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를 타고 달려 인천공항 여객터미널에 다가갈 무렵, 활주로 인근에 웅장한 아이보리색 건물이 나타났다. 길이가 200m가 넘는 10층짜리 건물. 입구에선 분수가 쏟아지고, 높이 6m가 넘는 현관 회전문은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냈다. 건물 내부 한가운데 화려한 붉은 대문을 통과하자 '축구장보다 더 큰'(7904㎡) 카지노가 눈앞에 펼쳐졌다. 게임 테이블이 159대, 전자식 게임기는 281대로 국내 최대 규모 카지노다.

한쪽 구석엔 붉은 휘장이 드리워진 금빛 마루 복도가 있었고, 이 복도 끝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에 오르니 게임 테이블과 소파, 1인용 자쿠지(기포가 나오는 욕조) 등이 갖춰진 308㎡ '밀실(密室)'이 등장했다. VVIP(초특급 고객) 전용 카지노로, 미쉐린 2스타 중식당 '임페리얼트래져' 음식과 발렌타인 30년산 위스키 등 모든 게 무료다. 단 하루 게임비로 수십억원을 쓸 수 있는 부유층 손님들만 입장할 수 있다. '카지노엔 창문을 두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지만, 이곳에는 창문이 있었다. 커튼을 들추자 인천공항 활주로와 막 착륙한 여객기가 내려다보였다.

오는 20일 개장하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인 '파라다이스시티'다. 국내 파라다이스그룹과 일본의 세가사미홀딩스의 합작회사인 '파라다이스세가사미'가 인천공항 앞 33만㎡ 부지에 총 1조3000억원을 투자해 지은 카지노 복합리조트(IR·Inte grated Resort)다. 아시아 카지노 시장 규모는 연간 50조원 수준. 마카오가 약 60%를 가져가는 이 시장의 경쟁에 한국도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일본 VIP와 동남아 관광객 공략

파라다이스시티는 20일 메인호텔과 카지노, 컨벤션센터를 1차 개장하고 2018년 상반기 부티크호텔과 스파, 클럽 등을 차례로 연다. 연간 예상 방문객은 150만명. 카지노를 제외한 호텔과 레스토랑 등 모든 시설은 내국인도 이용할 수 있다.

아시아에서 복합리조트 성공의 열쇠는 카지노에 달려 있다. 마카오의 대표적 카지노 복합리조트인 윈(Wynn)리조트만 해도 지난해 매출 87%가 카지노에서 나왔다. 문제는 당초 파라다이스시티 카지노 매출의 60%를 차지할 것으로 기대했던 중국인 관광객이 최근 급감 중이란 점이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VIP 고객들은 정부의 여행 제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타격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응 전략은 '일본 공략'이다. 파라다이스시티는 일본 최대의 종합엔터테인먼트 회사인 세가사미로부터 현지 VIP 고객 명단을 넘겨받아 본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한 상태다. 또 제3국으로 가는 동남아 여객을 대상으로 1박2일 정도 머물게 하는 '두바이식(式)' 관광 상품을 준비 중이다.

◇예술품 2700점 곳곳에… 거대한 미술관

파라다이스시티는 '아트테인먼트(Art-tainment·'예술'과 '오락'의 합성어)'를 표방한다. 구사마 야요이의 '호박', 알렉산드로 멘디니의 '파라다이스 프루스트 의자' 등 세계적 예술가들의 작품 2700여점이 곳곳에 설치됐다. 키즈존(Kids zone)에는 놀이방, 플레이스테이션(전자게임기)룸, 어린이 전용 볼링장 등이 갖춰져 있다. 1600명 수용 규모의 컨벤션센터는 기업 고객을 겨냥한다. 이미 오는 10월까지 국제회의와 기업행사 등 예약이 거의 꽉 찬 상태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