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시대 최고의 부동산 히트상품으로 꼽히는 점포겸용 단독주택용지(이하 상가주택용지)의 인기가 올해도 심상치 않다. 지난달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한 경남 양산 물금2지구의 상가주택용지는 최고 경쟁률 1427대 1로 29필지 모두 1순위에서 완판(完販)했다. 지난해 인천 영종지구(최고 경쟁률 9204대 1)에 못지않을 만큼 투자 열기가 뜨겁다.
LH에 따르면 올해 공급될 상가주택용지는 전국 23개 사업지구에서 총 594필지(약 16만㎡·이주자 및 협의양도자 택지 제외)에 달한다. 광주광역시 효천지구(15필지)가 모집 공고 중이고, 이달에 경기 파주 운정지구(2필지), 5월에 인천 가정지구(13필지), 6~7월에 경기 이천 마장지구(97필지) 등에서 분양이 이어진다.
상가주택은 통상 1층에 점포, 2~3층에 임대주택을 짓고 4층은 집주인이 직접 거주한다. 임대수익을 올리면서 동시에 자신의 주거도 해결할 수 있다.
■“상가주택 수익률 3%대…高價 낙찰은 위험”
상가주택에 투자하는 수요자들이라면 ‘임대 수익과 실거주 공간 확보, 추후 시세차익’ 등 3마리 토끼를 잡는 로망을 꿈꾼다. 하지만 상가주택 투자가 결코 호락호락한 것은 아니다. 무작정 뛰어들면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일단 택지지구 내 상권은 앞으로 어떻게 형성될 것인지 전문가들도 쉽게 예측하지 못한다. 상권이 활성화하기까지 최소 2~3년 걸리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공실(空室)을 각오해야 하고, 택지지구 조성이 완료되더라도 연 5% 이상 수익률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수도권에 있는 상가주택용지를 보면 이삿짐센터나 컴퓨터수리점처럼 마지못해 임대가 나가거나 창고로 쓰이는 곳이 많고, 3곳 중 1곳은 공실에 시름한다”며 “은퇴자들은 세를 놓지 못하면 직접 장사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상권이 형성되지 않으면 그것마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안민석 FR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상가주택은 1층 상가에서 월세가 안 나오면 투자의 기본 틀이 흔들린다”면서 “대부분 상가주택 수익률은 연 3%대에 머물고 있다”고 했다. 그는 “입찰가를 정해놓은 데는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며 “입지가 좋은 상가주택용지는 낙찰가격이 예정가의 150%를 넘어가기 일쑤인데, 입찰가의 120% 이상은 써내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상가주택은 최고가 입찰 방식으로 낙찰자를 정할 때가 있는데, 이 경우 거액을 써내 낙찰받거나 고가의 웃돈을 주고 사면 수익률이 그만큼 낮아진다.
■수도권에선 이천 마장·인천 가정 ‘주목’
올해는 어떤 지역을 주목해야 할까. 수도권에서는 올해 6곳에서 상가주택용지 114필지가 나온다. 이 가운데 이천 마장(97필지), 인천 가정(13필지) 등 2곳에서 물량이 비교적 많다. 파주 운정(2필지), 의정부 민락2(1필지), 고양 원흥(1필지) 등은 1~2개 필지만 공급돼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오산 세교는 아직 구체적인 공급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다.
이천 마장지구는 오는 6월에 66필지(1만8000㎡)를 공급하고, 7월에 31필지(9000㎡)를 분양한다. 합치면 97필지다. 필지당 분양면적은 224~474㎡이며 건폐율 60% 이하, 용적률 150% 이하를 적용받는다. 마장지구는 이천시 최초의 택지개발지구로 이천패션물류단지를 배후 수요로 두고 있다. 선종필 대표는 “상가주택은 상권이 형성되지 않으면 임대료를 높게 받지 못해 결국 수익률이 낮아진다”며 “최소 50필지 이상 공급되는 지구에 청약하는 게 상권 형성 측면에서 좋다는 점에서 물량이 많이 풀린다는 것은 마장지구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인천 가정지구는 5월에 13필지, 3000㎡에 대한 청약을 진행한다. 필지당 면적은 251~272㎡이며 건폐율 60% 이하, 용적률 200% 이하를 적용받는다. 가정지구는 루원시티와 청라경제자유구역과 맞붙어 있어 생활권을 공유할 수 있다. 안민석 연구원은 “인천 도화오거리 등 가정지구 주변 구도심 재개발도 활성화되고 있다”며 “가정지구는 부동산 가치 상승도 노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파주 운정지구는 C2블록과 C18블록에서 234~265㎡ 2필지를 이달 중 공급한다. 의정부 민락1지구는 6월에 260㎡ 1필지, 고양 원흥지구는 9월에 1000㎡ 1필지를 각각 분양할 계획이다. 일반적으로 상가주택은 카페·식당 등 식음료 점포가 들어서기 때문에 의료·교육시설 등이 들어서는 근린생활시설보다 상권을 형성할 동력이 떨어진다. 여러 상가주택이 한꺼번에 들어서 상권을 만드는 게 유리한 만큼 1~2개 필지만 나오는 이들 지역에 청약할 수요자라면 필지별로 상권 형성 가능성을 꼼꼼히 검토해야 한다.
일반인에게 공급되지는 않지만 이주자 택지(개발 이전에 지구 내 땅 소유자에게 보상용으로 주는 땅) 전매를 노리는 것도 방법이다. 8월 성남 고등지구에서 153필지, 4만㎡(협의양도 포함)의 이주자용 상가주택용지가 나오고, 9월엔 평택 고덕신도시에서도 300필지, 5만8000㎡의 이주자 택지가 공급된다. 이주자 택지는 조성원가의 80% 선에서 공급돼 잘만 하면 분양가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이미 공급된 필지를 원주민에게 직접 매입하는 방식이어서 원하는 입지를 선택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이주자 택지는 한 차례 전매가 허용된다.
■인천 영종·남양주 별내, 주거전용 공급
주거전용 단독주택용지는 인천 영종하늘도시 134필지(4만1000㎡)가 지난달 청약 공고를 냈다. 필지당 249~477㎡ 규모로 2억8400만~5억3900만원에 공급된다. 건폐율 50%, 용적률 100%를 적용받아 최고 3층까지 지을 수 있다. 오는 17~18일 청약을 진행하고, 19일 당첨자를 발표한다.
이달 중 남양주 별내지구에서도 주거전용 단독주택용지 53필지(1만5000㎡)가 공급되고, 파주 운정에서도 7필지(1500㎡)가 나온다. 같은달 화성 동탄2지구도 주거전용 78필지(2만㎡)를 공급한다. 5월 인천 청라지구 139필지(4만8000㎡), 9월 성남 여수지구 27필지(1만5000㎡), 11월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100필지(3만6000㎡) ·고양 삼송지구 35필지(1만7000㎡) 등에서도 분양이 이어진다.
일반적으로 주거전용용지는 상가주택용지보다 투자 가치가 떨어진다고 평가받지만, 경쟁률이 수백대 1에 이르는 곳이 많다. 주거전용용지에 청약하려면 아파트와 달리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신청 예약금 1000만원만 내면 된다. 상가주택용지는 청약통장은 필요 없지만, 해당 지역 거주자에게 1순위 우선권을 주는 자격 제한이 있다. 경우에 따라 지역 제한은 확대되기도, 좁혀지기도 한다. 택지지구마다 청약 자격이 다를 수 있으므로 수요자들은 개별 공고문을 확인해야 한다.