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열탕도 38도인데…보일러 난방수는 최저 40도로 설정된 이유

뉴스 이광훈 드림사이트코리아 CEO
입력 2017.04.19 07:00 수정 2017.04.25 08:50

[남자의 집짓기] 외풍없는 집

20년 전에 생전 처음 지은 전원주택은 무척 따뜻했다. 표준공법을 무시하고 동네 어른들 충고를 받아 정말 무식(?)하게 지었다. 한 겨울이면 소주병도 얼어 터진다는 경기도 양평의 강변에 집을 지었기 때문이다. 3중, 4중 단열 구조를 적용해 벽 두께가 무려 45㎝나 됐다. 여름이면 냉장고처럼 시원했고 겨울에 보일러를 틀지 않아도 춥지 않을 정도였다. 벽체 단열이 얼마나 중요한지 처음 집을 지으면서 절실히 깨달았다.

두번째 집은 골조만 지어놓고 중단된 현장을 인수해 마감만 하다 보니 구조 보강에 내 생각을 반영할 여건이 되지 않았다. 결과는 참담했다. 좀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햇볕이 잘 드는 겨울 날은 바깥이 실내보다 더 따뜻하다는 푸념을 할 정도였다. 그래서 최소 60만원이상 난방비를 쏟아 붓고도 16도 이상으로 지내본 적이 없었다. 추위에는 거의 이골이 날 정도였지만, 그렇게 7년을 견디다가 경기도 가평으로 와서 단열에 강한 패시브하우스(passive house)를 짓게 됐다.

경기도 양평에 처음 지은 집(왼쪽)은 탱크처럼 튼튼하게 짓는데만 정성을 쏟아 단열은 최고 수준이었다. 반면 경기도 이천에 두번째로 지은 집(오른쪽)은 골조,단열공사 후 공사가 중단된 집을 인수해 마감공사만 하고 들어갔기 때문에 단열수준이 최악이었다.


■단열 성능 뛰어난 패시브 하우스

몸으로 겪은 몇 년간의 혹독한 체험 끝에, 좋은 집은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에 시원한 집’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패시브하우스는 태양광이나 지열(地熱) 같은 외부 에너지원의 도움을 받지 않고 건축물 자체의 구조적인 성능만으로 에너지효율을 극대화시킨 고단열 저에너지 주택을 말한다. 통상 패시브하우스의 등급을 구분할 때 3리터(ℓ) 하우스를 기준으로 하는데, 이는 1년간 1㎡의 바닥 난방을 하는데 3ℓ의 등유를 소모한다는 뜻이다. 최근 아파트 평균 난방효율이 12리터 하우스, 2000년대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가 16리터 하우스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굉장한 고단열 주택이다. 통상 단독주택은 난방비가 아파트보다 곱절 이상 나오는게 보통인데 오히려 아파트 절반 이하 수준으로 지을 수 있다.

지금까지 여러 채 패시브하우스를 지어본 결과 단열 성능은 정말 탁월했다. 3년전에 경기도 가평에 지은 국민주택규모 패시브하우스는 영하 15도까지 내려가는 혹한에도 하루에 가스 소모량이 1~2㎥에 불과할 정도로 단열 효과가 탁월했다. 가장 추운 12월 한달간 가스비(LPG기준)는 약 15만원. 도시가스가 늦게 들어와서 초기에 LPG로 임시 난방을 하다보니 가스비가 좀 많이 나왔다. 도시가스가 인입된 이후에는 12만원선으로 떨어졌다.

경기도 가평에 최초로 지은 3리터 패시브하우스(오른쪽)와 기계식 환기장치를 제거하고 5리터 수준으로 지은 세미 패시브하우스(왼쪽)


LPG 기준 1㎥당 단가는 약 4000원, 도시가스는 1000원 수준으로 4배 차이가 있지만, 열효율은 LPG가 도시가스보다 약 2.3배 높다. 이를 감안한 LPG와 도시가스의 실제 가격 차이는 1.74배에 이른다. 산술적으로는 약 7만원이 나와야 하지만, 초기에는 빈집으로 최소난방을 하면서 테스트했고 도시가스가 인입된 후에는 입주하고 생활하면서 실측을 하다보니 그 정도 나왔다. 그래도 국민주택규모 아파트 평균 난방비의 절반 수준이다.

■고단열 주택, 난방 효과 탁월해도 문제(?)

전원주택에 살고 싶어도 난방비가 많이 들어서 못간다는 사람이 많은데 패시브하우스는 그런 점에서 탁월한 대안이다. 그런데 난방효과가 너무 탁월해도 문제는 있었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보일러가 패시브하우스에 전혀 연동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보일러는 3가지 방법으로 가동하는데, 실내 기온과 난방수 온도, 그리고 타이머에 의한 조작이 가능하다. 대부분 가정에서는 실내 온도를 설정해 놓고 보일러 센서가 자동으로 온도를 감지해서 돌아가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패시브하우스가 워낙 고단열 주택이라 한번 덥혀 놓은 실내온도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실내온도를 상온(20도)에 설정해 놓으면 보일러가 거의 돌아가지 않는다.

