지고 있던 논·밭·과수원·산 등이 '초(超)거액 자산'이 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서귀포시에 사는 고모(49)씨는 "지난달에도 평당 350만원 넘는 값에 거래된 밭이 있었는데, 이런 땅이 3000평이면 100억원을 넘지 않느냐"며 "'100억원 할망'이 터무니없는 말은 아닌 셈"이라고 했다. 그는 또 "이렇게 되면서 제주도에 사는 '노모(老母)를 자주 찾아뵙고 잘 모시는 자식이 많이 늘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돈다"고 했다.

실제로 제주도의 땅값과 집값은 크게 뛰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제주도 표준지 공시지가는 전년 대비 18.7% 상승했다. 상승률 전국 1위로, 전국 평균(4.9%)의 3.8배였다. 2위인 부산(9.2%)과도 큰 격차를 보였다.

제주도 집값 상승률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작년 제주도의 표준 단독주택 가격 상승률(18%)은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평균(4.8%)의 3.8배 수준이었고, 2위 부산(7.8%)은 제주도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부동산값이 오르면서 사람들의 씀씀이도 커지고 있다. 제주도 출신으로 서울에서 직장에 다니는 김모(47)씨는 "명절 때 고향에 가면 외제차를 몰고 나와 '좋은 데 가서 술 한잔 사겠다'는 친구들이 적지 않다"며 "물려받은 농토 값이 자꾸 오르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했다. 차 한 대에 5억원쯤 하는 최고급 외제차 벤틀리 매장까지 작년 제주시에 문을 열었다.

부동산을 팔아 돈을 번 사람들이 생기면서 제주도의 저축액 증가율은 전국 최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으로 제주도의 은행, 농협 등 금융회사에 예치된 돈은 28조9000억원으로, 2013년 말에 비해 7조6000억원(36%) 늘었다.

부동산 가격 급등이 제주도 주민들에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제주시에 사는 주부 이모(51)씨는 "2~3년 전에 4억원대이던 40평대 아파트가 이제는 8억원대로 올랐다"며 "투기나 투자가 아니라 실제로 들어가 살 집을 원하는 서민들은 빚을 더 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작년 말 기준 제주도의 가계 대출은 11조300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3조1000억원(38.9%) 늘면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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