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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널리스트들이 '부동산 폭락론'을 근거없다고 일축하는 이유

뉴스 유하룡 기자
입력 2017.04.18 14:21 수정 2017.04.18 14:23

최근 부동산 시장 일각에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2018년 부동산 시장 폭락론’에 대해 상당수 금융권 애널리스트들은 구체적인 데이터를 제시하며 “근거없다”고 일축한다. 그 이유가 뭘까.

부동산 폭락론의 얼개는 대체로 이렇다. 2015년 이후 부동산 경기 호황으로 아파트 신규 분양이 대폭 늘어났고, 그 결과 2017년과 2018년에 걸쳐 전국적으로 70만~80만가구 안팎의 새 입주 물량이 쏟아져 공급 과잉이 일어나면서 집값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발(發) 금리인상, 인구 절벽, 가계 부채 후폭풍 등이 가세하면서 집값 하락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1987년 이후 2017년까지 30년간 전국 주택가격 상승률 추이. 2017년은 3월말까지 누적치임. /자료=국민은행


하지만 금융권 애널리스트들은 “폭락론은 과장됐다”고 지적한다. 부동산 시장이 하락 압력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폭락할 상황은 전혀 아니라는 것이다.

류종하 한국신용평가 애널리스트는 최근 발간된 ‘글로벌 건설 리더스’(4월호)에서 “주택가격이나 분양 경기 하락은 불가피하겠지만 그 수준은 ‘폭락’ 가능성보다는 ‘조정’이 될 가능성이 높고, 그 정도 역시 지역별로 차이가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총부양비가 상승 전환하면서 부동산 대폭락이 시작된 일본의 경우처럼 우리도 현재 부동산 가격을 지탱하기 어렵다는 논리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주택가격지수와 소득지수, 물가지수 상승률 추이를 보여주는 그래프. 왼쪽은 한국, 오른쪽은 일본이다. 한국의 경우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을 제외하면 3개의 지수가 비슷한 폭으로 움직인다. 반면, 일본은 버블 붕괴 직전까지 주택가격(땅값)이 소득 및 물가지수와 크게 벌어져 있다. /자료=글로벌건설리더스


물가·소득지수의 증가와 주택가격 지수의 상승 추이를 비교해 보면, 일본은 부동산 가격 폭락 직전까지 주택가격지수 상승과 물가·소득지수 상승 간 격차가 계속 커졌다. 반면 우리나라는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을 잠시 제외하면 주택가격 상승세가 물가·소득지수 증가 추세를 크게 벗어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류 애널리스트는 “2005년 이후 한국 주택가격 추이를 세계 주요국들과 비교해도 과도한 수준이 아니다”라고 했다.

‘뉴스테이 시대, 사야 할 집 팔아야 할 집’의 저자인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한국은 아직 집이 부족한 상태이며 집값은 추세적으로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구 대비 주택 수’가 다른 나라보다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나라의 ‘인구 1000명당 주택 수’(2015년 기준)는 383채다. 이는 미국(419채), 영국(434채), 일본(476채) 등 선진국보다 한참 낮다. 특히 서울과 경기는 각각 366채와 346채로 전국 평균보다 낮아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인구 1000명당 주택 수. 전국 평균 383가구로 선진국보다 현저히 낮은 편이다. /자료=국토교통부


채 연구원은 “주택의 수요 주체인 가구를 기준으로 봐도 한국은 1~2인 가구 증가로 가구수가 2010년1735만여 가구에서 2035년까지 매년 19만6000가구씩 늘어난다”고 했다.

입주 물량 과잉도 일부 지역의 얘기일 뿐 큰 문제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채 연구원은 “우리나라 주택 재고량은 약 2000만가구에 육박하는 데 연간 40만가구 정도가 입주하는 것에 대해 과도한 우려를 하는 것 같다”면서 “2%의 입주량 증가는 큰 문제가 될 수 없는 수치”라고 했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도 “한국 부동산 시장의 폭락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인구 절벽 우려에 대해 “외국인 등록 인구가 연간 10만명씩 늘고 있고, 한국인 평균 기대여명이 계속 높아지는 추세를 감안한다면 인구 감소 여파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베이비 붐 세대 은퇴 시기를 겪은 영국, 프랑스, 캐나다, 미국 등 다른 선진국들은 여전히 주택시장 호조를 보인다는 분석도 내놨다.

IMF 기준을 적용해서 만든 주요국 주택버블지수 변동폭(1996~2014년). 한국은 주요국 가운데 버블 지수가 이 기간 동안 가장 많이 낮아졌다. /자료=키움증권


그는 한국 부동산 가격은 전혀 버블이 아니고 오히려 저평가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IMF(국제통화기금)에서 만든 통계를 업데이트해 본 결과, 지금 한국 부동산시장이 버블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면서 “1996~2014년 한국 주택가격 상승률이 소득증가율보다 79.5%포인트 낮았다”고 했다.

다만, 한국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낮아지거나 5·9 대선 이후 새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더 강화된다면 주택 가격 조정 폭이 좀 더 크고, 기간도 길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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