1차로 건축한 가평의 패시브 샘플하우스는 3리터 하우스 수준의 단열공법으로 지었다. 목구조 자체에 충전하는 단열재는 일반 목조주택보다 4배이상 고밀도 단열재를 사용하고 3중 유리 시스템 창호에 150㎜ 외단열까지 하였다. 보일러를 최소한으로 가동해도 실내는 훈훈한데 보일러가 돌지 않으니 바닥이 차가웠다. 방법을 바꿔 난방수 온도를 40도(최저 기준)로 설정해 놓았더니 바닥은 따뜻한데 실내 온도가 26도까지 올라가서 너무 더웠다.

한국패시브건축협회가 주는 패시브 하우스 인증서.


패시브하우스와 같은 고단열 주택은 난방수 온도가 30도만 돼도 미열로 바닥을 따끈하게 유지할 수 있는데,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모든 보일러는 난방수 최저 온도가 40도로 설정돼 있다. 온천수 기준이 25도, 목욕탕의 온탕 기준이 38도, 열탕이 42도라는 것을 생각하면 난방수 설정온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열 성능이 시원찮은 일반 주택은 이정도가 돼야 난방이 되겠지만 고단열 주택은 30도만으로도 난방이 충분히 가능한데 보일러 기능이 연동되지 않아서 난방수 온도를 설정하는 방법을 사용할 수 없었다.

■“강제 환기는 패시브 하우스 단점”

패시브하우스 공법을 그대로 적용하는데는 또 한가지 문제가 있었다. 패시브하우스는 단열과 보온을 기준으로 설계돼 있기 때문에 자연 환기가 아니라 기계식 환기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창문을 열어 환기하면 보일러나 에어컨에 의한 냉난방열이 외기 온도와 섞여 열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부에 열을 뺏기지 않고 기계를 통한 온도 조절을 해서 내외부 공기를 강제 순환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따라서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하지 않아도 항상 신선한 공기가 유입된다.

그런데 이런 방식을 적용한 1차 샘플주택을 구경한 사람들 열에 아홉은 똑같은 불평을 했다. “이렇게 공기좋은 데 와서 답답하게 창문을 닫아놓고 살거면 뭣하러 전원주택에 사느냐”.

창문을 활짝 열고 신선한 공기를 콧내음으로 만끽하고 싶은 본능적인 욕망을 무시하고 너무 기계적인 성능에만 집착한 결과였다. 실제로 필자가 샘플주택에서 1년간 살아본 결과 창문을 열고 환기하지 않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기계식 환기장치가 아무리 완벽하다고 해도 피부로 느끼는 공기의 신선도는 창문을 통한 환기에 비해 많이 답답했다. 결국 두 번째 샘플주택은 기계식 환기장치를 제거하고 창문을 통한 환기를 전제로 설계했다.

■경제적 단열주택은 7리터가 적당

이런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우리나라 실정과 보일러 성능을 감안할 때 가장 경제적인 단열주택은 7리터 하우스 수준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래도 일반 아파트보다 열효율이 2배 정도 높다. 현재 독일의 일반주택 에너지효율 설계기준도 7리터 하우스를 적용한다. 사실 5리터 하우스 이하의 고단열 주택을 건축하려면 건축비가 상대적으로 많이 든다. 구조적인 성능 개선에 건축비를 많이 투입하다보니 같은 건축비를 투입할 경우 마감재 수준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7리터 하우스 수준이면 일반 주택에 비해 2배 이상의 열효율을 유지하면서도 마감재를 고급화할 수 있다. 그렇게 새로 지은 집들이 현재 경기도 가평 현장에 들어선 주택이다.

창문에 외장블라인드를 별도로 설치한 주택. 겨울에 따뜻한 패시브하우스에서 여름에도 시원하게 지내기 위한 필수 장치다.


경기도 가평 현장에서 직접 몸으로 겪으며 깨닫게 된 사실 한가지. ‘겨울에 따뜻한 집이 여름에 반드시 시원한 집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패시브하우스는 겨울 난방효율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춘 공법으로, 가능하면 태양열을 집으로 많이 끌어들여 자연 난방효과를 극대화한다. 여름에는 직사광선이 집안으로 그대로 들어와 실내온도를 급상승시킨다. 로이 창호를 기본적으로 적용하지만 태양열의 열기를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외장 블라인드를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태양열이 뜨거운 여름철에는 각도 조절이 가능한 외장블라인드를 달아서 빛은 들어오게 하고 태양열은 막아주어야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에 시원한 집’이 완성된다. 인테리어를 위한 커텐이나 내부 블라인드는 태양열을 막는데 거의 효과가 없다.


관련기사를 더 보시려면?

화제의 뉴스

공공 매입임대 약정 건수 12만5천건 돌파…심의 통과는 3만5천건
"영종도에 K엔터시티 만든다" 한상드림아일랜드, 빌보드코리아와 제휴
[단독] 도로 없는 유령아파트 '힐스테이트 용인' 준공 4년만에 드디어 공급
3기 신도시 최초 본청약 30일 시작, 인천계양 1106가구 나온다
정부 기관은 "최대치 상승" 공인중개사들은 "4.5% 하락" 엇갈린 분석, 왜?

오늘의 땅집GO

[단독] 공급부족론 폈던 국토연구원, 집값 뛰자 주택 보고서 비공개
'박현철 리더십' 롯데건설 매출 30% 성장…PF 위기 극복 '청신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